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고혈압학회가 2026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간, 처음으로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를 별도 항목으로 다루며 임상적 위치를 정리했다.
커프리스 혈압계는 차세대 측정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학계는 활용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표준 혈압 측정법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16일 의학계에 따르면 최근 고혈압학회는 진료지침 개정판에 커프리스 혈압계를 반영, 임상적 활용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커프리스 혈압계는 팔에 커프를 감아 압박하는 기존 혈압계와 달리 광학센서, 압력센서, 심전도(ECG) 등을 이용해 혈압을 추정하는 장치다. 최근 웨어러블 기술 발전과 함께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고 있지만, 측정 원리와 정확도 수준은 제품마다 차이가 크다.
스마트워치형 혈압계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 심박수와 운동량, 수면 정보까지 함께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손목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어 진단용보다는 건강관리 목적의 활용이 주를 이룬다.

반지형 혈압계는 손가락에 착용해 24시간 혈압 변화를 측정할 수 있어 휴대성과 편의성이 뛰어나고 수면 중 혈압 관찰에 유리하지만, 손가락 혈류 상태나 체온 변화의 영향을 받기 쉬워 정확도 검증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패치형 혈압계는 피부에 부착해 장시간 연속 모니터링이 가능해 의료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로 제품 수가 많지 않고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한계가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진료지침 '8.2. 혈압 측정 기기와 기기의 검증' 항목에서 진료실혈압, 활동혈압, 가정혈압 측정 모두에 대해 검증된 커프형 혈압계 사용을 권고등급 I, 근거수준 C로 제시했다.
커프리스 혈압계는 진료실 밖 혈압 측정 시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등급 IIb, 근거수준 B를 부여했다. 같은 혈압 측정 기기라도 임상적 활용 수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학회는 일부 커프리스 기기가 활동혈압 측정에 준하는 정확도를 보이며 임상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평가했지만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정확도 검증뿐 아니라 측정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기 종류와 연구에 따라 정확도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기기별 추가 검증이 필요하고, 자가 측정 편의성을 바탕으로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학회 측 판단.
'8.2.2. 혈압계의 검증' 항목 역시 학회는 커프리스 혈압계 역시 임상적 정확도 검증이 필요하며 일부 기기에서 정확성이 입증된 사례가 있지만,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통일된 검증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적인 환경뿐 아니라 일상 활동이 이뤄지는 동적 환경까지 포함한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식은 국제 학계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유럽고혈압학회는 2022년 성명을 통해 표준화된 검증 프로토콜 부재 등을 이유로 커프리스 혈압계를 고혈압 진단 및 관리에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DOI: 10.1097/HJH.0000000000003224).
이후 학회는 2023년 기술 발전을 반영해 커프리스 혈압계를 평가하기 위한 ▲정적 정확도 평가 ▲기기 위치 변화 평가 ▲치료에 따른 혈압 변화 평가 ▲각성·수면 상태 평가 ▲운동 상태 평가 ▲재보정 안정성 평가까지 6개 검증 항목을 제시했다(DOI: 10.1097/HJH.0000000000003483).
문제는 현재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한 기기가 없다는 것. 최근 관심을 모은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는 검증 항목 가운데 3개를 충족했다.
2025년 발표된 캐나다 고혈압 성명(doi.org/10.1093/ajh/hpae154)은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성명은 "현재 판매 중인 커프리스 기기 중 어느 것도 인정된 검증 기준을 사용해 정적 및 동적 조건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며 "캐나다의 권장 기기 목록에 등재되려면 커프리스 기기가 ESH 2023 검증 프로토콜에 설명된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 원내 환자 모니터링 사업을 하는 A 업체 관계자는 "혈압 측정까지 모니터링 영역을 확장하고자 커프리스 방식 기기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며 "측정에 시차가 있어 환자의 위급한 순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게다가 환자들마다 신체 특성이 다르고 컨디션에 따른 부종 특성에 따라 측정 편차가 발생했다"며 "아직은 임상적으로 활용할만한 수준의 신뢰성에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판단, 커프리스 혈압계 사용 계획은 보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