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최근 강남 일대 치과와 성형외과 등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면·전신마취 시술 후 환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정작 수면마취를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의원 10곳 중 8곳 이상이 응급상황에 대비할 제세동기나 인공호흡기조차 갖추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방청, 의료기관평가인증원(중앙환자안전센터)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마취 진료비 청구 건수는 2021년 29만 8375건에서 2025년 42만 8425건으로 5년 새 43.6% 급증했으며, 2026년 상반기(6월 기준)에만 이미 23만 6,043건에 달했다.

특히 상주 마취과 의사가 없어 외부 마취의사를 일시 초빙해 시술하는 '초빙 마취'는 2021년 5만 1291건에서 2025년 8만 6732건으로 무려 69.1% 증가했다.
그러나 현장의 응급 소생 인프라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올해 상반기(1~6월)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 등 수면마취·진정 약물 처방이 집중된 상위 440개 의원급 의료기관의 장비 보유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기도 확보 실패 및 호흡부전 시 생명을 지킬 인공호흡기를 보유·신고한 의원은 단 2곳(0.5%)에 불과했다.
심정지 발생 시 골든타임을 확보할 제세동기를 갖춘 곳도 15.0%(66곳)에 그쳤으며, 무려 85.0%(374곳)가 미보유 상태였다. 전신마취기 보유율 또한 17.5%(77곳)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인프라 결손은 낡은 법령 기준에서 비롯됐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법정 '수술실'과 '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를, 제세동기는 '중환자실'에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술실로 등록하지 않고 외래 처치실이나 내시경 검사실 등에서 정맥주사로 수면마취를 진행하는 대다수 의원급은 인공호흡기와 제세동기를 비치하지 않아도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입법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
의료 현장의 위기는 소방청 데이터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6.8) 의료관련시설로 119 구급대가 출동한 건수는 총 47만 4634건에 달했다. 이 중 마취·시술 부작용 추정 환자 이송 현황을 보면 ▲심정지 1만 5509건 ▲의식장애 2만 9382건 ▲호흡곤란 5만 8768건이 발생했다. 특히 119 구급차 안에서 심폐정지 환자만 1025명에 달했다.
환자안전사고 감시망 또한 마비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소병훈 의원실에 제출한 '의원급 환자안전사고 보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3만 3606건의 환자안전사고에서 중증은 단 1건(0.0%)에 불과했다.
의원급 환자안전사고 통계는 의료기관 자체 보고보다는 약국 단계에서 약사가 처방 오류를 사전에 걸러내어 보고한 건이 대다수(97%)를 차지하고 있어, 의원급 1차 의료기관 내부의 자율보고 체계 및 주의경보 사후관리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행 '환자안전법' 제14조제2항이 중대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을 '200병상 이상 병원급 및 종합병원'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의원급은 사망 사고가 나도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소병훈 의원은 "병상 수는 단순한 입원 수용 능력일 뿐, 시술의 위험도와 마취의 치명성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단지 200병상 미만이라는 이유로 의원급 마취 사망사고가 국가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고, 10곳 중 8.5곳이 제세동기조차 없이 환자를 마취하는 무방비 상태를 방치했다는 것은 국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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