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인튜이티브의 다빈치를 중심으로 빠르게 수술실을 장악하고 있는 의료 로봇이 이제 내시경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로봇이 제어하는 대장내시경 시스템이 마침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며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17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넵튠메디컬(Neptune Medical)의 로봇 대장내시경 시스템 트리톤1(Triton 1)이 FDA 510(k) 허가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리톤1은 대장암 선별검사를 위한 내시경 검사는 물론 용종 절제술과 내시경 점막 절제술(EMR),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 등 치료까지 가능한 로봇 시스템이다.
현재 대장내시경은 의사가 직접 기구를 대장에 밀어 넣으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대장은 굴곡이 많고 움직이는 장기라는 점에서 내시경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루프가 생기거나 위치가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환자의 자세를 직접 바꾸거나 간호사 등이 복부를 압박해 내시경이 대장 끝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보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넵튠메디컬이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로봇이 내시경의 각도와 위치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넵튠메디컬은 트리톤1에 자체 개발한 동적 강성 조절(Dynamic Rigidization) 기술을 적용해 이를 해결했다.
평소에는 현재 내시경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다가 필요한 순간 강성을 높여 내시경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의사가 직접 내시경을 밀고 회전시키는 대신 로봇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내시경의 위치와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다빈치나 휴고 등 기존 수술 로봇이 의사의 손을 로봇 팔로 대체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라면 트리톤1은 의사가 직접 밀고 돌리던 내시경을 로봇이 끌고 가는 방식이다.
허가 임상인 'CARE 1'을 보면 트리톤1은 당장 임상 현장에서 활용이 가능할 만큼 우수한 임상적 효용성을 보여줬다.
CARE 1은 폴란드 의료기관에서 대장암 선별이나 추적 관찰,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이 필요한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향적 임상 시험이다.
연구 결과 트리톤1을 이용한 50명의 환자 모두 맹장까지 내시경이 도달하며 삽입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또한 14일간의 추적 관찰에서 기기와 관련한 이상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내시경 삽입 과정에서 환자의 자세를 바꾸거나 복부를 압박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기존 대장내시경으로 전환한 환자도 없었다.
병변 탐지와 제거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 선종발견율(ADR)은 54.2%, 용종발견율(PDR)은 67.5%였으며 2cm 미만 용종에 대한 절제 성공률은 100%로 집계됐다.
특히 넵튠메디컬이 조준한 의료진의 워크플로우 개선면에서도 월등한 성능을 보였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 평가 도구인 NASA-TLX를 이용해 트리톤1의 사용 전후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분석한 결과 현재 대장내시경과 비교해 67%나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장내시경이 반복적으로 손목을 회전하고 내시경을 밀고 당겨야 하는 시술이라 의료진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이에 따라 과연 로봇 대장내시경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대장내시경 분야에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세계 내시경 시장의 기술 경쟁은 주로 얼마나 선명하게 병변을 보여주느냐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이 더해지면서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용종이나 선종을 실시간으로 찾아주는 AI 내시경으로 경쟁이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트리톤1은 이들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병변을 더 잘 보여주거나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시경을 움직이는 방식 자체를 로봇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국내 A대학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의료진의 부담과 숙련도 차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성"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가 많고 내시경 비용이 월등하게 싸다는 점에서 임상적, 경제적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시경과 관련한 수많은 AI가 나오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며 "결국 로봇을 들여와 얼마나 뽑아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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