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MASH(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 신약의 탄생 후 1년. 임상 현장에서는 뜨거운 기대감이 차갑게 식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 FDA 승인 초기 레스메티롬(상품명 Rezdiffra)의 연간 치료비용은 4만 7400달러로 전망됐지만, 실제 시장 출시 후 연간 투약 비용은 약 1만 9000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보통 수십 년간 신약 개발이 실패한 영역에서 첫 신약이 등장할 경우 수요가 몰려 시장을 석권하기 마련이지만, 임상 현장에선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
레스메티롬은 1년간 투약해야 세, 네 명에서 한 명꼴로 MASH 관해를 달성할 수 있다. MAFLD 활동 점수의 악화 없이 적어도 한 단계 이상 섬유증이 개선된 비율 역시 이와 비슷해 '기대하던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쪼그라든 몸값은 이러한 실망감을 반영하는 지표인 셈.
게다가 레스메티롬은 현재 미국에서만 승인된 치료제로, 아직 유럽이나 아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는 허가되지 않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임상 전문가들은 후속 약제들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레스메티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효능과 비용 효과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최근 불붙고 있는 후속 MASH 치료제 개발 경쟁 현황 및 임상 전문가들이 진단한 각 약제별 임상 성적표를 비교했다.
■레스메티롬 첫 승인 후 1년… 초고가·제한적 효과가 '발목'
레스메티롬은 간 내 갑상선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를 표적하는 약물로, 간 지방 축적을 줄이고 염증과 섬유화를 완화하는 기전을 가진다.
FDA는 2b상과 3상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승인했는데, 3상 MAESTRO-NASH 시험에서 52주 치료 후 환자의 약 26%가 섬유화 악화 없이 NASH 소실에 도달했으며, 위약군의 10%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또 섬유화 1단계 이상 개선은 레스메티롬군에서 24%, 위약군에서 14% 선으로 상대적인 차이가 크지 않고 여전히 환자의 절반 이상은 조직학적 개선을 경험하지 못해 섬유화 진행 억제 효과 역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연간 약가가 초기 예상치 대비 낮아졌다고 해도 한화 약 2640만원에 달하는 비용은 대다수 환자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치료 옵션이 새로 생겼다는 부분은 누구라도 긍정할 만한 하지만 조직학적 호전이 4명 중 1명 수준이라면, 고가의 약제를 장기간 복용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MASH 관해의 절대적인 수치는 25.9~29.9%로 적지 않치만 심지어 위약도 관해율이 9.7%에 달한다"며 "만일 급여화가 된다고 해도 신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렴하게 장기간 광범위한 처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기대감을 식게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위고비 가속 승인 포문…실망감 → 후발 주자 관심도로
MASH는 침묵의 질환으로 불리며, 상당수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지 못한 채 진행된다. 따라서 치료제라면 단순히 간 효소 수치나 조직학적 일부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간경변 진행 억제, 간 이식 필요 감소, 사망률 개선 등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레스메티롬은 '첫 신약'이라는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임상가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만큼, 오히려 후속 약물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도 구체화되고 있다 '비싼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보다 뚜렷한 임상적 유의성과 비용 효율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
최근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FDA로부터 MASH 적응증 가속승인을 받자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의 주가가 덩달아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러한 관심의 방증으로 해석된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이미 체중 감량과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다. 가속승인은 비만과 MASH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병태생리를 반영했다. 임상에서 위고비는 72주 투여 후 간 조직검사에서 NASH 소실을 경험한 환자가 위약 대비 유의하게 많았으며, 체중 감량에 따른 대사 개선이 간 조직학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비만 치료제라는 확실한 적응증과 장기간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돼 있어 MASH 환자에게 바로 적용하기 용이한 부분도 강점이다. 특히 MASH 환자 다수가 비만을 동반하는 만큼, 체중 감량 효과가 질환 개선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임상 전문가들의 평.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약은 월 투약 비용이 50만원 안팎이라 그나마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인다"며 "MASH 치료에서 가장 확실한 효과를 입증한 방법은 생활습관 개선, 특히 체중 감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체중 5% 이상 감량하면 간 내 지방이 감소하고 체중 감량 폭에 따라 간 조직학적인 염증 개선은 물론 섬유화까지 유의하게 개선될 수 있다"며 "실제로 2015년 발표된 연구에서 체중을 10% 이상 줄인 환자의 90%에서 MASH가 소실되고, 45%에서 섬유화 개선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고 나면 새 임상 성적표…전 세계 200개 후발주자 '각축'
전 세계적으로 약 200개 이상의 후보물질이 NASH/MASH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약 영역에서 경쟁을 벌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각각 GLP-1/GIP 이중작용제 기반의 MASH 신약후보물질 서보두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하며 전장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비만 적응증에서 이미 압도적인 체중 감소 효과가 입증한 터제파타이드는 MAS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간 지방량이 크게 줄고 조직학적 개선 신호를 보여주어 기대감을 키운다.
서보두타이드 역시 대사 개선과 간 조직 개선 효과를 동시에 입증해, 단순한 지방간 치료를 넘어 포괄적 대사질환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어 FGF21 유사체 에프럭시퍼민(efruxifermin)은 최근 발표된 2b상 BALANCED 시험에서 16주 투여 후 환자의 약 39%에서 NASH 소실 및 섬유화 1단계 이상 개선을 입증, 레스메티롬 대비 더 높은 반응률을 보얐다. 또한 혈중 지질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 지표 개선 효과도 확인돼 대사질환 동반 환자에서 활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라니피브라노(elenifibranor)는 PPAR α/δ 이중작용제로, 간 지방 축적 억제와 대사 개선에 특화돼 있다. 2상에서 간 조직학적 개선 신호를 보였으며, 현재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다.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GLP-1 기반 약물로서 MASH 환자에서 체중 감소 및 조직학적 개선 효과를 동시에 입증한 바 있으며, 위고비와 함께 가장 현실적인 치료 옵션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GLP-1/GIP 계열, FGF21 유사체, PPAR 작용제 등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은 단순히 간 내 지방 축적 억제를 넘어 체중, 대사, 염증을 포괄적으로 조절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레스메티롬과 달리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섬유화 개선률, 장기 복용 안전성, 체중 관리 효과, 대사질환 동반 개선 여부 등이 주요 비교 지점으로 이러한 간접 비교는 향후 보험 급여 여부와 시장 점유율을 가르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간 관련 주요 학회들도 쏟아지는 '임상 성적표'를 주요 세션으로 다루며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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