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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약가인하 '도미노'…의학계 학술생태계까지 흔든다

발행날짜: 2026-01-05 05:30:00

[신년기획④]학술대회·학술교류도 직격탄…후원 감소 불가피
일각선 "제네릭 의존한 제약사…신약개발 전환 계기돼야"

제네릭 약가인하 제도를 앞둔 제약업계의 긴축 바람이 의학계 학술생태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5일 의료계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과 관련해 향후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제약사들의 학술대회 후원 규모 축소를 검토 중이다.

일부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별로 격차가 있겠지만 크게는 절반 가까이 줄이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히 학회 행사 규모 축소를 넘어 해외 연자 초청, 국제 학술교류, 나아가 임상연구 활성화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학술대회 지원 얼마나 줄어드나

학술대회는 일부 제약사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공정경쟁규약 등 규제 강화로 지속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약사 후원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155개 학회 중 60% 이상이 학술대회 예산의 60% 이상을 제약사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학술상, 연구상 등 시상하고 제품 설명회를 런천심포지엄 형태로 진행하는 식이다.

학술대회 후원금 규모는 등급별로 상당한 편차가 있지만 크게는 1억~2억원 규모까지 지원하는 제약사도 있다.

문제는 제약사들이 긴축에 나서면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형 학회는 최대한 유지하되, 지방 의사회나 하위 학회부터 후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요 학회는 금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겠지만 의사회 집담회 등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여파는 국제 학술교류에서도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해외 석학을 초청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제약사 스폰서십 없이는 학회 자체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회 임원은 "미국이나 유럽 연자를 초청하려면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강사료, 항공권, 숙박비 등 1명당 수천만원이 소요된다"면서 제약사 후원이 줄어들면 해외 연자 섭외에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제약사 후원이 줄어들면 해외 연자 초청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제 학술교류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학회에서는 이미 해외 연자 초청을 줄이거나 온라인 강연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사들이 긴축재정에 돌입하면서 학술대회 후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한 학회 총무이사는 "국내 제약사가 최근 후원에 더 보수적인 분위기"라며 "2박3일 일정으로 1천여명 규모의 국제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학회들은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과목별 의사회 및 지역별 의사회가 진행해온 학술 집담회 등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진료과목별 의사회 한 임원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발표 이후 경색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진료과목 의사회 임원은 "소그룹 집담회 추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개별로 진행했던 소규모 집담회는 사라지고 의사회 주최 학술대회로 집중화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과거의 사례에서도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 공세를 받았던 약물을 출시한 제약사는 실제로 즉시 학회 후원을 축소한 바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제약사가 특허만료로 제네릭이 출시되자 매출 감소 상황을 고려해 학회 후원을 줄이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며 "매출이 줄어든 만큼 학회 지원이나 후원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따르면 일선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등 연구에 투입하는 예산 대비 학술대회 지원 및 학술 심포지엄 등 학술적인 부분에 예산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약가인하로 매출이 줄었을 때 줄일 수 밖에 없는 항목이 될 것이라고 봤다.

제약사 한 임원은 "학술 심포지엄까지 포함하면 해당 예산 비중이 상당하다"면서 "매출이 직격탄이 오면 그대로 유지해서 갈 수는 없는 항목으로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패러다임 전환의 시그널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제약업계가 제네릭 의존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은 제약산업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제네릭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70~80% 수준으로 높게 책정해 신약 개발 자금을 지원해온 사실은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해외 대비 한국은 제네릭 약가가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약가를 국제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그 재원을 다른 곳에 활용하자는 게 정부 방침인 것으로 안다"며 "이제부터는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은 살고 제네릭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도태되도록 만들어야 글로벌 기업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가인하 제도를 기점으로 의학계와 제약업계가 모두 중장기적 생태계 재편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정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조원가가 낮은 제네릭 생산에만 매달리는 회사는 앞으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며 "이번 약가인하를 계기로 제약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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