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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인정받은 K-마이크로니들…비결은 정밀함과 AI 검수

발행날짜: 2026-07-09 05:30:00

[현장] AI·비전검사·자동화로 사람 개입 최소화…품질 일관성 확보
글로벌 수요 확대에 생산 2배 확장…'품질→신뢰→성장' 선순환 구축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흔히 상상하는 공장의 전경, 제조 공정과는 달랐다. 육중한 기계 설비의 작동음 대신 연구소와 같은 차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인형 뽑기 장치와 비슷한 크기의 유리 박스형 제조설비 안에서 PCB 기판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RF 에너지를 피부에 전달하는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니들의 선별부터 삽입, 정렬, 납땜, 기판의 커팅 및 검수까지 생산라인은 쉼 없이 움직였지만, 정작 사람의 개입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직접 제품을 만드는 대신 자동화 설비를 관리하고, 공정 데이터를 확인하며 품질을 점검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것. 의료기기의 핵심인 '정밀도'와 '일관성'을 사람의 숙련도가 아닌 자동화 시스템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 생산라인 곳곳에 녹아 있는 비올메디컬 제조본부의 풍경이다.

8일 경기도 성남 분당테크노파크에 위치한 비올메디컬 제조본부를 찾았다.

최근 생산시설을 기존보다 2배 이상 확장해 장비 생산공간은 158평에서 330평으로, 소모품 생산공간은 120평에서 256평으로, 클린룸은 20평에서 40평으로 늘렸다. 생산능력도 실펌엑스(SYLFIRM X), 셀리뉴(CELLINEW), 듀오타이트(DUOTITE) 등 주요 장비 연간 6500대, 소모품 연간 350만 개 수준까지 확대했다.

미세한 바늘을 자동으로 PCB 기반에 삽입하는 자동삽입기 설비 라인. 인형 뽑기 장치와 비슷한 크기의 유리 박스형 제조설비 안에서 바늘 분류 및 커팅, 납땜, 검수 등 다양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단순히 공간만 넓힌 것이 아니라 자동화 설비와 핵심 공정 내재화를 함께 추진한 것이 이번 확장의 핵심.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공정의 편차를 줄여 의료기기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공장이었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실펌엑스에 사용하는 마이크로니들 RF 팁 생산라인. 공장 안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작업자들의 분주한 손놀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자동화 설비였다. 생산 현장에서 작업자의 역할은 직접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설비를 관리하고 품질을 검증하는 쪽에 가까웠다.

손바닥만 한 소모품 안에는 사람의 피부에 삽입되는 미세 바늘 25개가 일정한 간격과 깊이로 정밀하게 배열된다. 의료기기 특성상 바늘 길이나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시술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가장 먼저 이뤄지는 작업 역시 원자재 선별이었다.

원자재로 투입된 미세 바늘은 '바늘 정렬기'를 통과한다. AI 비전 시스템이 바늘 끝의 방향을 인식해 일정한 방향으로 자동 정렬하는 과정이다. 작업자가 일일이 방향을 맞추는 대신 카메라가 형상을 판별하고 학습된 알고리즘에 따라 다음 공정으로 넘긴다.

공장 관계자는 작은 바늘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세 바늘은 길이가 조금만 달라도 시술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휘어지거나 절단된 바늘은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포고핀 솔더링 설비. 운반된 반제품이 정 위치에 정렬되면 자동 솔더링 장비가 납땜을 실행, 오차와 불량률을 낮췄다.

다음은 비올메디컬이 자체 개발해 특허를 확보한 자동 니들 삽입 장비(자동삽입기)다. 장비는 미세 바늘을 하나씩 집어 PCB 기판의 정확한 위치에 삽입한다.

나호현 생산팀 부장은 "현재 업계 상당수는 여전히 작업자가 직접 니들을 삽입해 오차 위험이 있다"며 "비올은 이 공정을 하루 수만 번 이상 반복 동작하면서도 동일한 위치에 같은 품질로 바늘을 삽입한다"고 자동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삽입이 끝난 반제품은 전용 지그에 고정된다.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미세 바늘이 흔들리거나 위로 떠오르는 현상을 막기 위해 자력을 이용한 고정 지그 역시 자체 개발했다. 이후 메탈 마스크를 이용해 바늘 부위에만 정밀하게 납을 도포한 뒤 리플로우 공정을 거쳐 바늘을 고정한다. 납이 다른 회로와 연결되지 않도록 필요한 위치에만 도포하는 것도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자동화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저 커팅 장비가 반제품을 잘라냈다. 설비가 반제품을 일정 규격으로 절단하고, 자동 솔더링 장비가 정밀하게 납땜한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직접 수행하던 공정이자, 바늘 간격이 워낙 좁아 미세한 오차와 불량이 어쩌면 필연적인 파트였다.

인상적이었던 곳은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비전 검사' 공정이었다. 확대경을 들여다보던 작업자의 눈을 이제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대신한다. 카메라 두 대가 모든 니들의 길이와 기울기, 휨, 역삽입 여부를 전수 검사한다.

카메라가 바늘을 수직에서 촬영하자 점에 불과하던 바늘 끝이 모니터에 원 크기로 확대돼 나타났다. 불량이 없다는 판독이 끝나자 개별 바늘마다 녹색으로 PASS 사인이 떠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자동화 이후 공정 내 불량 검출률이 오히려 약 1%에서 약 3%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점. 얼핏 품질이 나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미는 정반대다. 기존에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미세 불량까지 자동화 설비가 공정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찾아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전 검사를 통과한 반제품의 최종 조립을 거치는 클린룸. 비올메디컬 클린룸은 의료기기 제조에 필요한 청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ISO 기준에 맞춰 운영되고 있었다.

나호현 생산팀 부장은 "품질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미세 불량까지 공정 단계에서 미리 찾아낸다는 뜻"이라며 "검출된 제품은 모두 출하 전에 제외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의 품질은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비전 검사를 통과한 반제품은 클린룸으로 이동한다. 클린룸은 반도체 공장에서 보는 듯한 풍경이었다. 온몸을 방진복으로 감싼 작업자들이 초음파 세척과 약 6시간의 건조 과정을 거친 제품의 조립과 전기적 쇼트(Short) 검사, 개별 포장을 진행한다.

장비 생산라인 역시 같은 철학으로 운영됐다. 조립을 마친 장비는 곧바로 출하되지 않는다. 기능 검사를 마친 뒤 에이징 설비로 이동해 LCD를 수십 차례 반복 구동하고, 실펌엑스는 실제 시술과 동일한 조건으로 출력 테스트를 수행한다. 운송 과정이나 장시간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재 불량을 출하 전에 최대한 제거하기 위한 가혹시험이다.

이 과정도 모두 자동화됐다. 설비는 여러 대의 장비를 동시에 시험하며 모든 동작 로그를 저장하고, 카메라는 화면 이상 여부를 실시간 감지한다. 사람이 장시간 장비를 지켜보며 이상을 찾던 방식보다 재현성과 신뢰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출하 직전에도 품질관리는 끝나지 않는다. 국가별 라벨을 부착한 뒤 모든 장비를 자동 촬영 설비로 전수 촬영한다. 고해상도 이미지에는 작은 스크래치나 라벨 부착 상태까지 기록된다. 이후 자동 포장 설비가 장비를 고정하고 로봇 팔이 수십 개의 피스를 일정한 토크로 체결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90% 이상인 만큼 장거리 운송 과정에서 제품이 흔들리거나 손상되는 상황까지 고려한 셈.

자동 포장 설비가 장비를 고정하고 로봇 팔이 수십 개의 피스를 일정한 토크로 체결하는 등 비올메디컬은 제조 품질 고도화를 위해 자동화를 선택했다.

제조본부를 둘러보며 느낀 점은 자동화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자동화 설비는 생산 속도를 높이기보다 품질 편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사람의 숙련도에 의존하지 않고 설비가 같은 기준으로 만들고, 같은 기준으로 검사하며, 같은 기준으로 기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제조 경쟁력은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비올메디컬은 현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으며 누적 71개국에 진출했다.

비올 관계자는 "늘어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다시 2배 이상 확장했고, 자동화 설비를 추가 도입했다"며 "품질 경쟁력이 글로벌 수요를 만들고, 확대된 수요가 다시 생산능력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본부 곳곳에서 확인한 자동화 설비들은 그 선순환의 출발점이자, 비올메디컬 글로벌 성장 전략의 기반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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