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지역의사제 도입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합의하면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법안은 오히려 일차의료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의에서 지역의사제 도입, 비대면 진료 제도화, 국립대병원 관리체계 일원화 등이 논의됐다. 이날 회의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지역의사제가 지역 의료인력 불균형 해소를 위한 주요 대책의 하나로 부각했다. 입법 과정에서 의료계, 전문가 등과 지속 소통해 제도 세부 사항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필수·공공의료 위기의 시급성을 고려해,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 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소관부처의 복지부 이관을 정기국회 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에게 이 과정에서 교육 연구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비대면 진료도 제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의사제와 비대면 진료는 표면적으론 의료 접근성 강화라는 목적이지만, 서로 '통제'와 '방임'으로 방향이 상충해 오히려 일차 의료시스템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김재연 이날 분석 보고서를 내고 지역의사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 제도를 도입해도 10년 의무 복무 기간 만료 후 해당 지역을 이탈하는 현상이 100%에 가깝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문제를 10년 뒤로 미루는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 일본에서도 자치의대, 지역 쿼터 등 유사 제도가 있었지만, 의무 이행 후 의사 10명 중 9명이 도심으로 이탈했다는 설명이다. 이보다 유연성이 낮은 한국 모델의 실패는 명백하다는 것. 특히 강제로 배치된 의사에게서 높은 동기 부여를 기대하기 어려워 지역 주민이 감수해야 할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위험도 크다고 우려했다.
또 지역의사제 의무 복무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뿐더러, 의무 불이행 시 의사 면허 취소 등 처벌이 과도해 과잉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고 봤다.
비대면 진료 역시 초진 허용과 민간 플랫폼의 역할에 대한 규제가 미비할 시 일차 의료체계 붕괴와 의료 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환자의 표정, 목소리, 촉진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대면진료 원칙이 붕괴해 심각한 질병을 놓치는 오진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에서도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 소송의 66%가 '오진' 때문에 발생했으며, 평균 손해배상액이 약 7억 2000만 원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아는 증상 표현이 정확하지 않고 질환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어 청진, 촉진 등 대면 진찰이 필수적이라는 경고다.
반면 민간 플랫폼은 이 제도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데, 환자 유인, 의약품 광고, 별점. 후기 등으로 의료를 상품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은 수익성이 낮은 재진 대신 거래량과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초진 허용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시 ▲초진 절대 불가 ▲의원급 중심 ▲플랫폼 엄격 규제 ▲의사 재량권 보장 등 4대 핵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다. 또 김 이사는 이 원칙이 영국 NHS 모델이나 일본 주치의 모델이 추구하는 '안전성'과 '공공성'을 따르는 합리적인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이사는 필수의료 붕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수가의 즉각적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필수의료는 OECD 평균 3배에 달하는 업무량 대비 3분의 1 수준의 저수가 상황이라는 비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 수가 인상이 아닌 위험도·난이도를 반영한 '공공정책수가'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전면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의대생의 64%가 의료사고 법적 부담 때문에 필수의료를 기피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정부는 의사들이 왜 지역과 필수의료를 떠나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을 철저히 외면
하고 있다. 진짜 원인은 의사 수가 아닌 유인 구조 파탄"이라며 "정부는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는 소극적이면서 오진 위험이 큰 비대면 진료에 30%를 가산하는 수가를 책정했다. 이는 플랫폼 산업 특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역시 의료계의 요구를 외면한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하다"며 "현재 정부안은 의사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사망 사고'를 사실상 제외해 필수의료 유인책으로서의 실효성이 없다. 형사처벌 면제의 전제로 책임보험·공제 의무 가입을 통한 신속하고 충분한 민사 배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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