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20년 동안 뚜렷한 표적 치료 옵션이 없었던 저등급 신경교종 분야에 등장한 혁신 신약 '보라니고'가 국내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을 위한 첫 관문을 앞두고 있다.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 미충족 속에서 과연 이번 암질심이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반영해 합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늘 개최 예정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 저등급 신경교종 표적치료제인 보라니고(보라시데닙, 한국세르비에)의 급여기준 설정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등급 신경교종(미만성 성상세포종 및 희돌기교종)은 주로 35~42세 사이의 청장년층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청년암'이다.
비교적 느리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치가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고등급으로 진행해 생명을 위협한다.
특히 환자의 70% 이상이 겪는 발작은 낙상, 인지기능 저하 등을 초래해 환자의 일상과 사회생활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는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방사선요법이나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왔으나, 이들 치료는 치매나 중증 백질뇌병증 등 치명적인 신경 독성을 유발할 위험이 커 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늦추며 경과를 관찰하는 '적극적 관찰' 전략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미충족 수요 속에서 등장한 보라니고는 IDH1/2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신경교종 최초의 표적치료제다.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하도록 설계돼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비정상 물질(2-HG)을 90% 이상 감소시킨다.
최근 ASCO 2026에서 발표된 INDIGO 연구의 41.6개월 장기 추적 결과에 따르면, 보라니고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 44.1개월을 기록했으며, 질병 진행 및 후속 치료 시점을 장기간 지연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보라니고는 수술 후 남은 미세 종양의 성장을 근본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수술적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조력자 역할까지 수행한다. 발작 발생률 역시 위약군 대비 72% 낮추며 삶의 질 유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임상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현재 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라니고의 높은 약가는 환자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르비에 측이 제한적으로나마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비급여로 약제를 처방받기에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치료제가 있음에도 비용 문제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다.
관건은 보라니고가 암질심에서 요구하는 OS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항암제 평가에서 OS는 핵심 지표지만, 질환 특성상 장기 추적이 필요한 만큼 전문가들은 다차원적 임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실제로 보라니고가 입증한 44개월에 달하는 PFS와 뚜렷한 질병 진행 지연 효과,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발작 감소 데이터는 충분히 OS를 대체할 만한 임상적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재용 교수(신경외과)는 "이 질환은 생존 기간이 길어 OS 데이터를 확인하려면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단순히 생존 기간이라는 숫자 하나에 매몰되기보다 젊은 환자들이 발작 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게 돕는 다차원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용 교수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보라니고의 치료 효과는 명확하지만, 약가가 매우 높아 환자들이 선뜻 선택하기에는 경제적 장벽이 큰 상황"이라며 "지금은 제약사 차원의 제한적인 지원 프로그램에 기대고 있는데, 환자들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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