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7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먹는 임신중지약을 둘러싼 질의는 묘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정부가 임신중지약을 제도권으로 들여놓고도 처방 기관과 투약 기준을 지나치게 좁히면 정작 지역 현장에서는 약을 쓸 곳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형법과 모자보건법조차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약품 허가와 행정 관리방안부터 앞서가는 것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겉보기에는 한쪽이 접근성 확대를, 다른 한쪽은 도입 전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두 의원의 질의는 결국 하나의 본질로 수렴했다.

정부가 임신중지약 도입이라는 큰 틀만 세웠을 뿐 처방 주체, 투약 장소, 사후 책임 소재를 규정할 법률과 진료 체계는 비워두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 역시 도입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환자 안전과 의료인 보호를 위한 입법을 선결 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 안 한다"지만…22개 시군구엔 산부인과가 없다
정부의 첫 번째 빈틈을 파고든 것은 접근성이었다.
남인순 의원은 정부가 임신중지약 처방 자격을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하지 않고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를 기준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거론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산부인과가 처방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남 의원의 판단이다.
남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시군구는 전국 22곳, 한 곳만 있는 곳도 33개 시군구에 달한다. 전문과 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실제 처방 가능한 의료기관이 산부인과에 집중될 경우 거주 지역에 따라 임신중지약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처방 가능한 의료기관을 별도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는 지정제도까지 도입하는 것은 검토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더 민감한 문제는 약을 어디에서 복용하고 얼마나 관찰할 것인지였다. 남 의원은 일부 의료계에서 산부인과 의료기관에서 임신중지약을 복용한 뒤 입원실이나 회복실 등에서 관찰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하지만 남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원 1329곳 가운데 무병상 의원은 990곳, 74.5%에 달한다. 산부인과 의원 네 곳 중 세 곳가량은 입원 병상이 없는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의료기관 내 투약과 장시간 관찰을 일률적으로 요구할 경우 실제 임신중지약을 취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남 의원의 문제 제기다.
남 의원은 안전을 위한 의료 지원은 강화해야 하지만 의무대기 등 불필요한 접근장벽까지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무조건적인 원내 투약 의무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남인순이 '쓸 곳'을 물었다면 조배숙은 '쓸 법'을 물었다
남 의원이 '실제로 약을 쓸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면 조배숙 의원은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법부터 제대로 있느냐'고 물었다.
조 의원은 현행 모자보건법이 여전히 인공임신중절을 수술 중심으로 규제하고 있고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제도는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처럼 기본권이 맞물리는 문제를 행정적 판단만으로 정하기는 어렵다며 "법률 정비가 안 됐는데 어떻게 행정명령으로 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따져 물었다.
모자보건법만 고쳐서 끝날 문제도 아니라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조 의원은 "기본적으로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의료행위의 법적 근거를 국회가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전관리체계도 도입 이후 보완할 것이 아니라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신 여부와 임신 주수를 확인하고 의학적 금기사항을 평가하는 절차부터 약물 사용법 안내, 부작용 관리, 임신중지 완료 여부 확인, 불완전 임신중지 때 추가 의료개입까지 사전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교시험 필요성 역시 제기했지만 정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허가 과정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법률 정비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정 장관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함께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앞서 남 의원 질의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장기간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송구하다"며 모자보건법을 신속하게 개정해 입법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국회에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근거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와 같은 정 장관의 답변은 그동안 정부의 임신중지약 도입 계획 전면에서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제도적 빈틈을 확인하는 과정이 됐다.
정부는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의약품이나 가짜 약, 부작용 관리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정식 허가를 우선 검토한다는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서 품목허가 이후 실제 의료행위를 떠받칠 법률과 진료기준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현실을 복지부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가 절차를 먼저 밟더라도 처방 자격부터 실제 투약·관찰 방식, 사후관리와 의료인의 법적 책임까지 결국 국회 입법과 의료계 협의를 통해 다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산부인과계도 "도입 자체 반대 아니다"…진짜 문제는 처방 이후
정치권에서 접근성과 법률 문제가 각각 제기됐다면 실제 처방을 맡을 산부인과 의료계의 시선은 그 사이를 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의 임신중지약 도입 발표 당시 입장문을 통해 도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이어진 입법 공백을 개별 의료기관의 판단이나 행정부 지침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며 국회의 입법을 요구했다.
의사회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약물을 처방한 이후다. 임신중지약 사용 과정에서 불완전유산이나 과다 출혈 등이 발생할 경우 후속 수술적 처치와 응급의료 연계가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형법·모자보건법을 통해 임신중지 관련 규율을 명확히 하는 것과 함께 의약품의 허가·처방·조제·투약·부작용 보고까지 이어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불완전유산이나 과다출혈에 대비해 후속 수술과 응급이송이 가능한 의료기관 요건을 만들고 이에 대한 수가 보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인이 처방 과정에서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적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임신중지약 처방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산부인과 의사를 보호할 장치도 요구했다.
이날 국감은 향후 정부와 국회가 임신중지약 도입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지 드러냈다.
미프진만 아니었다…복지부가 인정한 스킨부스터 '규제 공백'
이날 국감에서 드러난 규제 공백은 임신중지약에 그치지 않았다. 전혀 다른 영역인 미용시장에서도 기존 법체계가 실제 의료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람의 피부조직을 가공한 뒤 액상화해 주사 형태로 사용하는 ECM 스킨부스터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해당 제품이 주름개선과 안티에이징 등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현재 인체조직법의 규율을 받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 정 장관은 "피부조직 자체는 조직이식재로서 현행 인체조직법의 관리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체조직법이 본래 예정한 피부조직 사용과 현재 스킨부스터 시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행 제도는 화상이나 피부결손 환자에게 피부조직을 이식하는 것처럼 신체 기능 회복을 위한 조직이식을 기본으로 한다.
반면 ECM 스킨부스터는 피부조직을 가공해 주사기에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만든 뒤 미용 목적으로 인체에 투여한다. 박 의원은 치료 목적 피부이식과 미용 목적 제품을 같은 인체조직법 틀에서 규율하는 것이 맞는지 물었다.
정 장관은 이에 "공감한다"며 인체조직을 원료로 쓰기는 하지만 치료용 이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다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이 제품이 의료기기로도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이 의료기기에 상응하는 수준의 안전성·유효성 검사를 받고 있는지를 묻자 정 장관은 "현재는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치료용 인체조직을 전제로 한 법의 적용은 받고 있지만 미용 목적으로 고도 가공된 제품에 맞는 별도 안전성·유효성 평가체계는 없는 셈이다.
박 의원은 현행 인체조직법이 비영리 원칙과 기증자의 인도주의적 정신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관련 기업이 스킨부스터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고, 의료기관에서는 1회 수십만원대 미용시술로 활용되는 등 법이 상정한 조직이식과 실제 산업구조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 역시 결국 "인체조직법으로 규율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공백이 있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비영리 원칙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감독이나 시정명령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한 적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복지부는 식약처와 별도 관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식약처가 해당 제품을 의료기기로 관리할지 여부에 대한 연구용역과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으며, 복지부 역시 법률과 관리체계 사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신속하게 식약처와 협의해서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간납사에서 CSO까지…이번엔 '돈의 흐름'이 문제
규제 공백이 '무엇을 어떤 법으로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면 의약품 간납사와 CSO에서는 유통 과정의 자금 흐름을 어디까지 들여다볼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남인순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병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사가 의약품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얻은 수익을 다시 배당이나 기부금 등의 형태로 병원에 제공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도매업체 백제약품과 백제인베스트먼트가 함께 만든 간납사 사례를 제시하며, 해당 업체의 경희대병원 의약품 공급 비중이 87%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간납사가 공급 과정에서 수익을 얻은 뒤 경희대 측에 36억원을 배당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간납사가 차액으로 수익을 남기고 다시 배당을 해주는 구조"라며 단순히 병원과 간납사 사이 지분율을 낮추는 것만으로 이해관계를 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사 사례가 다른 병원에서도 나타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남 의원은 한양대 관련 간납사에서도 배당뿐 아니라 기부금 형태로 수익이 병원 측에 돌아가는 사례가 있다고 했으며, 조선대병원에서는 '서석팜'이라는 간납사를 통한 일감 집중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남 의원은 국감장에서 제시한 일부 사례에서 간납회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약 4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유통비용이 결국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 본인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가 간납사와 의료기관 간 지분관계를 제한하는 데 집중돼 있지만 지분율을 낮추는 것만으로 실제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차단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정 장관은 여기서 간납사뿐 아니라 CSO까지 함께 언급했다. 그는 "간납사나 CSO 등 때문에 건보 재정이나 본인부담금이 증가하는 피해를 줄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간납사 실태조사는 12월까지 이어진다. 복지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법에 담긴 지분율 규제 외에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관리수단을 검토하고 내년 초까지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CSO 문제가 별도로 다시 등장했다. 남 의원은 CSO 신고제 도입 이후 정부가 실태조사를 했지만 조사 대상에 비해 응답률이 낮아 실제 판촉영업 시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확보한 위탁계약 사례 가운데 수수료율이 최고 60%에 달하는 사례를 공개했다. 1000원짜리 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600원이 CSO 판촉영업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클로피도그렐 75mg 제제 사례도 제시했다. 남 의원에 따르면 해당 사례의 건강보험 상환금액은 한 정당 1164원이지만 CSO가 가져가는 판촉·영업 수수료는 700원이었다.
하루 한 정씩 1년간 복용하면 전체 약값 42만4860원 가운데 약 25만4000원이 판촉영업비에 해당한다는 계산이다.
남 의원이 요구한 것은 단순한 고율 수수료 규제가 아니었다.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약제비와 실제 제약사가 CSO에 지급하는 영업수수료를 연결해 분석해보자는 것이다.
약가 가운데 얼마가 생산·연구개발과 실제 의약품 가치에 쓰이고 얼마가 유통·판촉 비용으로 빠져나가는지 확인해야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정 장관도 분석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 장관은 전산자료 등을 활용해 조사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CSO 수수료와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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