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가 2년 만에 '제9판 당뇨병 진료지침'을 개정 발표하며, 메트포르민을 2형 당뇨병 1차 치료제로 규정한 내용을 삭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개정 지침은 근거수준과 편익이 명백한 근거기반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환자 진료에 효과가 입증되고 위험과 불필요한 치료에 대한 선택 및 대안을 부여해 당뇨병 치료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것.
급여기준 주도의 처방 관행과 치료 패턴의 변화를 위해 국내 실정 및 환자 예후에 보다 적합한 관리 방안의 모범 사례가 되겠다는 취지다.
이번 지침은 혈당조절과 췌도기능 보존을 중심에 두고 동반질환보다는 기본 병태 생리에 기반한 약제 선택을 강조해 주목된다.
개정안은 2형 당뇨병의 약물치료 전략을 '혈당강하', '췌도부전 치료', '심혈관·신장 위험 인자 조절'의 세 축으로 구조화했다. 특히 혈당 조절과 췌도기능 저하(이화작용)에 대한 다른 치료적 접근을 강조하며, 동반질환 중심의 지나친 약제 선택을 자제하도록 재정비했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은 급여 중심의 획일화된 지침에서 탈피,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지침으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학회는 "의료보험 급여 기준에 좌우되지 않는, 순수하게 근거 기반의 임상 판단을 위한 지침"이라며, 현장에서는 지침을 급여 정책과 혼동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메트포르민 1차 약제 권고 '삭제'…개별화 치료 전략 강조
그간 진료지침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던 '메트포르민 우선 사용' 권고는 이번에 삭제됐다. 대신 환자의 병태와 임상 특성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GLP-1 유사체나 SGLT-2 억제제, 인슐린 등을 포함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
초기 혈당 수치에 따라 경구약 2제, 주사제, 인슐린을 바로 선택할 수 있으며, 초기부터의 적극적 병용요법, 나아가 4제 병용요법까지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메트포르민 외에도 GLP-1RA, 설폰요소제, 다양한 경구약제 및 인슐린 제형이 조합될 수 있는 구체적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한편 췌도 기능 저하와 관련한 치료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 지침에서는 당화혈색소 9% 초과 고혈당에 다음, 다뇨 등 증상이 있을 때 인슐린을 사용한다고 기술했지만, 2025년 개정 지침은 '이화작용 증상 동반 시' 인슐린 치료를 적극 시행할 것을 명시했다.
약제 선택의 기준도 혈당 조절을 최우선으로 하고, 심혈관 및 신장질환과 같은 동반질환은 추가 고려사항으로 제시했다. 특히 국내 유병률이 높은 뇌졸중에 대해서는 별도 항목을 신설해 약제 선택 기준을 명확히 했다.
심부전, 앨부민뇨,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동반 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유사체의 우선 사용이 권고됐다. 이 경우 당화혈색소 수치와 무관하게 약제를 선택하도록 방향을 제시해, 동반질환 관리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했다.
■기술 기반 치료 강조…CGM 등 전진 배치
기술기반 치료에도 변화가 있다. 연속혈당측정(CGM)은 기존 '제한적 권고'에서 '일반적 권고'로 등급이 상향됐고,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 또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해 CGM 사용을 상시적으로 권장하게 됐다. 기저 인슐린 사용 환자도 제한적 권고로 CGM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제한적 권고에 그쳤던 자동인슐린주입기(AID) 역시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일반적 권고로 상향됐다.
약물치료 못지않게 자기관리 교육과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도 재조명됐다. 학회는 디지털 기반의 자기관리 시스템 활용을 적극 고려할 것을 권고했으며,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는 가정혈압 측정, 130/80mmHg 미만의 목표 수치를 명시했다.
또한 BMI 30 이상이며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이 있는 환자 중 비수술적 치료 실패 시에는 비만수술을 고려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뒀다.
이병완 진료지이사는 "이번 개정 지침은 단순한 혈당 수치 기반의 접근을 넘어서, 환자의 병태생리와 의학적 이득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약제 선택과 치료 전략을 제공한다"며, "일선 의료진이 기준형 지침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컨센서스 진술문(Statement)은 순차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1차 약제 제외 배경은? "급여 위주 처방에 반향"
개정된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일부 약제가 1차 약제 권고에서 제외되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가운데, 대한당뇨병학회가 그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초기 치료에서 메트포르민의 역할 재평가: 2025년 KDA 임상 진료 지침 인사이트'를 발표한 최종한 건국의대 내과 교수는 "메트포르민 1차 치료제 권고 삭제가 가장 논쟁적인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메트포르민이 표준 치료제 지위를 획득한지 굉장히 오래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된 것은 60년 정도됐고, 1차 치료제로 된 것은 20년에 불과하다"며 "2010년대 중반까지 메트포르민의 1차 치료제 지위는 굉장히 공고했고 이는 2020년까지 유지됐지만 SGLT-2i, GLP-1RA과 같은 신약들의 출시로 균열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당뇨병학회도 2021년 치료 알고리듬에서는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유지했지만 2022년부터 공고했던 지위가 퇴색했고 2023년에는 메트포르민이나 다른 약제 약제 사용(such as metformin or other agents)으로 변방으로 밀려났고, 2024년에는 아예 권고 약제에서 삭제됐다"고 말했다.
당뇨병학회도 1차 치료제 삭제와 관련 내부 위원간 pro와 con으로 나뉘어 3차례의 웨비나 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근거 중심의 지침 마련 원칙에 입각하기 위해 지침위원회는 당뇨병 진단이 얼마되지 않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각종 항당뇨병 약제의 효과를 비교한 60개 RCT의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이에 따르면 각 치료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순위를 매긴 뒤, 그 누적분포를 수치화한 지표(SUCRA)에서 1위는 메트포르민+GLP-1RA(85.8)이었고 이어 중상위권을 메트포르민+DPP-4i, DPP-4i+TZD, 메트포르민+SGLT-2i 등 병용요법이 차지했다.
단일약제에서는 GLP-1RA에 이어 메트포르민이 차지했고, 다른 단일약제간 비교 연구에서조차 메트포르민은 TZD에 이어 2위로 랭크되는 등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메트포르민이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메트포르민은 다른 약제들과 함께 병용요법으로 비교연구가 많이 이뤄진 반면 다른 약제들은 위약과 비교가 이뤄져 착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투약 6개월 후 혈당 수치 변화에서 타 약제의 감소 경향과 달리 메트포르민만 위약 대비 0.1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중 감소 효과 역시 주로 GLP-1RA와 SGLT-2i와 병용에서 효과가 나타난다"며 "메트포르민을 반드시 1차 약제에서 탈락시켜야할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메트포르민이 여전히 대부분의 환자에게 최고의 약제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메트포르민이 1차 약제 권고가 임상의사들이 환자 예후 개선을 위한 최적의 판단을 제한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며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급여화하던 2011년만 해도 메트포르민의 이득을 능가하는 당뇨병 약제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경구용 당뇨병약 단독요법에 메트포르민만 인정하고자 하는 급여 정책 시행 당시에도 의료계는 고혈압, 고지혈증 등 합병증 동반이 많은 당뇨 환자의 특수성 보다는 건보재정 절감에 초점에 맞춘 행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메트포르민의 1차 약제 급여 인정 관행이 처방의 우선순위로 작용하면서 실제 투약하지 않는 환자들도 타 약제를 사용하기 위해 메트포르민을 처방하는 행태가 빈번했던 만큼 이제는 관행 타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약물 선택 시 심부전, 죽상경화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과 같은 동반질환에 대한 이득, 혈당강하 효과, 체중에 대한 효과, 저혈당 위험도, 부작용, 비용 등의 약물의 특성과 치료수용성과 관련된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가 추가된 것도 같은 맥락.
다른 임상적 이득이 있는 다양한 2형 당뇨병 약물들이 사용 가능한 상황에서 메트포르민만을 1차 약제로 인정하는 현재 기준은 환자중심의학의 실현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지침으로 인한 현장의 변화는 제한적아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정 지침은 임상의에게 환자 맞춤형 진료를 위한 약제 선택의 기준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포석, 즉 인식 개선을 위한 선언적 의미라는 뜻이다.
개정 지침 상황에서도 메트포르민은 현재 보험급여 기준을 고려할 때 다른 계열 약물을 우선적으로 고려할만한 동반질환이 없고, 메트포르민 금기나 부작용 우려가 없으며, 환자가 사용을 꺼리지 않는다면 여전치 초치료 약물로 우선 고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회는 "지침에 따라 진료가 강제되는 것은 아니"라며 "진료지침은 특정 진료상황에서 표준치료를 정리한 것으로, 환자 특성에 따라 기존 약제의 사용도 여전히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메트포르민은 여전히 최고의 2형 당뇨병 약물 중 하나"라며 "약물치료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우선 권고를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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