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심사 기준 문제로 혈관질환자들이 위태롭다."
혈관질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중증 진료군 분류에서 B등급으로 저평가를 받으면서 의료 접근성이 악화될 위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혈관질환 치료 관련 저수가 제도 하에서 '제 2의 고어사 사태'가 벌어질 위기가 늘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대한혈관외과학회는 지난 9월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저수가 정책과 부적절한 중증질환 분류 체계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대구가톨릭대병원 이재훈 교수는 추계학회에서 중증질환 분류체계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급성 또는 만성하지동맥 폐쇄증이 현행 중증질환 분류체계에서 배제돼 있는 상황. 그는 "현행 중증질환 분류체계는 임상적 위험을 반영하기에 부족하고 기준이 모호해 수가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신의료기술이나 중재시술의 중요성 반영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의 이환율이 증가하면서 말초동맥질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사지 절단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다른 만성질환 유병률을 높이기 때문에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보훈병원 심장내과 김수홍 과장 또한 미국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증하지허혈괴사증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중증하지허혈괴사증 환자의 이환율이 악성림프종이나 피부암보다 높고, 5년 내 사망률은 난소암이나 골수암보다 높은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실제로 하지동맥 폐쇄 환자의 60%가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을 동반하며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환자의 30%가 다리 혈관 문제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디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혈관외과 시술이 중증도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해당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턱없이 낮은 수가체계도 문제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전강웅 교수는 수가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최근 상대가치점수 및 각종 수술 관련 수가가 상승하고 파열성 동맥류에 대한 수가가 신설되는 등 고무적 상황이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퇴동맥을 통한 혈관 내 치료를 시행해도 피부절개선이 1개라는 이유로 제한적인 수가만 적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투석 환자에게 필수적인 동정맥루 수술도 문제다. 동맥류, 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재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든 수술 수가를 동정맥루 교정술 한 가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적절한 교정술 수가 교정은 오히려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동정맥루 협착에 대한 다양한 혈관내 기구들이 사용 중인데, 보험으로 인정되는 수가보다 사용하는 기구값이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이것 역시 의료비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부산보훈병원 심장내과 김수홍 과장은 저수가 정책이 최신 의료기기 도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증하지허혈괴사증에 사용되는 최신 혈관내 치료 기구들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하다"며 "저수가 정책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이 대한민국에 공급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 개발된 최신 혈관내 치료 기구들이 동남아 국가에는 공급되지만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고어텍스 인공혈관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학회 측은 최근 고어 임원을 만나 제품 공급을 설득하고 있지만, 낮은 수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혈관외과학회 황홍필 대외협력이사는 "저수가 자체 역시 시술이나 수술을 담당하는 혈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막대한 시간과 시설을 투자하면서도 다리동맥 재개통 자체를 피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황 이사에 따르면 지역 의료기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전라남북도를 합쳐도 혈관외과 전문의가 10명이 채 안 되는 게 현실이다. 황 이사는 "대동맥 파열이나 급성 하지동맥 폐쇄 같은 응급 상황에서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의료보험 정책 이면의 불합리하고 비생산적인 처우나 오직 수가절하와 삭감만을 지적하는 평가제도, 적절하지 않은 중증분류체계는 향후 우리나라 심혈관질환 치료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고 꼬집었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