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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예후가 중요한 당뇨병...학회도 '지침과 급여 일치' 한목소리

발행날짜: 2026-07-03 05:30:00

[창간 23주년 기획특집]김성래 당뇨병학회 이사장, 글로벌 패러다임 맞춘 제도 개선 강조
"특정 제약사 옹호 아냐...합병증 예방·환자 중심 개선돼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대한당뇨병학회가 최신 당뇨병 약제의 급여 기준 개선을 보건당국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학회는 공개적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 급여 기준 개정을 올해 최우선 해결 과제로 못 박은 데 이어, 임상 현장의 모순을 바탕으로 정부를 향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상태다.

학회가 이처럼 적극적인 급여 기준 개정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환자별 특성에 맞춘 통합 치료 환경 마련이라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성래 이사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이번 급여 기준 개선 요구는 특정 제약사를 위한 일이 아니다"라며 "당뇨병 환자들이 합리적인 환경에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아 장기 예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으면 급여 기준의 구조적 모순은 해결되기 어렵다"며 학회가 정책 개선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최신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이미 환자의 심혈관 및 신장 합병증 예방을 고려한 통합 치료로 전환되는 추세지만, 국내 급여 고시는 여전히 과거 설계된 행정적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취임 후, 실제 진료지침과 격차가 큰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6년 전 기준에 묶인 신약, 처방 전무 배경"

김성래 이사장은 현재 국내 당뇨병 치료 임상 현장이 직면한 가장 큰 모순으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제약)' 등 GLP-1 수용체 작용제(Glucagon-Like Peptide 1 Receptor Agonists, 이하 GLP-1RA)의 기형적인 급여 기준을 꼽았다.

현행 고시상 차세대 GLP-1RA를 급여로 처방하려면 반드시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Sulfonylureas, SU) 제제를 먼저 사용하고도 혈당 조절에 실패했다는 기록을 증명해야만 한다.

김 이사장은 이 기준이 16년 전인 2010년, 초기 1세대 약제인 '엑세나타이드' 급여 당시 재정적 관점이 작용해 만들어진 틀의 영향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에는 고가 신약의 사용 대상 환자군을 정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관점이 크게 작용해 가장 저렴했던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를 먼저 사용하게 하는 기준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현재 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었다. 혈당 조절뿐 아니라 체중, 심혈관계질환, 신장질환 위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인데, 16년 전의 기준을 오젬픽과 같은 GLP-1RA에 대입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상 현장에서 의사들이 설폰요소제 처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폰요소제는 저혈당 위험이 있고 체중 증가 측면에서 한계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GLP-1RA를 사용하기 위해, 오히려 체중 증가와 저혈당 위험이 있는 설폰요소제를 먼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복잡하게 얽힌 세부 고시 조항 탓에 임상 현장에서는 처방 위축 현상과 '무늬만 급여'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오젬픽이 진통 끝에 급여권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의료진이 심평원의 사후 삭감 공포 때문에 처방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를 사용했을 때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 임상 현실과 맞지 않다"며 "개인적으로도 제한적인 급여 기준으로 인해 오젬픽을 급여로 사용한 환자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오젬픽처럼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젬픽의 급여 기준이 트루리시티 등 기존 GLP-1RA 제품들과 상이해, 임상 현장에서는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회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개정 방향은 명확하다. 장기적으로는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의 병용 원칙 자체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것이지만, 우선은 환자가 기존에 어떤 조합의 약제(DPP-4 억제제, TZD, SGLT-2 억제제 등)를 사용하고 있었더라도 GLP-1RA로 전환하거나 추가하는 경우에도 급여를 인정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다.

"눈앞 약제비 줄이려다 의료비 폭탄"…비급여 통제 재검토 해야

보건당국의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우려에 대해서도 김 이사장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반박했다. 당장 눈앞에 지출되는 약가만 줄이려고 통제하는 행태가, 오히려 추후 건보 재정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경고다.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의 트렌드는 새로 진단받는 발생률은 다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존 환자들이 더 오래 생존하면서 전체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병증의 양상도 과거의 뇌경색,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을 넘어, 최근에는 당뇨병을 장기간 앓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심부전, 신기능 악화, 신장 투석과 같은 유형의 합병증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현재 지출되는 약가만 줄인다고 전체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환자에게 합병증이 발생하고, 향후 지불해야 할 의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5년, 10년 뒤에 더 많은 의료비가 소요되는 문제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국내의 낮은 약가 구조가 혁신 신약의 국내 도입 자체를 가로막는 '글로벌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약가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약가 협상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낮은 약가가 책정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 진입 자체를 늦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GLP-1RA 계열 약제들이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당뇨병 환자의 비급여 처방 영역까지 행정적으로 과도하게 통제받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오남용을 막기 위한 보건당국의 정교한 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순히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낙인만 찍는 행정이 정작 치료가 시급한 당뇨병 환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래 이사장은 당장 눈앞에 지출되는 약가만 줄이려고 통제하는 행태가, 오히려 추후 건보 재정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물론 GLP-1RA 제제가 비만 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모든 GLP-1RA 제제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만 인식될 경우, 실제로 치료제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들까지 오해할 수 있다. 비급여 사용 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비만 환자에게 GLP-1RA 제제를 사용할 때 환자의 키, 몸무게, 체질량지수(BMI) 등 어떠한 비만 관련 상태를 근거로 이 약을 왜 처방했는지 기록해야 하고 사용 후 체중 변화도 지속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당뇨병 환자에게는 약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정작 필요한 당뇨 환자는 신약을 쓰지 못하고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국내 현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제 환자에게 의약품이 적절히 공급될 수 있는 정교한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당뇨병이 제대로 치료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며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질환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기에 환자들을 위해 약제비를 조금 더 사용하는 것은 비용 낭비가 아닌 투자라는 확신이다.

그는 "이제 보건당국이 화답할 차례다.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 조합에만 제한하지 않고 어떤 경구혈당강하제 조합을 사용하고 있든 임상적으로 필요하다면 오젬픽을 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내 당뇨병 치료 환경을 실제 진료지침과 더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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