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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감수하고 소아재활했더니, 수도권 '역차별'에 폐업 위기

발행날짜: 2023-02-17 12:12:41 업데이트: 2023-02-17 12:13:20

[정밀진단]소아재활 병원 건립 및 수가 지원 투 트랙…모순 발생
"수도권 민간 소아재활 의료기관도 시범사업 참여 기회 필요" 호소

'재활 난민' 장기간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장기간 입원이 어렵고 의료시설도 없어 재활병원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재활치료가 필요한 소아청소년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소아에 특화된 재활치료를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의료기관이 극히 드물어 소아청소년 환자는 특히 의료기관을 찾아 삼만리다.

정부 역시 소아 재활치료 부족 문제는 인지하고 있던 터. 소아재활 치료 지원을 위해 두 가지 형태의 사업을 시행했다.

하나는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 운영 시범사업, 다른 하나는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및 센터 지원 사업이다.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이 성장기 전반에 걸쳐 중증 장애아동의 치료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공과 민간이 어린이 재활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적으로 중증 장애아동의 치료를 담당하기 위함이었다.

전자는 발달장애 아동에게 재활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을 선정해 지정하고 수가를 상향 지급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상향된 수가에다 병원 및 센터 건립비와 운영비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은 아예 지난 정부의 국정과제였고, 이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담기면서 실현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 경기도, 인천을 아우르는 '수도권'은 배제됐다. 재활치료 접근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정부는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및 참여 기관으로 수도권 이외 지역 5개 권역에서 7개 병의원을 지정했다. 당초 8개 권역별 최대 3개까지 지정한다는 정부의 목표에는 한참 모자라는 숫자였다.

정부는 지난해 한 번 더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 공모를 통해 4개 권역 8개 병의원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로써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15곳이 됐다. 물론 수도권에 있는 병의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현황.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두개의 병원을 2021년 새롭게 지정했다.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에는 2021년 이전까지만 해도 6개의 병원 및 센터가 참여하고 있다. 모두 수도권 이외 지역이다. 2021년에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5개 병원 및 센터가 추가로 지정됐다. 어린이재활병원 및 센터를 설립하는 의료기관은 건립비만 병상 수에 따라 최소 36억원에서 최고 100억원까지 지원을 따로 받는다. 이들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은 여전히 건립 중인 곳이 수두룩하며 일부는 내년 말에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 정상적인 운영을 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돌연 수도권에 있는 소아재활 치료 병원을 지정하겠다는 공모를 진행했고 지난해 서울재활병원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을 최종 선정했다. 이들 병원은 인건비로 9억375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러자 정부 정책이 수도권 소아 재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을 '역차별'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재활치료 접근성이 높다며 수도권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 혜택은 배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을 소아재활 치료 병원으로 지정하니 정부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는 수도권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공모를 진행하면서 수도권이 "미충족 의료수요 및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병원 지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권역에 속한 시도"라는 이유를 들었다. 재활치료 접근성이 높다는 기존 방침과는 명확히 배치되는 지점이다.

소아 중증장애 치료에 나설 병원과 의원을 지정해 '네트워크'를 구축토록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제도 시행 3년이 지난 현재 진척 없이 수도권에서는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과 민간 병의원의 경쟁만 남게 되는 상황만 만들어진 셈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 관계자는 "올해 새로 생긴 과다 보니 업무 파악에 한창"이라며 "공공어린이 재활병원과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은 별개로 시작하다 보니 두 사업을 어떻게 연결 짓고 정확성을 맞출지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소아재활 병원 지정에 민간 의료기관 경영 타격 현실화

정책적인 모순이 발생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는 소아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그 외 의료기관, 특히 의원급은 폐업 위기까지 몰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아재활 치료 모습. 환아와 치료사가 1대1로 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강서큰나무재활의학과)

소아재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수도권 소아재활 병원 지정은 희소식이었지만 소아재활 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날벼락을 맞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수도권 공공어린이 재활병원은 정부 지원을 받다 보니 진료비가 민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환자 이탈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 나아가 더 나은 근로조건을 찾아 직원 사직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수익'을 기대하고 소아재활 치료에 뛰어든 게 아니었는데, 정부 정책에 휘둘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일선 소아재활 의원은 "올해를 버티기 힘들다"며 고개를 젓는 모습이다. 중증 장애 아동에게 꼭 필요한 전문재활치료는 치료를 많이 할수록 적자가 심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소아재활 치료를 시작한 지 5년째인 구명회 원장(강서큰나무재활의학과)은 "장애 아동과 보호자의 특성상 치료 결석률, 일명 예약 부도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높다"라며 "치료도 모든 과정 내내 치료사가 환아와 1대 1로 진행해야 하며 소아재활치료는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선호하지 않는 영역이라 임금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증 장애 아동을 치료하는 수도권 민간 소아재활 의료기관 어려움은 지방과 다르지 않다"라며 "수도권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지정 후 우수 직원 유출, 비용이 더 저렴한 병원으로 환아 이동이 생겨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 원장은 기존 성인 재활 환자를 위해 운영하던 80병상을 없애고 2018년 소아 재활환자 치료를 위해 환경을 바꿨다. 그는 소아재활 치료에서 발생한 적자를 현재 일반 성인 환자 통증 진료를 통해 메우고 있다.

그는 "보호자들의 소아재활 진료 계속해달라, 없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말에 버티고 있다"라며 "수도권도 지방 재활의료기관이 겪는 어려움이 다르지 않은데 정부 정책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게 더 큰 박탈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 원장의 말처럼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배제됐다가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으로 몰리게 된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에 수도권 공공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네트워크 모임은 "수도권 민간 소아재활의료기관 어려움은 지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 수도권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이 모임에는 이번에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지정을 받은 김성우 일산병원장과 이지선 서울재활병원장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아 중증 발달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병의원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함께'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정부의 대전제에는 모두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래 소아 재활 환자 치료를 위한 권역별 필요 적정 의원 수. 심평원 연구 보고서 내용 재가공.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 운영 시범사업 성과평가 및 지정 규모 확충 방안 연구(연구책임 박진관 부연구위원)' 보고서에서도 수도권의 소아재활 치료가 미충족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는 당장 외래 환자를 위한 의원 3곳이 더 필요하고, 외래환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총 41개의 의원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는 입원 병상을 중심으로 미충족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총 14개의 병원이 더 필요하다고 나왔다. 연구진은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에는 11개의 의원이 적정하고, 인천은 6곳, 경기도는 23곳의 의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진은 "현재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은 수도권 외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입원 중심의 병원을 지정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입원의 지역 자체충족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자체충족률이 높은 외래 중심으로 의원에 대한 수도권 지정을 도입해 외래 어린이 재활환자의 치료여건 및 활성화를 도모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도권 공공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네트워크의 요구는 단 하나다. 시범사업을 수도권 지역으로까지 확대해 민간 소아재활의료기관에도 시범사업에 적용하는 수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이미 복지부는 2020년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실시 당시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공지한 바 있다. 수도권의 많은 중증발달장애 아동에게 심한 역차별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수도권 민간 소아재활 의료기관도 시범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자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많은 장애 아동이 지금처럼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편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원장 역시 "수도권에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지정한 게 문제라는 게 아니다. 정책적인 모순이 생겼는데 이유도 알 수 없어 답답한 것일뿐"이라며 "민간 소아재활 의료기관에도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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