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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연결하는 터키로…떠나는 모든 길은 아름답다

양기화
발행날짜: 2015-12-28 05:13:35

양기화의 '아내와 함께 가는 해외여행Ⅱ'[마지막 회]

떠나는 모든 길은 아름답다

그랜드 바자르 구경을 마지막으로 7박9일 터키여행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아나톨리아반도의 절반을 도는 살인적(?)인 일정을 무사히 소화해냈다는 뿌듯함과 터키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문화유산의 일부만을, 그것도 눈도장 찍듯 보고 말았다는 아쉬운 느낌이 진하게 남았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그동안 막연하던 터키에 대하여 눈을 뜨는 기회가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은 곳을 골라볼 수 있는 자유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여행한 일행들은 단체여행에 최적화되어 있었던 것도 좋은 여행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동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편 다른 일행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배려하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오히려 가이드가 약속시간에 늦게 나타나기도 했지만, 전체 일정에서 약속시간에 늦은 일행은 없었다. 환상의 여행팀이었다.

카피라이터 김재호는 "여행은 장소의 여행임과 동시에 사람의 여행이다"라고 했다. 그 사람의 범주에는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여행지에 사는 사람,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 그리고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까지도… 단체여행에서는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단체여행에서 만난 인연이 발전하여 또 다른 여행을 함께 하는 등 관계를 이어가는 분들도 있다. 그런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함께 여행을 하는 잠시의 인연으로 끝나는 경우에도 나의 삶에 영향을 남기는 것 같다.

단체여행의 특성상 터키 사람들의 속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게 접촉할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자유여행으로 터키를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터키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70세가 되던 해에 살던 집을 처분하고 세계를 여행하는 '집 없는 삶'(Home Free Life)을 즐기는 린 마틴과 팀 마틴 역시 터키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인들은 터키라고 하면 고대 유적과 청록색 바다와 아름다운 직물과 향신료와 첨탑과 궁전 정도를 떠올리지만, 사실 터키의 진정한 보물은 터키 사람이었다. 터키사람들은 다정하고 영리하며 사귐성이 좋고 재미가 있었다.(1)"

마틴 부부처럼 살아보는 것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 그래도 집 떠나면 X고생이라고 하는 말처럼 내 집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이 제일 좋다. 물론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하여 잠시 집을 떠나 세상 구경을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공항가는 길에 만난 폭우(좌), 파도에 흔들리는 것 같은 창밖 풍경(우)
마지막 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지만, 행운은 끝까지 우리편 이었다. 그랜드 바자르에서 나와 공항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만 창밖 풍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버스 유리창으로 흘러내리는 비 때문에 굴절되는 바깥 풍경이 마치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배와 같다. 도로 위에 거센 물길이 생길 정도로 엄청난 비였다.

하지만 일정에 남은 여유시간을 이용하여 면세점에 들어갈 때는 거짓말처럼 비가 멎었다. 면세점은 공식 일정에 없는 시간 때우기로 들른 것이라서 크게 기대를 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규모가 작은 탓에 신상보다는 오래된 모델을 할인해서 파는 전략을 구사하는 듯했다. 하지만 물건도 인연이 닿는 주인을 만난다고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한 일행도 있었다. 물건을 산 사람이나 판 사람 모두 기대하지 않았던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다.

모든 여행은 집에 돌아와 문에 열쇠를 넣는 순간에 끝나는 것이다. 따라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긴장을 풀면 안 된다. 해외여행에서는 특히 귀국비행기를 타는 마지막 과정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가이드는 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짠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터키여행에서는 마지막 날 일정을 너무 여유 있게 잡았던 것 같다. 9시 2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우리가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4시반경이었나? 탑승수속 창구가 6시에 연다고 해서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다.

탑승수속을 하는 과정에서 창구직원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귀국비행기에서 아내와 나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게 된 것이다. 따로 또 같이 여행을 하는 셈인데 비행기 안에서 움직일 때는 모두 편하기는 하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앉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달갑지만은 않았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주의할 점 하나. 가이드가 미리 귀띔해준 것처럼 출발하기 1시간 20분 전에 출발 게이트가 바뀌었다. 면세점 등을 돌다가 출발시간에 꼭 맞추어 게이트를 찾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수시로 출발게이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터키여행은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도 길고, 일찍 숙소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았다. 터키 여행에 들고 갔던 책은 쉴레이만 세이다의 <터키 민족 2천년 사>, 전규태의 <단테처럼 여행하기>, 엘러스테어 보네트의 <장소의 재발견>. 정은길의 <나는 더 이상 여행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희철 <터키> 등이었다. 물론 떠나기 전에 터키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미리 읽고 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아무래도 총기가 예전과 같지 않은 탓이다.

터키에 한 번 다녀왔다는 인연 때문인지 터키와 관련된 뉴스가 귀에 쏙 들어온다. 앙카라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사상자가 났다는 뉴스에 놀라면서도 안타까운 심정이 되었다가도 한편으로는 여행 중에 불상가가 일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스탄불 공항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뉴스도 충격이었다(2). 유럽 쪽에 있는 아타튀르크 공항이 아니라 아시아 쪽에 있는 사비하교크첸 공항에서 발생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도심의 공항에 박격포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있었다고 하면 터키여행을 다시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3개월에 걸쳐서 터키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했다. 7박9일 다녀온 것을 무려 27개 꼭지로 뻥튀기했지만, 그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세히 쓰기로 들면 한없이 늘어질 것 같아서 단체여행을 한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은 정도로 요약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하는 동안 응원해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연재를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독자와 특정하지 않은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원고마감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연재물을 이어가는 일은 큰 부담이다. 스페인에 이어 터키 여행기를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한 달 정도의 쉬는 기간을 둔 다음에 발칸 여행기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보게 될 것 같다. 발칸반도는 오랜 세월 동안 오스만 제국이 점령하면서 유럽의 기독교문명과 충돌한 현장이기도 하다. [끝]

참고자료

(1) 린 마틴 지음.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131쪽, 글담출판, 2014년.
(2) 연합뉴스 2015년 12월 24일자 기사. “이스탄불 공항 폭발사고 '박격포 테러'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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