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한국다케다제약의 P-CAB '원조' 보신티정(보노프라잔푸마르산염)이 내달 1일 국내 출시된다. 파트너사 선정과 맞물려 보신티의 출시 준비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존 케이캡·펙수클루·자큐보 중심의 국내 P-CAB 시장이 본격적인 4파전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22일 메디칼타임즈 취재 결과, 한국다케다제약은 보신티정(10mg·20mg)의 국내 출시 일정을 내달 1일로 확정했다. 보신티는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달리 위산 분비에 관여하는 효소를 칼륨과 경쟁하는 방식으로 억제하는 P-CAB 제제다.
보신티는 ▲위궤양 치료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투여 시 위·십이지장궤양 재발 방지 등 4개 적응증에 대해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마쳤다.
2019년 첫 허가 이후 급여 등재에 이르지 못해 2024년 12월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가, 지난해 12월 재허가를 취득하며 재도전에 나선 끝에 얻은 결과다.
보건복지부는 22일 보신티정과 함께 보노프라잔 염변경 의약품인 '보노엠정(마더스제약)'의 급여 기준 신설 고시안을 11월 1일자로 행정예고했다. 지난 1월 보신티와 동일한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보노엠정과 보노칸정(경보제약)은 보노프라잔의 결합 염을 푸마르산염에서 토실산염으로 변경한 자료제출의약품으로, 두 제품 모두 마더스제약이 생산한다.
후발 주자인 보신티가 견고한 처방 기반을 다진 국내 P-CAB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영업망 이 필수적이다. 현재 케이캡은 HK이노엔과 보령이, 자큐보는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각각 손을 잡고 시장을 공략하는 등 공동판매(코프로모션)가 핵심 영업 전략으로 자리 잡있다.
이에 따라 보신티 역시 국내 대형 제약사와의 공동판매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으로는 종근당, 한미약품, JW중외제약 등이 있다. 후발 주자인 보신티정 판매를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영업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P-CAB 경력직' 종근당 유력…JW중외 행보도 눈길
후보군 가운데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곳은 단연 종근당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보신티의 공동판매 파트너로 종근당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종근당이 1순위 후보로 꼽히는 배경에는 P-CAB 시장에서 검증된 영업력이 있다. 종근당은 2019년부터 2023년 말까지 케이캡의 공동 판매를 맡아 블록버스터 등극을 이끌었고, 2024년 4월부터는 대웅제약과 펙수클루를 공동 판매하며 연속성을 이어갔다.
마침 대웅제약과 펙수클루 계약이 지난 8월 31일자로 종료(10mg·40mg 재고 유통은 11월 말까지)되면서, 대웅제약은 9월부터 단독 판매로 전환하고 종근당은 새로운 P-CAB 파트너를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다만 종근당그룹 계열사인 경보제약이 보신티의 염변경 후발약인 '보노칸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경보제약은 마더스제약에 보노칸 생산을 위탁하고 있으며, 두 회사는 지난 8월 다케다의 보신티 관련 특허 3건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종근당이 오리지널 보신티 공동 판매를 맡을 경우, 그룹 내에서 오리지널 영업과 제네릭 사업이 충돌할 수 있어 향후 보노칸 판매 계획과 특허 분쟁을 어떻게 교통정리할지가 관심사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JW중외제약의 행보도 묘하다. JW중외는 지난 7월 8일 보신티와 성분이 같은 제네릭 제이피캡정(10mg·20mg)을 허가받았다. 자체 제네릭을 보유한 상태에서 오리지널 품목의 공동판매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것이다.
특히 특허 관련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JW중외와 계열사들은 지난 8월 25일 다케다의 보신티 특허 3건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했다가, 바로 이튿날인 26일 모두 취하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보신티 공동 판매 협의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선 JW중외가 과거부터 P-CAB 제제 판매를 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4000억 돌파 앞둔 P-CAB 시장…보신티 경쟁력은?
보신티가 합류할 국내 P-CAB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3686억 원 규모였던 국내 P-CAB 계열 원외처방액은 올해 4000억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에 달한다.
현재 시장은 HK이노엔의 '케이캡(테고프라잔)'이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대웅제약의 '펙수클루(펙수프라잔)와 온코닉테라퓨틱스(제일약품)의 '자큐보(자스타프라잔)'가 추격하는 구도다.
올해 상반기 원외처방액은 케이캡이 약 1200억 원(전년 동기 대비 14.6%↑), 펙수클루가 약 538억 원(24.6%↑), 자큐보가 약 468억 원(171.5%↑)을 기록했다. 특히 2024년 10월 급여 출시된 자큐보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4~5월 월간 처방액에서 펙수클루를 앞지르기도 했다.
기존 선발 주자들은 적응증 확대와 제형 다변화로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케이캡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요법 등 총 6개의 폭넓은 적응증과 구강붕해정 제형을 확보하고 있으며, 펙수클루는 위염 관련 위점막 병변 개선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자큐보 역시 위궤양 등으로 적응증을 늘리고 구강붕해정을 추가했다.
후발 주자인 보신티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풍부한 해외 처방 데이터와 4개의 초기 적응증이다. 보노프라잔은 2015년 일본 출시 이후 탄탄한 임상 및 처방 근거를 축적했으며 미국에서도 허가돼 쓰이고 있다. 국내 허가 적응증(4개) 역시 케이캡·펙수클루보다는 적지만, 현재 2개 적응증을 보유한 자큐보보다는 넓어 초기 처방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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