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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주어진 두 갈래 길, 임상 vs 기초(feat. 중개의학자)

이진규 학생(경북의대 본과 4학년)
발행날짜: 2022-02-28 05:30:00 업데이트: 2022-02-28 08:58:55

이진규 학생(경북의대 본과 4학년)

의과대학을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 의사들은 병원에 인턴의 이름으로 취직하게 된다. 한 때는 의학을 배우며 기초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도 있지만, 실제로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은 1% 미만이다. 의과대학에서 배운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인체에 대해 연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매력을 가진 기초 연구자의 길을 대부분 선택하지 않고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의의 길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의대 졸업생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임상 의학자와 기초 연구자,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중개의학 연구자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하얀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병원에서 환자를 맞이하는 의사의 모습이 임상 의학자의 모습이다. 이들은 6년간의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의사 국사고시를 통과해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수련 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의 수련을 받는다. 수련을 모두 마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직후 받는 '일반의' 자격에서 특정 과에 대한 '전문의'로 승격하게 된다.

총 10-11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의들은 동네 병원에서 일하기도 하고 개인 병원을 세우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2-3년간의 임상강사 과정을 거쳐 우리가 대학병원에서 만날 수 있는 의과대학 교수님이 된다.

이 때, 임상 강사에게 중요한 것이 '연구'다. 의과대학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물론, 의학 수준의 진보를 위해 임상 의학 연구자로써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야 하고, 동시에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의과대학 학생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다. 모든 임상강사가 한정적인 의과대학 교수가 될 수는 없기에, 그 자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것이 임상의학 연구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이다.

예를 들어 위암 수술을 하는 외과 교수를 희망하는 전문의가 있다고 하자. 이 전문의가 임상강사의 위치에서 환자를 수술하면서 현재 통용되는 수술법 혹은 환자 관리에서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가 효과적임을 입증하기도 하고, 그것이 환자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평가해서 잘 짜인 논문의 형태로 출판하는 것이 임상 연구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기초연구자의 삶은 임상 의학자의 삶과 판이하게 다르다. 6년간의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의사 국가고시를 거쳐 일반의가 되는 것까지는 동일하지만, 병원에 취직하지 않고 학교에 남아 의과대학 대학원 과정을 거친다. 인턴, 레지던트와는 다르게 5년간 대학원생으로 기초 의학 연구를 배우게 되는데, 이 때 배우는 기초 의학 연구는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의 전단계로 병의 기전이나 새로운 치료법의 원천 기술 등을 개발한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중요한 연구지만, 실제로 정립된 진단법이나 치료법을 바꾸고 신약이 개발되는 데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5년간의 대학원 박사과정 교육 및 연구과정을 수료한 의사에게 주어지는 것은 전문의 자격이 아닌, 의학과 박사 학위가 주어지고, 이후 더 많은 연구경험을 쌓아 의과대학 기초의학 교수가 되거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다. 아쉬운 부분은 환자를 보는 임상 의학자, 전문의의 자리에 비해 직업적 안정성과 경제적 보상이 제공되지 않아 단순히 개인적인 흥미만으로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부분이 연구 자체에 강한 흥미를 가지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임상 의학자로서의 진로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이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임상적 발견에서 출발해 실험실에서 그 기전을 연구하고 치료법을 개발해 다시 병원 현장에서 치료법으로 적용, 확대 되는 과정을 거치므로 기초와 임상의 공동 연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두 과정의 전문가가 매우 상이한 커리어 과정을 가지고 있어 공동 연구가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중개의학이다. 사전적으로 중개의학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과 인간의 질병과의 관련성을 결정함으로써 인간의 건강과 수명 향상을 목표로 하는 연구분야'로 정의한다. 풀어서 서술하면 '기전을 가진 기초 연구를 병원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수행하는 연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척추 측만증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하는 세 개의 집단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론에 근거하여 측만증이 발생할 때 주변 근육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체 역학적으로 척추에게 가해지는 힘들이 어떻게 측만증을 유발하는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둘째는 척추측만증 환자를 모아서 그들의 생활습관과 측만증의 정도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어떤 의학적 처치를 통해 측만증이 개선되고 환자가 치료될 수 있는지 조사하는 연구자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 세번째로, 첫째 그룹이 밝힌 측만증 환자에게 가해지는 근육 혹은 구조적인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의 치료법과 생활습관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고 그 효과를 평가하는 집단이 있다. 이들이 중개 의학자들이다.

인생에서 자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면서 적절한 경제적인 보상도 주어진다는 것은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의사라는 직업을 획득한 이후에도 다양한 삶의 모양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는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특히나 연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의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기초연구든, 임상 연구든, 중개의학 연구든, 무언가 새로 발견하고 내 생각이 그것과 같음을 증명하고 나아가서 아픔 가운데 있는 환자에게 힘이 되어주는 무엇을 만들어가는 기쁨을 많은 의사 과학자 지망들이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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