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5년간 바뀐 CRPS 법적 지형…남은 과제는 정당한 보상"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25년 전에는 CRPS 자체를 인정받는 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인정된 환자가 얼마나 정당하게 보상받느냐가 더 큰 문제입니다."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25년 넘게 다뤄온 법무법인 서로 이강일 실장이 그동안의 실무 경험을 집대성한 연구를 내놨다.최근 발표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의 법적 평가에 관한 연구'는 CRPS의 법적 인정 여부부터 손해배상과 의료과실, 산업재해, 국가유공자,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인정까지 CRPS가 다뤄지는 법 영역 전반을 판례와 제도 변천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특히 인과관계와 책임제한, 노동능력상실률 등 실제 소송에서 반복되는 쟁점을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이 실장이 CRPS를 처음 접한 것은 약 25년 전. 당시에는 법원과 변호사들조차 질환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손해배상 범위보다 CRPS 발생 사실을 인정받는 것이 더 큰 쟁점이었다.이강일 법무법인 서로 실장그는 "그때는 법원도 CRPS에 대해 모르고 원고·피고 측 변호사들도 잘 몰랐다"며 "법무법인에서 의료소송을 주로 하다보니 이 사건을 한번 해보자고 해서 외국 문헌이나 판례를 찾아가며 연구했다"고 밝혔다.이후 법무법인 서로는 교통사고를 비롯해 산재와 국가유공자 인정 사건 등 CRPS 관련 소송을 꾸준히 맡았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인정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판례를 이끌어냈고, 해당 사건은 2019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실장이 이번 연구를 통해 25년간의 법적 변화를 되짚은 배경이다.논문에는 CRPS의 의학적 특성과 진단기준에 대한 검토도 상당한 비중으로 담겼다. 이를 토대로 사고와 CRPS 사이의 인과관계와 입증책임, 기왕증과 책임제한,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를 분석하고 의료과실에서의 주의의무와 설명의무까지 다뤘다. 여기에 산재보험의 추가상병과 장해등급, 국가유공자 인정,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인정 문제까지 확장해 CRPS의 법적 평가 체계를 종합적으로 살폈다.그는 "기존 CRPS 관련 연구가 손해배상이나 의료과실 등 개별 영역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실제 판례와 제도 변천을 여러 법 영역에 걸쳐 분석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차별점"이라며 "법무법인에서 작성했던 서면들이 논문에 많이 들어가 있어 실무 경험과 노하우가 논문으로 집대성된 셈"이라고 했다.이어 "논문 작성은 구상부터 완성까지 약 6개월이 걸렸지만 실무 서면과 학술 논문의 차이뿐 아니라 법학과 의학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며 "특히 CRPS의 의학적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면서도 법학 논문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논문과 판례를 폭넓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한 계기도 남다르다. 손해보험사에 근무하는 자제와 함께 법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손해보험사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법률 실무를 해온 이 실장에게 대학원 연구는 자신의 경험을 학술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했다.현재 이 실장이 가장 주목하는 문제는 책임제한이다. CRPS는 작은 사고나 외상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고 발병 기전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고와 손해 사이의 소인이나 손해 확대 가능성을 들어 가해자의 배상책임을 크게 제한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실제로 논문은 이러한 책임제한이 과도하게 이뤄질 경우 피해자의 실질적인 보상이 지나치게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이 실장은 "해외에서는 책임제한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낮은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40~50%에 이르는 책임제한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며 "CRPS 환자는 사고 이후 평생 극심한 통증을 안고 살아갈 수도 있는데 책임제한으로 보상까지 크게 줄어들면 이중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그는 "그렇다고 CRPS의 주관적인 통증 특성에서 비롯되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무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며 "논문에서도 신체검사와 심리평가 등을 감정 과정에 활용해 도덕적 해이를 감별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당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선을 그었다.장애 평가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았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통증 자체에 의한 장애를 원칙적으로 배제해 운동기능장애가 없는 CRPS 환자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으며, 산재나 국가유공자 제도와 비교해 동일한 환자의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문제도 있다.이 실장은 앞으로 해외 사례를 추가로 연구해 국내 CRPS 보상 체계의 개선 방향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25년 전 CRPS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받는 데서 시작한 싸움이 이제는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어떻게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할 것인가'로 넘어가야 한다고 과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