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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생법 개정 1년…재생의료 대중화로 바이오파운드리 시동"

발행날짜: 2026-04-29 05:30:00

BKD 강윤정 대표이사, 의료진 넘어 환자 수요 급증 의미 부여
"재생의료 컨설팅·세포 배양 공급·글로벌 기술 수출까지 비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임상연구에 국한됐던 재생의료의 문턱이 낮아진 지 1년. 제도 변화는 시장을 어떻게 바꿨을까.

과거에는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만 줄기세포·면역세포 시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 첨생법은 법적 기준 안에서라면 일반 환자도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25년 2월부터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의료 현장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인식까지 빠르게 바꾸면서 의료기관과 산업 전반에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초기에는 '먼 이야기'로 여겨졌던 재생의료가 이제는 병원 경영 전략과 환자 선택지의 한 축으로 편입되는 양상이다.

현장의 체감 변화는 뚜렷하다. 세포 기반 사업 및 재생의료 기관 지정 관련 컨설팅을 동시에 영위하는 BKD 주식회사의 강윤정 대표를 만나 지난 1년이 만들어낸 시장의 구조 변화와 향후 방향을 짚었다.

■ 첨생법 개정 1년, 의사도 환자도 수요로 편입

강윤정 대표는 시장의 변화를 '가속도'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첨생법이 처음 통과됐을 때만 해도 로컬 의원 원장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기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시행 시점이 명확해지자 준비에 나선 의료진들이 빠르게 늘었다. 2025년 기준으로 전국 약 200개 의료기관이 재생의료 실시기관 허가를 받은 상태다.

"발 빠른 의료기관들이 2024년 상반기부터 준비에 들어가, 하반기에 잇달아 허가를 받았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200개 로컬 의원이 재생의료 기관으로 지정됐어요. 강남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 걸쳐 있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허가 건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정 대형 병원이 아닌 개원가 중심으로 재생의료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허가가 집중돼 있지만, 시장 잠재력은 여전히 초기 단계라는 평가다.

강 대표는 "전체 로컬 의원 중 일부만 참여해도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재생의료가 특정 전문 분야를 넘어 미용, 정형외과, 재활의학 등 다양한 진료과와 결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

이 같은 변화는 환자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과거에는 줄기세포 치료가 해외 의료 관광의 영역으로 인식됐다면, 현재는 국내에서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강남구 성형외과만 1,0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현재 전국 200개는 빙산의 일각이다. 강 대표는 "전국 로컬 의원의 10%만 허가를 받아도 파이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이 생겼다는 건 테두리가 생겼다는 뜻. 그 테두리 안에 있는 병원과 밖에 있는 병원은 세포를 다루는 역량과 신뢰도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실제로 일본은 재생의료 관련 법이 2015년부터 시행돼 10년간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연간 시장 규모가 적게는 1조 9천억원대에서 많게는 13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에서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는 것.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시술 의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제도 변화가 의료 공급자뿐 아니라 수요자 인식까지 동시에 자극한 셈이다.

한국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강 대표의 시각이다.

■ "한국형 바이오 파운드리가 비전…해외 기술 수출도 시동"

주목할 점은 의료기관의 질문 수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기초적 질문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허가 이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고민으로 이동했다.

강 대표는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학술대회에 여러차례 참여해 컨설팅을 했다"며 "과거엔 재생의료 허가가 뭔지, 받으면 뭐가 좋은지 기초 개념부터 묻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은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참석한 학술대회에선 허가 이후 어떤 질환을 타겟해야 하는지, 세포와 전문 시술 분야를 어떻게 접목하면 시너지가 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이 주를 이뤘다"며 "이는 재생의료가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병원 운영 구조를 바꾸는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요가 늘고 있는만큼 진입 장벽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제도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허가 절차가 점차 정교해지면서, 시설·인력뿐 아니라 운영 역량까지 요구되고 있다.

핵심은 SOP(표준운영절차)다. 단순히 문서를 제출하는 것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해당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실사 과정에서 의료진과 실무 인력의 이해도가 검증되며, 최근에는 발표 자료 준비까지 요구되는 등 심사 강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강 대표는 "허가만 받고 끝나는 구조로는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고 임상연구 설계, 치료계획 수립, 세포 공급,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통합 모델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재생의료는 허가 이후가 더 중요한 영역으로 치료 프로토콜, 환자 관리, 데이터 축적이 축적될수록 의료기관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바이오 파운드리' 모델로 이어진다.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세포 배양·증식·공급을 위탁받아 처리해주는 개념으로, 국내에서도 이 모델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고 있다.

강 대표는 "세포 치료는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산업이 아니라 환자 맞춤형 고관여 서비스"라면서도 "표준화된 공정과 시설을 기반으로 한 위탁 생산 수요는 분명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BKD는 TS 바이오와 협력해 세포 배양 및 공급, 연구 협업까지 포괄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 컨설팅을 넘어 '허가–임상–생산–사후관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병원과 연구소를 포함한 재생의료 인프라를 통째로 구축하는 '턴키 수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의 협력도 중요한 축으로 언급된다. 일본은 2015년부터 재생의료 제도를 시행하며 임상 경험을 축적해온 국가다. 강 대표는 "면역세포 분야는 일본이 앞서 있지만, 줄기세포 기술력 자체는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향후 국가 간 기술 협력과 역할 분담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첨생법 시행 1년이 만든 가장 큰 변화는 '인식의 전환'이다. 재생의료는 더 이상 일부 연구자나 해외 의료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의료기관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열렸다. 동시에 이는 '누가 더 잘 준비했는가'에 따라 성과가 갈리는 산업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향후 시장을 "옥석이 가려지는 단계"로 규정했다. 허가 여부를 넘어 실제 치료 역량과 운영 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같은 세포라도 어떻게 배양하고, 어떤 방식으로 투여하고, 어떤 주기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져 경험과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생의료는 이제 막 제도적 기반을 갖춘 초기 산업이다. 그러나 이미 의료기관 200곳이 참여하고, 환자 수요가 가시화되고, 생산·공급 모델까지 논의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변화의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첨생법이 촉발한 이 흐름이 한국형 바이오 파운드리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2~3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강윤정 대표는 "AI 시대가 열린 것처럼, 개인 맞춤형 세포 치료의 시대도 이미 도래했다"며 "내 몸에 있는 세포를 활용해서 맞춤형 치료를 받는 재생의료는 먼 미래의 이야기에서 현재 우리들의 이야기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벌써 줄기세포 수준은 대한민국이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로 기술이 고도화됐다"며 "급격한 고령화와 급증하는 안티에이징 수요로 인해 재생의료 시장도 빠르게 개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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