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의협 집행부가 ▲성분명 처방 강제화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검체 위·수탁 고시 개편 투쟁 핸들을 쥐게 됐다.
25일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협 대의원회가 여러 의료 현안에 대한 투쟁 주체로 김택우 집행부를 선택했다. 비대위 설치 안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 결과 173명이 표결에 참여해, 121명이 반대했다. 찬성은 50명이며 기권은 2명이었다.

대의원들은 임총 결의문을 통해 집행부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투쟁 방식을 두고 숙의한 끝에, 분열을 막고 모든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대의원 산하 별도의 비대위 설치 대신, 현 집행부에 투쟁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
이에 따라 집행부는 모든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저지에 총력을 다하고, 성과 없이는 없이는 물러서지 말라는 당부다.
또 의협 대의원회는 정부와 국회에 ▲성분명 처방 강제화 법안 영구 철회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법안 폐기 ▲검체 위·수탁 고시 개편 전면 백지화 ▲재논의에서 전문가 의견 최우선 반영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들이 반영될 때까지 투쟁한다는 각오다. 또 의협 회원들에게 집행부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축하고 투쟁에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의협 집행부는 이미 이 같은 현안에 총력 대응 중이며, 향후에도 정부·정치권의 일방적인 입법 시도가 계속된다면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국회의 입법 시도는 의료의 기본 정신과 면허의 중요성을 망각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또 집행부는 이 같은 법안들을 의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로 판단하고 총력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를 향해 의료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했다.

김 회장은 제43대 집행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국회·언론 등과의 접촉을 통한 실리적 대응에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의정 사태의 매듭을 짓고 의료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또 대화와 소통을 기반으로 합리적 전략을 이어오며, 무너진 국민과의 신뢰 관계와 대외 소통 창구 복원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법 시도는 의료계와의 협력·상생을 포기하는 일이라는 것. 이는 의료의 본질을 왜곡하며 면허의 영역을 훼손하고, 의약분업의 원칙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이다. 만약 정부와 국회가 비현실적인 입법과 정책을 강행한다면, 집행부는 주저 없이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는 경고다.
김택우 회장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14만 회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단일 대오해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누가 주도하든, 어떤 형식을 취하든 지금 이 순간 협회를 구심점으로 해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디 저희 제43대 집행부가 악법과 개악으로부터 의료를 지켜낼 수 있도록, 대의원 여러분께서 지지와 성원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집행부는 대의원 여러분의 격려에 힘입어 국민 건강과 의권 수호를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 같은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회원들의 변화와 행동을 촉구했다. 의료계 역시 무조건 반대가 아닌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당부다.
김 의장은 정부·정치권이 보는 시각과 실제 의료 현실 간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은 정부가 제공해야 할 공공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이는 오히려 다음 세대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국무회의에서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짚었다. 단순히 경보를 해제했다고 해서 실제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동안의 의료계 대응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단순한 반대 표명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의료계가 정책 논의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6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목표로 "한의사 노인 주치의제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등 전 국민에게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주치의 모델 도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반면 의료계는 그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정책에 반대만 하는 데 그쳤다는 것. 하지만 노인 주치의제는 본질적으로 의료 전문성을 전제로 한 제도인 만큼, 의사들이 이 역할을 외면할 경우 정책 주도권이 다른 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의장은 "이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설령 어려운 정책이라 할지라도, 이젠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집행부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집행부가 혼자 애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오늘 이 자리에서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임시 총회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변화하고 함께해야만 한다. 이 어려운 의료 환경을 단순히 '우리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라며 "그래야만 진정으로 국민과 아픈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올바른 의료 정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임총을 발의한 의협 주신구 대의원은 연설을 통해 현 의료계 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대한민국 의료 정책이 의사들을 통제하고 동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질시와 불신의 대상이 되어왔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는 진찰, 검사, 수술 비용을 저렴하게 정해놓고 의사를 악마화하며 기본권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성분명 처방 강제화 시도에 대해, 약품 수급 불안정의 근본 원인이 약품 원료 수급 문제나 제약사의 가격 불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 없이 의사들을 쥐어짜는 강제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 정말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약 조제 장소를 의원과 약국 중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 분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다.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과 관련해선 의료인에게 면허된 의료 행위만 허용하는 의료법 27조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엑스레이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이를 한의사에게 허용할 시 국민 건강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검체 위·수탁 고시 개편 역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도가 고시대로 시행될 경우 1차 의료 기관이 검사 위탁 관리료, 상대가치점수 삭감, 배분 비율 조정 등으로 삼중의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 이는 결국 1차 의료 기관의 검사를 막고 국민의 질환 조기 발견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정부가 발주한 용역 보고서에서도 위·수탁 기관 간 상호 정산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편, 이날 의협 회관 입구에선 전공의의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 같은 의료 현안으로 자칫 전공의에 대한 의료계 관심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향후 정책 및 집행부 방향 결정 시 전공의 입장도 헤아려 달라는 요구다.
대한전공의협회 회장 후보인 이태수 전공의는 "오늘은 중요한 자리인데도 전공의 선생님들이 참여가 저조하다"며 "여러 이유로 참여하지 못하셨겠지만, 전공의들도 의사 전체에 대한 현안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우리 목소리가 의사 집단 내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는 반면, 의사 단체 전체가 움직여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최근 이슈가 과도하게 많아 자칫 전공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집행부가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전공의들의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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