미용병원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반드시 서명해야 하는 이유
병원의 분주한 환경에서, 사소하게 생각한 행정적 위반 사항이 무거운 법적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바로 진료기록에 대한 의사의 서명 의무이다. 특히 비교적 간단한 미용 시술의 경우 진료기록을 아주 간결하게 작성하고 서명을 누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차트를 상세히 기재하지 않거나, 의사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법적 제재를 받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젊은 의사들의 경우 누가 상세히 알려주지 않으면 서명 의무 자체를 망각하고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차트 작성과 서명 마무리는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절차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진료기록 작성 및 서명 의무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진료기록부를 상세히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며, 특히 "서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은 환자의 인적 사항, 병력, 진찰 및 치료 내용, 진단명, 그리고 정확한 진료 일시 등 진료기록부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시술의 복잡성이나 위험도에 따라 차등을 두지 않으며, 간단한 미용시술에도 적용되는 법적 의무이다.
진료기록부를 상세히 작성해야 하는 이유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 의료행위에 관한 정보를 빠짐없이 정확하게 기록하여 이후 계속되는 진료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대법원 1998.1.23. 선고 97도2124 판결). 의료진이 바뀔 때를 대비하거나 여러 의료인이 효율적으로 협진하기 위해서, 그리고 같은 의료인이 계속 치료를 할지라도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록을 해야 한다.
의무 위반에 관한 대표적 형사판례로는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6577판결이 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간호사가 대신 작성하고 의사 서명이 누락된 진료기록부”에 대해, 의사가 직접 작성·서명해야 할 책임을 인정하면서 서명 누락만으로도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법정 제재는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를 위반한 의료인은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행정처분도 내려질 수 있다. 예컨대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1차 위반 시 의사 면허자격정지 15일, 진료기록부에 서명하지 않은 경우 1차 위반 시 경고,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1차 위반 시 자격정지 1개월 등의 기준이 존재한다. 반복 위반하면 처분 기간이 늘어나고, 허위기재 등 중대한 위반은 최대 1년까지 면허정지 처분도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미용 의료기관 현장에서의 문제점
보톡스·필러·레이저·리프팅과 같은 피부과 미용 시술은 ‘짧은 시술 시간, 낮은 위험도’라는 인식 아래 일상적으로 반복되며, 높은 회전율을 바탕으로 효율성과 속도가 최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는 차트 작성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고, 실제로 필자와 상담한 일부 의사들은 서명의 법적 의미와 그 미비 시에 따르는 행정처분,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24년경, 정확한 계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내부 직원이나 경쟁 의원의 제보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정 지역의 피부과 몇 곳이 진료기록부 미작성 또는 서명 누락으로 보건당국 조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점검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상당수 의원이 전자차트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채 수기 차트를 형식적으로만 작성해 왔고, 날짜별 기록이나 주치의 서명이 빠진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뒤늦게 기록을 보완하거나 서명을 추가해 일부 선처를 받기도 했으나, 이미 수년이 경과한 시술들은 당시 주치의가 퇴사해 버린 탓에 결국 형사처벌로 이어진 경우가 발생했다.
특히 간단한 미용 시술이라고 해서 시술 일자와 시술 명칭만 간략히 기재하는 관행은, 엄밀히 보아 법령상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술 부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그림, 사용 의약품·치료재료·의료기기 종류, 시술 소요 시간, 특이사항, 문진·부작용 안내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까지 완료해야만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기록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의료과오 소송과의 관계
대법원은 진료기록부를 상세히 작성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료기록을 상세히 작성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문제는 환자와 진료상 과실에 대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크게 불거진다. 미용 시술을 위주로 하는 의료기관은 크고 작은 민원, 분쟁에 수시로 시달린다. 필자의 의료소송 경험에 비추어보면, 시술 이후 외모 상태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환자들조차 비대칭, 일시적 흉터 등을 트집잡아 분쟁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 상담 내용, 전후 사진, 시술 및 처치 과정 서술, 시술 후 주의사항 안내 등이 빈틈없이 기재된 의무기록은 주치의에게 강력한 방어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최소한 과실 이상으로 확대된 배상금을 부담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송이나 중재, 조정 단계로 넘어가면 진료기록부는 양측 모두에 결정적 증거가 된다. 기록이 부실하거나 누락되면 입증 책임이 의료인에게 사실상 떠넘겨질 수 있고, 여론전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료인의 과실이나 전문성 미흡이 추정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며, 동료 진술만으로 무고함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실제 치료가 아무리 적정했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문서가 부족하면 억울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2021년경, 눈꺼풀 및 리프팅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가 극심한 통증과 부기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거나 감지 못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 과정에서 환자가 복사해 둔 진료기록에 구체적인 처치 내역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병원장은 법적 책임이 확정되기도 전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결국 진료기록은 단순한 행정 요식행위가 아닌, 의료인의 전문성과 적법성을 입증하는 최소한의 방패다. 상세하고 체계적인 기록만이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명확한 내부 프로토콜 확립: 서명을 필수 단계로 만들기
의사는 진료기록부 작성과 최종 서명을 체계화된 절차로 정립해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특히 여러 의사가 한 환자를 공동으로 진료하는 미용 병원에서는 ‘누가 언제 무엇을 기록하고 서명할 것인지’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자가 맡은 업무에 관해서는 스스로 기록하고 서명하는 습관을 기르는 편이 안전하며, 이는 향후 분쟁 예방과 책임 소재 명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필자가 진행한 사건 하나를 돌아보면 교훈이 분명해진다. 해당 의원은 대표원장과 페이닥터가 한 환자를 함께 진료했고, 각 의사는 분담한 업무를 전자차트에 상세히 입력하되 주치의인 대표원장만 서명하는 관행을 유지해 왔다. 기록 자체는 충실했음에도, 분쟁이 발생하자 환자는 “페이닥터의 서명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형사 고발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전자차트 로그인 구조와 서명 권한, 의료법 취지를 일일이 수사기관에 설명하느라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해야 했다. 실제 과실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법적, 사회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미용 병원이라도 차트 작성과 서명 확인 절차를 일상 업무 흐름에 확실히 통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록 완전성과 서명 준수를 상시 감독할 전담 인력을 지정해, 작성·서명 누락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즉시 보완하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예방적 관리가 곧 의료인의 전문성 보호이자, 환자 안전과 신뢰를 담보하는 최선의 방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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