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병동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의료 행위 중 하나인 수액 치료. 하지만 의료진 사이에서는 '작은 골칫거리'가 오래전부터 반복됐다.
환자의 손등이나 발등에 연결된 수액관이 움직임에 따라 쉽게 꺾이면서 수액 흐름이 막혀 의료진이 수시로 라인을 다시 펴줘야 했던 것.
대부분은 익숙한 일처럼 지나쳤지만,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김영일 교수에겐 회진 때마다 마주하는 꺾인 수액관이 '눈엣가시'로 다가왔다.
불편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발명을 이끈다. 결국 그 불편을 직접 해결하자는 생각에 갖은 시행착오를 겪은지 2년, 최근에서야 의료 보조 장치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임상 현장의 반복 업무와 환자 불편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예후와 의료진 편의성까지 잡았다는 평.
김 교수를 만나 수액관 절곡(kinking)을 구조적으로 방지하는 '수액관 꺾임 방지 장치' 특허 등록의 과정 및 향후 상용화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반복되는 작은 불편? "의료진·환자에겐 큰 불편"
이번 특허는 '수액관의 꺾임 방지 장치'에 관한 기술로, 환자 움직임이나 관절 각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수액관 절곡 문제를 구조적으로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교수는 이번 발명이 거창한 연구실 프로젝트가 아니라 병동 회진 과정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진을 돌면서 환자 상태를 살피다 보면 손등이나 발등에 삽입된 카테터와 연결된 수액 라인을 계속 보게 된다"며 "어느 순간부터 주입 부위 근처에서 수액관이 꺾여 있는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병동에서는 수액관이 꺾이지 않도록 테이프로 피부에 고정하는 방식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환자가 움직이거나 수액 라인이 당겨지면 결국 절곡 현상이 다시 발생했고, 의료진이 반복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교정해야 했다.
김 교수는 "회진을 돌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의 수액관이 꺾여 있어 체감상 5~10% 정도는 반복적으로 절곡이 발생했던 것 같다"며 "그 부분이 계속 눈에 거슬려 왜 저렇게 쉽게 꺾일까, 안 꺾이게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수액관 꺾임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치료 효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액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정 시간 안에 필요한 용량이 투여되지 못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혈액 역류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정해진 시간과 속도가 중요한 약물에서는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영양 수액이라면 잠깐 늦게 들어가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항생제나 항암제처럼 일정 시간 내 일정량 투여가 중요한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꺾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치료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실제 발명으로 연결한 계기는 함께 회진하던 진료지원간호팀 신자영 간호사의 한마디였다. 김 교수는 "불평만 하지 말고 직접 발명해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시 다른 특허 과정을 경험하고 있던 터라 산학협력단을 통해 진행하면 실제로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동 출원에는 병원 산학협력단과 함께 의료용 3D 프린팅 업체도 참여했다. 김 교수는 두개골 재건 수술에 사용되는 3D 프린팅 인공 보형물 제작 업체와 논의하던 과정에서 수액관 보조 장치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업체 측은 "설계도만 있으면 바로 제작이 가능한 구조"라고 판단했다. 이후 간단한 시제품이 빠르게 제작됐다.
장치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환자의 손등 등에 삽입된 카테터에서 연결된 수액관은 일반적으로 U자 형태로 꺾여 올라가는데, 이 구간에서 압력이 집중되며 절곡이 발생한다. 김 교수팀은 이 형태 자체를 유지해주는 구조를 고안했다.
장치는 수액관 상·하부를 감싸는 두 개의 커버 구조와 체결 장치로 구성되며, 내부 안착 홈을 따라 수액관이 안정적인 곡선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쉽게 말해 꺾이기 쉬운 부위를 외부 프레임으로 감싸 물리적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복잡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며 "위아래를 딸깍 끼우는 형태만으로도 수액관의 U자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허 설계에는 한 번 체결하면 쉽게 분리되지 않는 원웨이 후크 구조도 포함돼 있다"며 "수액 라인과 함께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특허는 실제 상용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구조가 단순해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3D 프린팅 기반 제작도 가능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현재 김 교수팀은 기술 이전도 검토 중이다. 김 교수는 "특허 자체를 완전히 판매하는 방식도 있지만 현재는 특허권은 유지한 채 제조·유통 기업과 협력하는 형태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액 라인을 제조하는 업체와 협업할 경우 '꺾임 방지 기능'을 새로운 제품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수액관 재질은 구조적으로 쉽게 꺾일 수밖에 없다"며 "이 장치를 함께 공급하면 업체 입장에서도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현장에서 기대되는 효과도 분명하다. 환자는 보다 안정적으로 수액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의료진은 반복적인 라인 교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회진 중 수액관이 꺾인 것을 발견하면 간호사를 불러 다시 교정해달라고 요청하게 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의료진 입장에서도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며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 병동에서는 꽤 자주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특허를 계기로 추가적인 의료기기 개발도 구상 중이다. 김 교수는 "현재도 환자 불편이나 의료진의 반복적인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몇 가지 더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특허 출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기기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아이디어의 구체화'를 꼽았다. 머릿속에는 분명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을 실제 설계도와 시제품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 다만 추상적인 생각을 현실적인 구조물로 바꾸는 단계만 넘기면 이후 절차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는 게 그의 후일담이다.
단순한 구조지만 실제 병동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병동 회진 중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꺾인 수액관 하나를 끝까지 붙들고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 그래서 가칭은 '플로우 가드 U(Flow Guard U)'로 잡았다.
김 교수는 "수액관의 U자 흐름을 지켜준다는 의미와 함께, U를 You로 읽어 환자를 보호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싶었다"며 "결국 이 작은 장치는 단순히 수액의 원활한 흐름만이 아니라, 환자의 세세한 부분까지 의료진이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상징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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