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악성 림프종과 백혈병 등 다양한 암종에 사용되는 항암제 '엔독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의료 현장의 수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 공급 가능한 동일 성분 대체 주사제가 없어 수급 불안이 불가피한 탓이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엔독산주500mg(시클로포스파미드)의 공급부족을 보고했다. 이달 12일부터 본격적인 공급부족이 예상됐다.
1995년 국내 허가된 엔독산주는 악성 림프종과 다발성골수종, 백혈병, 유방암 등 7개 적응증에 사용되는 국가 필수항암제다. 부광약품이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번 공급 불안정과 관련해 의료계에 관련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급 차질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입 후 진행한 무균시험에서 확인된 품질기준 일탈이다. 주사제 특성상 철저한 무균성 확보가 필수인 만큼 부광약품은 잠재적 품질 문제를 고려해 해당 물량의 출하를 전면 보류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현재 현장에서 구매 자체는 가능해 완전한 품절은 아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초 해외 원료 공급처 일정에 따르면 12월 중 공급이 정상화될 전망이었다. 부광약품 차원에서 수급 정상화를 위해 해외 공급처와 공급 일정을 조율해 온 결과, 내부 관련 부서의 지속적인 협의와 대응을 통해 공급 재개 시점을 오는 11월 9일까지 약 한 달 앞당겼다.
현재 추가 물량은 10월 중순 입고가 예정돼 있으며, 부광약품은 품질시험 등을 거쳐 오는 11월 9일부터 원활한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공급불안이 일단락되더라도 구조적인 수급 취약성은 여전히 남는다. 엔독산주는 국내 대체제가 전무한 데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또다시 품질 문제나 수입 일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광약품은 낮은 수익성 탓에 국내 수요에 맞춰 필요한 물량 위주로 공급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엔독산주는 경제성이 낮아 정부가 지정한 생산원가보전 대상 '퇴장방지의약품(이하 퇴방약)'이다. 퇴방약은 환자 진료에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생산이나 수입이 기피되는 의약품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6월 엔독산주500mg의 건강보험 상한금액을 기존 5654원에서 7507원으로 32.8% 인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예기치 못한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서 수급 불안을 막지 못했다.

이러한 구조적 위험은 다룬 필수의약품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올해 10월 기준 퇴방약 목록을 보면, 부광약품이 보유한 퇴방약은 씬지로이드정 등 내복약 16개, 헥사메딘액 등 외용제 3개, 홀록산주1000mg 등 주사제 3개를 포함해 총 22개 품목에 달한다. 20개 품목은 생산원가보전, 나머지 2개는 사용장려 및 생산원가보전 대상이다.
필수의약품의 낮은 채산성에 기인한 공급 위기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허종식 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급중단·부족이 보고된 품목 135건 가운데 채산성 문제나 판매 부진에 따른 경우가 4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건이 엔독산주 같은 항암주사제였다.
특히 경제적 사유로 인한 공급중단·부족 보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6.7%(30건)니 급증했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퇴방약과 국가필수의약품 등 공급 유지가 중요한 제품을 다수 취급하고 있다"며 "정부 지침과 권고사항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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