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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들, 한국 의료계는 왜 이렇게 중구난방인가요?

강지형 학생
발행날짜: 2022-03-14 05:10:00

강지형 학생(서울의대 본과 3학년)

안녕하세요, 선배 의사 선생님들. 저는 이제 갓 실습을 돌기 시작한 본과 3학년 학생입니다. 지난한 COVID-19 사태 가운데서도 최전방에서 싸우느라 수고가 얼마나 많으신지요. 오늘은 이 지면을 빌려, 평소에 제가 갖고 있던 질문 하나를 여쭙고자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의대생의 눈으로 보기에도,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모순적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치료보다는 간독성의 원인에 가까운 한약에 건강보험료를 쓰느라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약값을 걱정해야 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세상의 이치일진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의사는 돈을 못 벌고, 쉽고 편한 일을 하면 돈까지 더 잘 법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과에 가장 사람이 없습니다. 이공계에서는 교수가 못 되어 난리인데, 여기서는 대학병원의 교수 자리도 마다하고 개원가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기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런 명백한 모순을 마주하고도, 한국 의료계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런 근본적 문제에서 파생된 문제를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의사들은 서로 싸우기 바쁩니다. PA 합법화 논쟁은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의사 수련에 독이 될 걸 알면서도 대학병원이 간호사들을 PA로 쓰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 자리를 채울 의사가 없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 아닙니까. 그 자리를 채울 의사는 왜 없습니까? 병원이 그들에게 줄 돈이 없기 때문 아닙니까. 병원이 그들에게 줄 돈이 왜 없습니까? 결국 만성적 저수가에 허덕이기 때문 아닙니까.

저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의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PA 제도는 음지에서든 양지에서든 시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왜 의사들은 저수가 체제가 아니라, 버티다 못해 PA 양성화를 선언한 병원에 화살을 쏘는 것입니까? 방 안에 앉아 있는 코끼리를 지적하면 코끼리를 내보낼 생각을 해야지, 왜 그 코끼리를 언급한 사람을 타박하는 것입니까?

이러한 싸움이 국민 건강을 위한 의학자들 간의 고결한 논쟁으로 비치기라도 하면 차라리 다행이겠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의사란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진 만큼 그에 걸맞는 자정작용을 해내는 집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에는 대한의사협회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전문성 있는 의사 집단을 떠올리는 사람보다는 성폭행범 의사와 대리수술한 의사 면허 지켜주려고 애쓰는 부패한 직능단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이미지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저야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는 자세히 알아보고 판단하려 하기 보다는 막연한 '이미지'로 결정을 내려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의사들은 이런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되었을까요. 제가 보기에 그 이유는 의사들이 어젠다 세팅에 뒤처졌기 때문입니다. '강력범죄자 면허 박탈'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법안을 밀어 부치는 사람들에게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니, '강력범죄자 면허 박탈에 반대하는 의사들'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집니다.

공공의료, 지방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먼저 정부에서 들고 나오니, 그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표하는 것이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당합니다. 만약 의협에서 먼저 '성범죄자 면허 박탈'을 제안하고, 지방의료 고사를 막기 위한 정책을 제안해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었다면 여론은 어떻게 달랐을까 하고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이라도 저는 의사단체가 '정치 집단'이 아닌 '전문가 집단'으로서 힘을 쓰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체계적인 논의를 거쳐 고안한 정책들을 선제적으로 사회에 제시해 '개혁에 저항하며 몽니를 부리는 집단'의 이미지에서 '개혁에 앞장서며 항상 쇄신하는 집단'의 이미지로 변모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의사라는 카테고리 안에 속한 수많은 사람들의 견해를 조율해 하나의 목소리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대한민국 의료의 백년대계를 그려낼 저력을 가진 이들이 선배님들과 저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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