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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없다는 정부, 이번엔 다를까

발행날짜: 2026-03-23 05:00:00

의료산업1팀 임수민 기자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정부가 또 한 번 '소통'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은 최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이라는 직함까지 언급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태도 변화를 강조했다.

정책 당국자가 답을 미리 정해두기보다,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해답이 보인다는 것이다.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서 '소통'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퇴색된지 오래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수차례 협의체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했다"고 자신했지만, 의료계는 "정답을 정해놓고 통보하는 방식일 뿐"이라며 냉소를 보냈다.

몇 달간 머리를 맞대고 신나게 회의를 해도, 막상 발표된 정책을 보면 현장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동상이몽'만 반복됐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이 던진 메시지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결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과거 의정협의체를 '보여주기식 세레머니' 위주였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전 방식을 스스로 부정하며, 반면 현재는 매우 실무적이고 콤팩트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토록 '솔직함'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차관은 "안 되는 부분은 안 된다고 솔직히 말하고 관점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사했다.

무조건적인 합의를 종용하기보다,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신뢰 회복의 시작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국민 눈높이'를, 의료계가 '환자'를 중심에 둔다면 교집합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논리다.

사실 의정 갈등의 정점이었던 의대 증원 이슈는 이제 주사위가 던져진 상태다. 하지만 의료계 앞에는 여전히 산더미 같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구체적인 수가 체계 개편, 지역 의료 붕괴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 그리고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까지. 어느 하나도 정부가 단독으로 밀어붙여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약가제도 개편 논란 역시 비슷한 장면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선의 불가피성을 강조하지만, 제약업계는 "충분한 논의 없이 방향이 먼저 정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책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세부 설계 과정에서 업계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의료계에서 반복돼 온 소통의 간극이 약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의료계가 정부를 불신했던 이유는 과정의 부재가 아닌 결과의 일방성 때문이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콤팩트한 실무 협의'가 단순한 속도전이 아니라, 진정으로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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