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고령화 사회에서 의료계의 주요 화두는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과 조기 진단'이다. 간, 췌장, 신장 등 이른바 '침묵의 장기'에 발생하는 질환이나 무증상 미세 결절, 결석 등은 뚜렷한 통증을 동반하지 않아, 증상이 발현된 후에는 이미 병세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1차 의료기관(동네 의원) 중심의 선제적 스크리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예방의학의 최전선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진단 도구가 '초음파'다. 방사선 피폭 위험이 없고 실시간으로 장기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현대 의학의 '제2의 청진기'로 불린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과 달리, 기기를 다루는 시술자의 숙련도와 해부학적 지식에 결과가 크게 좌우되는 '시술자 의존적(Operator-dependent)' 검사다.
기기의 해상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화면상의 미세한 에코(Echo) 차이를 감별해 내는 것은 결국 의사의 몫. 초음파 진료에 있어 지속적인 교육과 과학적 근거 창출이 필수적인 이유다.
올초 대한임상초음파학회의 신임 사령탑으로 취임한 장재영 이사장(순천향의대 소화기내과)은 근거기반의 초음파 진단 표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일을 재직 기간에 추진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장 이사장은 과거 대한간학회에서 홍보이사와 의료정책이사, 그리고 대한간암학회 학술이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정책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만성 C형 간염의 국가 건강검진 도입'이다.
C형 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 시 완치율이 매우 높다. 장 이사장은 간학회 임원진 활동 당시, C형 간염 선별검사가 간암 발생률과 장기적인 국가 의료비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등 역학적·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 언론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결국 C형 간염 선별검사가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장 이사장은 "당시 정책을 추진하며 얻은 교훈은, 의학적 진실이 진료실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가 제도로 정착될 때 비로소 국민의 건강을 폭넓게 지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1차 진료의 핵심 스크리닝 도구로 자리 잡은 초음파 역시 개별 의사의 술기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진단 표준화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1만 2천여 다학제 지성, '단순 교육' 넘어 '근거 창출'로
대한임상초음파학회는 2012년 창립 이후 국내 초음파 교육과 연구를 주도해 온 대표적인 다학제 학회다. 현재 내과와 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 의사뿐만 아니라 개원의, 전임의, 전공의 등 1만 2천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총 27회의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2016년과 2025년에는 국제학술대회인 ISCU(International Symposium of Clinical Ultrasound)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국제적 위상을 다져왔다.
장 이사장은 학회의 위상이 점차 커지면서 어깨는 무겁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대학병원과 개원가, 전문의와 전공의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초음파를 다루는 진료과 간 학술 교류를 확대하는데 방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다.
특히 학술대회에서의 교육은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이다. 대표적인 핸즈온 스쿨은 실제 환자 진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습 중심 교육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향후에는 초급, 중급, 고급 과정으로 세분화하여 회원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춰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장 이사장은 "실전용 스킬을 공유하기 위해 전공의, 전임의, 개원의 등 대상별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확대하고,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대와 교류를 통한 목표도 중요한 과제다. 우선 초음파 교육의 질적 향상과 표준화다. 검사자에 따른 진단 편차를 줄이고, 환자에게 안전하고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교육 시스템 구축하겠다는 것.
게다가 다기관 연구를 통한 임상적 근거 창출도 있다. 이는 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임상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초음파 진단의 객관적 가이드라인과 과학적 근거 마련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외 학회 공식 학술지인 'Clinical Ultrasound'의 국제적인 학술지로 업그레이드하고 정책학회로서의 역할 확대와 대한의학회 산하 학회로 가입하는 과제도 넣었다. 장 이사장은 "학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대한의학회 가입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 보건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 학회의 전문성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대외홍보'와 '꾸준한 수련을 거친 주치의'
그러면서 '대외홍보와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현재 순천향서울병원 진료부원장으로서 현장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는 그는, 올바른 의료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초음파 검사를 단순한 보조검사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 학회는 앞으로 홈페이지와 SNS, 유튜브 콘텐츠, 건강강좌,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초음파 검사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간암 조기진단을 위한 정기 초음파 검사의 중요성, 초음파를 활용한 질환 예방 및 조기 발견의 의미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학회가 정립한 초음파 진단의 표준화 작업과 의학적 가치가 대중에게 정확히 전달되어야 한다"며 "정부, 언론 등 외부 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대외홍보를 통해, 합리적인 초음파 관련 의료 정책이 입안될 수 있도록 학회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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