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계열 치료제들이 잇따라 국내 허가를 받으며 임상현장의 치료 패러다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임상 현장에서는 치료 효과 못지않게 이상반응, 즉 부작용 관리가 치료제 활용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애브비는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엘라히어(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를 올해 상반기 국내 임상 현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엘라히어는 FRα(엽산수용체 알파) 양성 난소암 치료에 승인된 ADC로, 백금저항성 난소암 치료 영역에서 약 1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다. 암의 성장과 전이, 치료 저항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FRα를 표적으로 한다.
특정 바이오마커인 FRα의 발견과 이를 표적하는 엘라히어의 등장은 생존율 개선에 한계를 보여왔던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이전에 1~3차 전신 치료를 받은 FRα 양성 백금저항성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난관암·원발성 복막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 허가를 받았다.
애브비는 로슈진단의 동반진단 검사 허가에 따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승인 절차가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치료제 출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은 "난소암은 치료를 반복할수록 백금계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고, 재발 환자의 상당수가 결국 백금저항성 단계로 진행한다"며 "기존 표준요법은 생존 개선 측면에서 임상적 이점이 제한적이었고, 신뢰할 만한 바이오마커 역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FRα라는 바이오마커의 발견과 이를 표적으로 한 엘라히어의 등장은 난소암 치료가 정밀의학 중심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ADC의 국내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임상 현장과 제약업계의 관심은 점차 이상반응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ADC 계열 치료제인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현장에서 간질성 폐질환(ILD) 또는 폐렴 등 중증 부작용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약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전례를 감안할 때, 엘라히어 역시 이상반응 관리가 주요 고려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엘라히어의 대표적인 이상반응으로는 안구 독성이 꼽힌다. 각막병증, 시야 흐림, 안구 건조 등의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다만 임상 현장에서는 해당 부작용이 비교적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허가 임상시험에서도 대부분 1~2등급에 그쳤으며,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약 1% 수준에 불과했다.
세브란스병원 이정윤 교수(산부인과)는 "치료 전 안과 검진과 치료 중 협진을 통해 충분히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부작용"이라며 "사전에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용량 조절과 안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반응 관리 ADC 급여 잣대로
보험당국 역시 항암신약 급여 평가 과정에서 이상반응 관리의 중요성을 점차 강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유럽종양학회(ESMO)가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제시하는 ESMO-MCBS(ESMO-Magnitude of Clinical Benefit Scale) 점수가 주요 평가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치료 효과와 함께 안전성 역시 주요 판단 기준으로 검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폐암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심평원 관계자는 "최근 병용요법이 증가하면서 부작용 이슈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며 "이상반응 관리 측면에 대해서도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ESMO-MCBS 점수를 주목하고 있다”며 “유럽의 건강보험 구조가 국내와 유사한 점이 많아 참고 가치가 크고, 임상 문헌은 퍼블리시된 자료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상 현장에서는 보험당국의 이러한 기조 변화가 ADC 계열 치료제 도입 확대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임원인 한 상급종합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신약 도입과 함께 병용요법이 늘어난 점도 고려 요인이겠지만, 가장 큰 배경은 ADC"라며 "초고가 치료제인 만큼 효과뿐 아니라 이상반응 관리 역량이 급여 논의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진 체계 구축 등 이상반응 관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느냐가 향후 ADC 계열 치료제 급여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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