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약물과 상담을 중심으로 치료가 이뤄지던 정신 질환 시장에 비침습적 의료기기가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약물 부작용과 낮은 반응률, 긴 치료 기간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 자극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기술이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

26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뉴로발렌스(Neurovalens)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용 의료기기 '모디우스 스페로(Modius Spero)'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디우스 스페로의 핵심은 전기 전정 신경 자극(VeNS·Vestibular Nerve Stimulation) 기술이다.
귀 뒤 피부에 낮은 강도의 전기 신호를 전달해 전정 신경과 연결된 뇌 회로를 자극하는 기전으로 작동하는 기기. 뉴로발렌스는 이를 전기 전정계 자극(Electrical Vestibular System Stimulation)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귓속 평형기관과 연결된 신경 경로를 활용해 스트레스·수면·각성·감정 반응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간접 조절하는 방식인 셈이다.
PTSD 환자는 편도체(amygdala) 과활성화와 자율신경계 불균형, 과각성(hyperarousal)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뉴로발렌스는 전정신경 자극을 통해 이런 스트레스 반응 회로를 안정화하려는 접근을 택했다.
치료 방식도 비교적 단순하다. 하루 30분 동안 기기만 착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극은 귀 뒤 피부를 통해 전달되며 치료 중에 TV 시청이나 독서 같은 일상 활동도 가능하다.
의료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단순 웰니스 기기가 아니라 PTSD 치료 적응증을 정식으로 확보한 의료기기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 치료 시장에서 약물과 심리치료 외에 비침습 전기 자극 기반 디지털 치료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현재 PTSD 치료는 대부분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세르트랄린(sertraline), 파록세틴(paroxetine)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중심이다.
문제는 반응률이다. 많은 환자들이 충분한 개선을 경험하지 못하고 효과 발현에도 수주 이상 시간이 걸리는 한계가 있다.
특히 성기능 장애와 체중 증가, 감정 둔화 같은 부작용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심리치료 역시 효과는 있지만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특히 PTSD 환자 상당수는 치료 도중 자의로 이를 그만두는 사례도 많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 PTSD 시장에서는 케타민, 신경조절, 디지털 치료제, 비침습 뉴로테크 같은 새로운 접근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정신 질환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비침습적 의료기기의 확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현재 정신 질환 시장은 경두개자기자극(TMS)을 필두로 미주신경자극(VNS), 심부뇌자극(DBS)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뉴로발렌스는 전정계(vestibular system)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전정계는 단순 균형 감각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계와 각성 시스템, 감정 조절 회로와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상(thalamus), 시상하부(hypothalamus), 뇌간(brainstem), 편도체(amygdala)와 연결성이 있다는 점에서 PTSD 같은 스트레스 질환과의 연관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모디우스 스페로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시상하부와 뇌간의 항상성(homeostatic) 조절 영역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택한 셈이다.
뉴로발렌스의 전략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미 뉴로발렌스는 만성 불면증용 모디우스 슬립(Modius Sleep)과 불안장애용 모디우스 스트레스(Modius Stress), 체중관리용 모디우스 린(Modius Lean) 등으로 FDA 승인을 확보해 왔다.
핵심은 동일하다. 귀 뒤 전기 자극을 통해 뇌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고 이를 서로 다른 질환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즉, 하나의 기전으로 특정 질환 하나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비침습 신경 조절 플랫폼 자체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 데이터다. 일단 허가 임상에서 초기 효과를 입증했지만 장기 지속성과 재현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비침습적 의료기기를 둘러싼 플라시보(placebo) 효과 논란도 넘어야할 산이다.
뉴로발렌스 제이슨 맥키언(Jason McKeown) CEO는 "약물 중심의 치료 체계를 넘어 비침습적으로 자유롭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신 질환 치료에 있어 획기적 변화"라며 "FDA가 마침내 이를 승인했다는 것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