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단순한 '혈당 수치 조절'의 시대를 완전히 마감하고, '전신 장기 보호'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단순히 혈당을 떨어뜨리는 전통적 대증 요법에서 벗어나, 비만과 심혈관 질환, 만성 신장병, 그리고 간 질환까지 동시에 타깃하는 통합적인 치료 전략이 글로벌 표준 지침으로 공식화됐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최근 공동 연례학술대회 기간에 맞춰 2형 당뇨병 관리 합의문(Consensus Report)을 발표했다. 양 학회가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한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전 세계 임상 현장의 치료 전략과 처방 패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향후 글로벌 치료 및 기기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CKD·MASH·심부전 아우르는 대전환
이번 개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만성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에 대한 약제 권고 등급의 전면적인 재정립과 세분화다. 치료의 초점이 당화혈색소 숫자 관리를 넘어 환자의 생존율과 장기 보존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그간 SGLT-2 억제제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만성 신장병(CKD) 진행 억제 영역에 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계열 약물이 공식적인 핵심 축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당뇨병을 동반한 신장병 환자에서 혈당 강하 유무와 독립적으로 신장 및 심혈관 보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병용 및 단독 요법의 선택지가 획기적으로 넓어진 셈이다.
특히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MASLD) 및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영역에서의 변화는 이번 개정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당뇨병 치료제 선택 시 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폭 격상되면서, 비만을 동반한 MASLD 환자에게는 체중 감량과 간 지표 개선 효과가 입증된 GLP-1 계열 약물의 우선 처방이 강력하게 권고됐다. 조직학적으로 확진된 MASH 환자 역시 간 보호 효과가 임상적으로 검증된 치료제를 선호하도록 지침이 명확히 구체화됐다.
여기에 비만을 동반한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에게 세마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 등 인크레틴 기반 치료 사용이 명확하게 명시되며, '대사-심장-신장-간'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복합 장기 보호 전략(Organ Protection)이 치료의 대원칙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대한비만학회 최성희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그동안 당뇨병, 비만 등 대사질환에서 신장, 간, 심장 문제가 동반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각각의 상태에 대한 치료를 중요하게 여겨왔다"며 "특히 최근 비만 및 비만형 당뇨병 환자에서 인크레틴 연구들이 심혈관·신장·대사(CKLM) 영역을 전반적으로 호전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지속해서 발표함에 따라, 이를 조기에 묶어 관리하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번 가이드라인에 적극 반영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CGM 확대 적용 및 동반 질환 세분화
임상 현장의 실질적인 진료 편의성과 치료 정확도를 극대화할 굵직한 권고사항들도 대거 포함되며 지침의 완성도를 높였다.
우선 연속혈당측정(CGM)의 적용 범위가 기존 인슐린 투여 환자군을 넘어 비인슐린 투여 환자군까지 확대 적용의 이점이 강조되며 임상적 활용도가 한층 넓어졌다. 환자 스스로 혈당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자가 관리 역량을 높이며 저혈당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에 당뇨병, 비만 환자에게 매우 빈번하게 동반되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이 치료 전략 수립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요 동반 질환으로 새롭게 명시됐다.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을 동시에 이뤄내는 약물 치료의 임상적 가치가 비단 혈당 관리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대사 질환의 연쇄적 고리를 끊어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국내 임상 현장 및 제약·바이오 시장에 미칠 파장
이에 따라 ADA·EASD의 4년 만의 지침 개정은 국내 의료진의 처방 지형도와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들이 주력해 온 복합제 개발 전략 역시 단순한 혈당 강하 조합에서 벗어나, 심혈관·신장·대사 질환 지표를 동시에 방어할 수 있는 다중 복합 기전이나 최적의 병용 요법 발굴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이동할 전망이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성래 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이번 권고안의 핵심은 당뇨병 치료를 혈당 수치 중심에서 심혈관·신장·간을 아우르는 전신 장기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인크레틴 기반 치료를 필요한 환자에게 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급여 기준과 접근성의 간극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제언했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