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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성모병원, 두피 냉각기 도입…암 환자 '탈모 부담' 완화

발행날짜: 2026-08-18 10:54:48

항암제 투여 전·중·후 두피 18~22℃로 낮춰 모낭 손상 최소화
예방 넘어 치료 후 모발 회복 기대…환자 삶의 질 높이는 지지치료 강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머리카락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앞두고 흔히 호소하는 걱정 가운데 하나가 탈모다. 암 진단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에 더해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까지 겪으면서 일상생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는 탈모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항암치료 자체를 망설이기도 한다.

대림성모병원(이사장 김성원)이 유방암 환자의 이 같은 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영국 Paxman사의 두피 냉각기(Scalp Cooling System)를 도입했다. 국내에서 두피 냉각기가 임상연구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는 있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대림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지원 과장이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에게 특수 냉각 모자 착용법과 두피 냉각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활발하게 성장하는 모낭 세포까지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특히 유방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탁산(Taxane) 계열과 안트라사이클린(Anthracycline) 계열 항암제가 대표적인 탈모 유발 약제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첫 항암치료 후 2~3주 사이부터 모발이 빠지기 시작한다.

문제는 탈모가 항암치료 종료와 함께 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연구진이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 61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는 항암치료 종료 3년 후에도 42.3%의 환자가 치료 전 수준의 모발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성모병원이 도입한 두피 냉각기는 항암제 투여 전·중·후 일정 시간 동안 약 -4℃의 냉각수가 순환하는 특수 냉각 모자(Cooling Cap)를 착용해 두피 온도를 18~22℃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두피 온도가 낮아지면 모세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하고 모낭의 대사활동이 감소한다. 이를 통해 모낭으로 전달되는 항암제의 양을 줄이고 항암제에 의한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원리다.

환자는 항암제 투여 약 30분 전부터 냉각 모자를 착용하고, 약제 종류에 따라 항암제 투여 중은 물론 투여가 끝난 뒤에도 최대 90분간 착용한다. 이를 통해 항암치료 과정에서 탈모 위험을 낮추고 치료 후 모발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피 냉각의 탈모 완화 효과는 국내외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국내 유방암 환자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에서는 항암치료 종료 6개월 후 탈모가 지속되는 비율이 두피 냉각 적용군에서 13.5%로, 대조군의 52%보다 크게 낮았다.

또 네덜란드 두피 냉각 등록연구에서 68개 병원에서 두피 냉각을 받은 약 7,4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평균 56%의 환자가 치료 기간 중 가발이나 모자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53%에서는 모발 손실이 경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종류에 따라 효과에도 차이가 있었다. 탁산 계열 항암제 치료군에서는 78%가 가발이나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반면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에서는 40%로 나타났다.

치료 후 모발 회복 측면에서도 효과가 보고됐다. 일본 다기관 연구에서는 항암치료 종료 12주 이내 모발량이 50% 이상 증가한 환자의 비율이 두피 냉각 적용군에서 85.7%로, 대조군 50.0%보다 높았다.

두피 냉각기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유럽 의료기기규정(MDR) 인증을 받았으며, 해외 주요 암 진료 지침에서도 보조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상 적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10월 고시 개정을 통해 '두피 냉각기를 이용한 유방암 환자의 성장기 탈모 예방 요법'을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추가했다.

이에 따라 탁산 계열 또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로 치료받는 유방암 환자는 의료진과 상담을 거쳐 두피 냉각 치료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대림성모병원은 이번 두피 냉각기 도입을 계기로 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증상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지지치료(Supportive Care)를 강화할 계획이다.

탈모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환자의 심리적 부담과 치료 경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통증, 구토, 감염 등과 함께 환자 중심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판단이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은 "유방암 치료의 목표는 암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도 존엄과 일상을 지키며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탈모가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환자들이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부분인 만큼 이번 두피 냉각기 도입이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고 일상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치료 성과는 물론 치료 과정과 치료 이후의 삶까지 함께 살피는 환자 중심의 통합 암치료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림성모병원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보건복지부 지정 유방전문 종합병원으로 유방암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재활까지 이어지는 통합 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두피 냉각기 도입을 통해 암치료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환자 중심 진료를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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