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정책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의무화…의료계 쓰나미급 태풍
이지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1-04-2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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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피셜| 2021년 대폭 강화된 비급여 공개·설명·보고 A to Z
  • |진짜는 시작도 안했다…의료계, 비급여 3단 콤보 타격 예고
|의정피셜|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흐름과 쟁점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명목하에 비급여 관리에 나선지 수년째 접어들었다. 매년 의료기관 및 공개 항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1년 6월을 기점으로 비급여 보고 체계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 메디칼타임즈는 비급여 고지, 공개, 보고 등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의료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2021년 6월, 의료계에 비급여 진료비용을 둘러싼 공개, 설명, 보고에 이르는 쓰나미급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총 616개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진료비에 대해 설명도 해야하고, 이에 덧붙여 (거의 모든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해)방대한 분량의 진료비용을 정부기관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2021년부터 의원급까지 공개의무가 확대된 데 이어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설명 조항이 신설됐고, 마지막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의무까지 더해지면서 일선 의료기관 입장에선 3단 콤보 충격을 받은 셈이다.

지금까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에 대해서는 자유로웠던 의원급 의료기관 입장에서 올 한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대폭 늘어난 셈이다.

또한 이는 상급종합병원부터 종합병원, 병원, 의원급까지 모두 해당하는 파장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공개, 논란의 서막은 언제부터?

정부가 10여년째 주목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의 일련의 흐름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지난 2010년, 정부는 비급여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고지할 것을 요구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는 해당 의료기관 내 책자를 비치하거나 게시판에 안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다보니 '고지' 수준에서는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됐다.

결국 2012년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서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 단계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2013년 상급종합병원 43곳 대상으로 29개 항목을 대상으로 비급여 가격을 조사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급여 진료비용 논란의 서막이 올랐다.

이때만 해도 일부에 그치는 수준으로 전체 의료계 영향은 미미했다. 2015년 12월, 의료법 제45조2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을 조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2016년 9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를 본격화하면서 의료기관에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2013년도 시작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해야 하는 항목은 20여개. 이후로도 2014년 37개, 2015~2016년 62개 수준이었지만, 2016년을 의료법 제45조2 개정을 기점으로 매년 급속히 늘었다. 지난 2017년에 공개해야하는 비급여 항목은 123개에서 2018년 223개, 2019년 389개, 2020년 564개로 늘었다. 여기에 2021년에는 616개로 다시한번 늘었다.

항목만 늘어난 게 아니다.

2020년,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의무 대상이 병원급으로 확대된 데 2021년에는 의료법 제42조의3 개정으로 의원급까지 대상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6만5464개소가 616개 항목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해야한다.

이에 대해 일선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도 반대 서명 명부(1만1054명)를 복지부에 제출하며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일선 한 개원의는 "개원가도 의료기관 내 비급여를 안내문 등을 비치하고 있는데 추가로 진료비 공개 대상을 의원급까지 확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존에 '고지'와 달리 '공개' 의무화는 정부가 정한 규정에 맞춰서 입력을 해야하는 불편이 있다"면서 "일선 개원가에선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뿐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환자가 요구할 경우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해 의료진(혹은 의료진이 지목한 직원)이 직접 설명을 해야한다. 이는 단순히 공개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료현장에서 혼선이 예상된다.

진료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고민할 시간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같은 환자가 두세명만 되어도 대기중인 환자 진료일정이 꼬일 수 있다는 게 개원가의 우려다.

지방의 모 내과 개원의는 "외래에서 진료비용을 직접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 될 수 있다"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화룡점정 찍은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하지만 여기까지는 서막에 불과했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지는 2020년 12월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21년 6월부터 의원급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해야한다. 올해 법제처 심사일정으로 8월 18일로 일정이 늦춰졌지만 약간의 시간을 벌었을 뿐 숙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비급여를 공개해야 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데, 현재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은 사실상 거의 모든 비급여 항목을 포함한다. 의료계 내부에서 사실상 '비급여 청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잠시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의료기관장은 매년 2회, 복지부령으로 정한 제증명수수료 등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을 보고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존 의료법 제45조 제2항에서는 '항목, 기준 및 금액의 현황을 조사·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라고 명시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금액 이외에 '진료내역'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진료내역이라 함은 비급여 진료비용 이외에도 상병명, 횟수, 해당 비급여 관련 시술, 주연령대 등을 포함해 방대해질 수 있다.

이는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 과정을 마친 만큼, 복지부는 그대로 이행해야하는 만큼 돌이킬 순 없는 과제.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 소비자단체들과 전문가 자문회의를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방향이 잡히지 않는 상황.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방식은 황당한 수준이다. 의료계의 안을 제시할 수도 없을 지경"이라면서 "현재 정부안대로 추진한다면 아마 90%이상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아무리 행정부서가 있더라도 제출해야할 양 자체가 워낙 많아 감당하기 힘들고 상당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이 같은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절충안이 나올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21년부터 의원급 이상 전체 의료기관들은 비급여 공개와 더불어 환자에게 설명, 진료내역 등을 고지해야한다.
■비급여 공개·설명·보고 3단 콤보, 반대 이유는?

의료계가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를 우려하는 데에는 복잡한 이유가 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한 비급여 진료내역을 포함한 자료는 쉽게 말하면 진료 차트를 통째로 제출하라는 얘기"라며 "결국 의사마다의 '비기'를 내놓으라는 의미인데 이는 민간의료기관의 사적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당초 의료법 개정안의 목적은 급여화 과정에서 참고하고자 자료를 보고해달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일단 모든 자료를 다 내놔봐라는 식은 취지에서 맞지않고, 의료기관 입장에선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내과 개원의 관계자는 "누구를 위한 진료비 고지인지 모르겠다"면서 "비급여 진료비를 고지, 공개하고 여기에 설명까지 하는데 추가적으로 신고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일선 의료기관의 비급여 정보를 확보한 이후의 행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정부가 의료기관의 비급여 정보를 확보한 다음 심사, 삭감 등이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실손보험사 측에 의료기관의 비급여 정보를 전달, 실비보험과 연계해 삭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행정비용 등을 이유로 인센티브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소비자 단체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또한 쉽지 않은 상황임에는 공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3차례 진행했는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에서 시행 시점을 6월로 잡고 있어 그전에는 고시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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