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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기·AI.
  • 진단

"동반진단 핵심 도구 부상한 디지털 병리…인프라 구축 시급"

발행날짜: 2026-07-16 05:30:00

디지털병리협회 안치성 회장, 부가가치 창출 기반 강조
KHF 2026 특별관 마련 "생태계 구축 위한 지원 필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병리 진단 분야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병리를 통한 동반 진단 등 부가가치가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이에 맞춰 전문가들은 수가 신설 등의 지원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단법인 디지털병리협회가 오는 8월 19일부터 3일간 열리는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6)'에서 특별관을 선보여 관심이 쏠린다. 산·학·연·병 전문가들이 집결해 디지털 병리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15일 디지털병리협회 안치성 회장을 만나 디지털 병리가 이끄는 의료 현장의 변화와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메디칼타임즈는 디지털병리협회 안치성 회장을 만나 디지털 병리가 이끄는 의료 현장의 변화와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수백만 개 세포 단위 분석…AX로 정밀 의료 현실화

안치성 회장은 현재 병리 진단이 단순한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AI 전환(AX) 단계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과거 현미경을 통해 의사가 눈으로 일일이 세포를 세고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수백만 개의 세포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것은 암 치료 분야다. 단순 항암 투여에서 유전자·단백질 단위의 맞춤형 표적 치료로 발전하면서 디지털 병리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것.

실제 우리 몸에는 30조 개 이상의 세포가 존재하며, 디지털 병리로 보는 화면 1개에만 약 300만 개의 세포가 담겨 있다. AI는 이 방대한 세포 속에서 특정 단백질이 얼마나 발현돼 있는지를 정확히 찾아내 의사의 진단 속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설명이다.

안 회장은 "하나의 화면에 담긴 300만 개 가량의 세포 중에서 특정 단백질이 얼마나 발현돼 있는지를 정확히 세어 어떤 약을 쓸지 결정하는 것이 디지털 병리의 핵심"이라며 "과거 단순 진단에서 벗어나 환자 개인의 맞춤형 정밀 의료를 실현하는 관문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병리의 정밀도는 환자의 치료 방향은 물론 의료 비용 절감과도 직결된다. 안 회장은 세계 매출 1위를 다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등을 예로 들며, 특정 단백질의 발현율 차이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가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해당 약제를 보험 혜택 없이 자비로 투여할 경우 5년간 약 6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병리 진단을 통해 단백질 발현율이 기준치인 1%를 넘는다는 것을 입증하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과거 학문적 영역으로 여겨졌던 병리 분야가 이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동시에 치료비를 좌우하는 중추적인 역할로 부상한 것.

안 회장은 "항암제 하나에 보험 혜택이 없으면 수억 원이 드는데, 이 약을 맞을 수 있는 보험 기준이 단백질 발현율 1%를 넘느냐 마느냐로 결정된다"며 "이처럼 미지에 가까운 세계를 표본화해 치료 약을 정하는 주체가 병리과가 되면서, 의료 시스템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인프라는 숙제…수가 신설 등 제도 보완 시급

이에 따라 글로벌 디지털 병리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병원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마쳤거나 AI 솔루션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안치성 회장은 디지털 병리가 주도할 미래 의료를 기대하면서도 관련 기술의 현장 적용에 걸림돌이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관련 솔루션을 현장에 도입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병원의 디지털 인프라와 의료 수가의 부재다. 단순히 장비나 AI 솔루션을 구매하는 것 외에도 병리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보관하려면 별도의 시스템 구축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지원이나 보상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 회장은 이런 상황이 과거 영상의학 분야에서 CT나 MRI 등 정밀 검사 기기가 도입되던 과도기와 유사하다고 비유했다. 이들 기기가 질환 조기 발견으로 인한 국가 재정 절감 효과를 인정받아 급여 체계가 정립된 것처럼, 디지털 병리 역시 같은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국내 병원들의 디지털 병리 인프라 구축과 기업들의 혁신 AI 모델 고도화를 위해, 수가 정산이나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지원과 산업적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는 것.

안 회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고품질의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점을 놓치면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며 "국내 병원들이 디지털 병리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기업들이 혁신적인 AI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병리로 전환하면 훨씬 더 많은 의료 기록과 증거를 기반으로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현재 관련 수가가 없어 병원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환자가 얻는 실질적인 이득과 국가 재정 절감 효과를 고려해, 디지털 전환 및 AI 활용에 대한 지원금과 수가 신설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음지에서 양지로…산·학·연·병 융합 생태계 구축 필요

디지털병리협회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학·연·병의 유기적인 협력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대한병리학회 등 학계가 의학적 연구에 집중한다면, 협회는 그 연구를 산업체·병원 등 실제 현장에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오는 8월 열리는 KHF 2026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디지털병리 특별관과 AX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번 행사엔 국내 의료진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 IT 기업, AI 솔루션 업체가 총출동해 임상 적용 사례와 미래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다.

안 회장은 이번 특별관의 핵심은 개별 기업의 단편적인 기술 전시를 넘어, 디지털 병리 생태계의 전체 연결성을 짚어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병리 컨퍼런스 포스터

▲대용량 조직 슬라이드를 초고속으로 디지털화하는 고해상도 스캐너 ▲딥러닝 기반 병리 AI 분석 솔루션 ▲대용량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송·저장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등 전 과정을 라이브로 시연한다는 설명이다.

안 회장은 "데이터 생성부터 분석, 보관에 이르는 전체 워크플로우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등으로 도입을 망설이는 병원 경영진에게 실제 도입 성공 사례와 비용 절감 효과 등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해 맞춤형 해법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동시 개최되는 '디지털병리 AX 컨퍼런스 2026' 역시 임상 적용과 글로벌 표준에 초점을 맞췄다. 이론적 연구를 넘어, 실제 병원 환경에서 디지털 병리와 AI가 어떻게 상용화되고 있는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다룬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행사엔 ▲카이저 퍼머넌트 ▲로슈 ▲라이카 바이오 ▲10x 지노믹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의료기관 및 제약사와 ▲아마존웹서비스(AWS) ▲LG AI 연구원 등 IT 기업이 대거 참여한다. 과거 학술 교류 위주였던 병리 분야가 산업, 학회, 연구원, 병원이 모두 모이는 융합의 장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안 회장은 "그동안 파편화돼 있던 의료진과 연구자, 테크 기업 간의 소통을 하나로 묶어, 병원의 미충족 수요를 기업이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상호 교류의 가교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AI 솔루션이 개발되고 공동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병리 데이터는 보물창고 "대한민국 글로벌 허브 돼야"

안 회장은 디지털화된 병리 데이터가 향후 제약·바이오 영역과 연동돼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자의 질병 정보가 가장 집약적으로 담긴 병리 데이터는 맞춤형 정밀 의료와 신약 개발의 핵심 엔진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제약·바이오 기업이 잘 정제된 디지털 병리 데이터를 활용하면, 임상시험 대상자 정밀 선별 및 신약 효능 예측 등으로 개발 기간·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

또 안 회장은 관련 기술이 국내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임기 내 디지털 병리 진단 행위 수가 신설 등 정책적 기반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병리 데이터는 환자 질병 정보가 집약된 의료 데이터의 보물창고이자 진단 바이오마커 발굴의 핵심 자산"이라며 "국내 병원과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고 상생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협회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행사를 계기로 디지털 병리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행위 수가 신설 및 가산 등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 병리 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협회가 단단한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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