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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연결하는 터키로…이스탄불의 중심, 탁심광장

양기화
발행날짜: 2015-12-14 05:14:40

양기화의 '아내와 함께 가는 해외여행Ⅱ' [23]

이스탄불의 중심, 탁심광장

뱀문양 수조
아야 소피아 박물관을 나오기 전에 나르텍스에 전시하고 있는 유물들을 돌아보았다. 커다란 잔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뱀문양 수조(Snake patterned pool)이라고 표시되어있는 것이 전부다. 대리석을 깍아 만든 이 수조는 2011년에 공개된 비잔틴제국의 유물 가운데 하나이다. 아기아 소피아 대성당에서 거행된 세례식에서 사용되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기아 성당이 모스크로 바뀌었을 때부터는 사원의 내부를 밝히는 등불에 넣을 기름을 담았다.(1)

세례식에 사용하는 물을 담았던 수조에 뱀을 새겨 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구약성서에 기록된 대로라면 뱀은 인간이 하느님과의 약속을 깨도록 유혹한 사악한 존재로 인식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기아 소피아 성당이 아담 혹은 이브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새 생명을 축복하는 세례수를 담은 수조에 뱀을 그려 넣은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

이리니 황후의 석관(좌), 구리로 만든 화폐(우)
벽 아래쪽에 놓인 대리석 석관은 이리니 황후의 유해를 담은 것이다. 2층 지성소 쪽의 벽에 그려진 ‘콤니노스’ 성화에 남편 요안니스 2세 콤니노스 황제와 함께 그려져 있다. 황후의 유해를 담은 관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죽은 뒤 이승에 남기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석관 맞은편 구석에는 구리종이 하나 놓여 있다. 아무 설명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이것은 일종의 화폐로 빙 돌아가면서 아름다운 문양이 양각되어 있다.

아야소피아 사디르반
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지기에 일단 박물관을 나서면서도 무언가 미진한 느낌이 남는다. 미리 챙기지 못해서 놓친 것들이 발길을 붙들었던 모양이다. 문을 나서자 박물관에 입장할 때는 가이드 뒤를 따라가느라 바빠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사디르반(Şadırvanı)이 눈길을 끈다.

사디르반은 무슬림들이 모스크에 들기 전에 몸을 씻거나 마시기 위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아야소피아 사디르반은 술탄 마흐무드1세 때인 1740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열여덟 개의 작은 기둥을 끼워 넣은 대리석 원통 위에 현란한 문양을 새긴 황금빛 원통과 기둥을 올려놓았고, 서른두 개의 황금빛 막대로 된 반구(半球)를 얹어 놓았다.

위쪽에 있는 튤립 모양의 청동색 띠에는 ‘우리는 모든 것을 물로부터 창조했다.’라고 적혀 있다. 지붕은 여덟 개의 대리석 기둥을 연결한 아치와 처마 위에 배치돔 형태로 덮여있는데, 아야소피아 사디르반은 이스탄불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로 꼽히고 있다.(2)

아야 소피아와 잠시 작별한 일행이 향한 곳은 다섯 번째 쇼핑을 위한 가게이다. 이동하는 중간에 슐레이만 모스크 곁을 지나지만 일정에 없다는 이유로 버스 안에서 설명을 들어야 했다. 터키한인여행협회가 운명한다는 잡화점이다. 이곳에서 선물로 쓸 터키전통과자와 석류엑기스 그리고 장미오일을 조금 샀다. 가게에서 얻은 수익으로 터키와 한국을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쇼핑을 마친 다음에는 이스탄불의 명동이라는 탁심광장으로 갔다. 선택관광상품인 이스탄불 야간 시티투어의 시작이다.

탁심광장에 세워진 공화국 독립 5주년 기념비
탁심광장에 도착한 일행이 버스를 내린 곳은 1928년 피에트로 카노니카가 만든 공화국 기념비(Cumhuriyet Anıtı) 부근이다. 터키 공화국의 독립 5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터키어로 탁심(taqsīm)은 ‘분배’ 혹은 ‘분포’를 의미하는데, 오스만제국 시절 이곳에는 이스탄불 북쪽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석조 저수지가 있었던데서 유래한 것이다. 지금은 이스탄불의 지하철 노선들이 모이는 중심지가 되고 있다.(3)

터키의 노벨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 에서 이스탄불 사람들이 탁심광장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주인공 갈립이 탁심광장을 걸으면서, ‘거대한 칠면조처럼 교통체증과 씨름하고 있는 버스, 그 뒤로 천천히 기어가는 놀란 바닷가재 같은 전차, 항상 어둠 속에 있기를 고집하는 희미한 모퉁이가 있는 탁심 광장이야말로 자신의 우주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4)

이스티클랄거리를 달리는 트램(좌), 손수레 가게(우)
공화국기념탑에서 출발해서 이스탄불성당 아래에서 시작되는 보행자도로인 이스티클랄(독립)거리에 들어섰다. 여행객은 물론 수많은 터키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워 거대한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보행자도로라면서도 이따금 차량이나 트램이 지나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탁심광장에서 출발하는 노스타르기지 트램(nostalgic tram)이다. 트램에 매달려 가는 사람이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 것은 트램이 천천히 달리기 때문인가 보다. 물 흐르듯 밀려가는 사람들 사이에 공간을 만들고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조그만 손수레에 간식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

이스티클랄 거리의 뒷골목(좌), 백화점 입구의 검색대
거리 양편으로는 나이키, 피자헛, 맥도날드와 같은 외국 브랜드를 파는 가게들 일색이고, 터키 고유의 상품을 파는 가게는 뒷골목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뒷골목이 복잡하고 치안상태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멀리 들어가지 말라는 가이드의 경고 때문에 입구에서 기웃거리고 말았다.

일행들과 함께였다면 용기를 내볼 수도 있었겠지만, 호기심이 때로는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객쩍은 용기로 다른 일행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흥미로운 점은 백화점입구에 보안검색대가 있어 들어가는 사람들을 검색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테러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증거일 터이다.

실제로 2010년 10월 31일에는 탁심광장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경찰과 민간인이 부상당하기도 했는데, 이날도 보니 광장 구석에 경찰차가 서 있고, 경찰들이 순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행기간 동안 우리 외교부가 보내는 문자를 매일 받고 있었다. 지난 8월 이스탄불에서 테러사건이 있었다면서 다중이 밀집한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었다. 그런대도 우리는 탁심광장에 나선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그동안 이라크 및 시리아와 터키의 국경지대에 국한하여 철수권고를 내리고 있었는데, 앙카라에 폭탄테러가 있었던 지난 10월 10일자를 기하여 터키의 나머지 지역에 대하여도 1단계 남색경보를 내리고 있어 여행에 유의해야 한다.

이스티클랄거리가 탁심거리로 갈라지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거리를 메운 사람들의 열기에 동참해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약속한 집합시간에 탁심광장에 모인 일행은 인근에 있는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터키에 와서 처음 먹는 한식이었다. 메뉴는 닭볶음탕과 오징어볶음이다.

닭볶음탕은 더 끓여서 국물을 자작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추가밥이 1유로라고 잘라 말하는 쥔장의 냉정한 응대가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터키를 여행하면서 가졌던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마저 가시게 만들었다. 차라리 터키 전통음식을 먹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튀넬역
저녁식사를 마치고 갈라타다리로 이동한다. 탁심광장 지하에 있는 튀넬역에서 로프트레인, 즉 푸니쿨라(Füniküler)를 타고 카라쾨이역으로 가서 전철로 갈아탔다. 튀넬-카라쾨이선은 1875년에 개통되었는데,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지하철이자 노선 길이가 573미터에 불과하여 세계에서 최단노선이기도 하다.

로프트레인으로 설계한 까닭은 탁심광장으로 오르는 언덕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프랑스의 건설회사가 파리 메트로를 놓기 전에 시험삼아 만들어봤다는 설과, 베이오울루 지역에 있는 고급 호텔과 항구를 연결하기 위한 교통수단으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5)

참고자료

(1) Today's Zaman. 2015.12.12. Ancient baptism pool uncovered at Hagia Sophia.
(2) Ayasofya Müzesi. Şadirvan.
(3) 위키백과. 탁심광장.
(4) 오르한 파묵 지음. 검은책 1권 316쪽, 민음사, 2007년
(5) 위키백과. 이스탄불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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