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보건당국이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일라이 릴리)'로 대표되는 비만 치료 신약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한 막바지 절차에 돌입해 주목된다.
이미 비대면 진료 처방 제한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정부가 이번에는 처방과 유통 관리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반적인 사회적 현상을 무시한 채 진료권만 위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면서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고강도 규제 카드 초읽기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달 8일 개최 예정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에 비만치료제 성분에 대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안건을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
여기서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마약류는 아니지만, 사회적 위해를 끼칠 우려가 큰 전문의약품을 의미한다. 지정 시 약사법에 따라 판매 및 처방 방식에 강력한 법적 제약이 뒤따른다.
핵심은 '비급여의 투명화'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된다면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실시간 점검이 사실상 의무화돼 환자의 '의료 쇼핑'이 원천 차단된다. 또한 ▲원내 조제 및 직접 판매가 금지돼 반드시 원외 처방전을 발행해 약국을 거쳐야 한다.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교육' 명목으로 직접 약을 판매하던 관행에 급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예견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위고비 출시 전후로 불거진 '불법 유통'과 '다이어트 성지' 논란을 집중 포화하며 당국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했다.
당시 오유경 식약처장은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점에 공감하며,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관리 대책을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복지부의 후속조치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위고비와 동일한 성분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의 경우도 급여 논의 과정에서 약물 오남용을 우려해 임상현장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급여기준을 설정한 바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 중인 마운자로 역시 동일한 급여기준 적용이 유력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개최 예정된 중앙약심의 비만 치료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논의는 국정감사 답변의 후속조치인 동시에, 단순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임상 현장의 '다이어트 열풍'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당국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와 함께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고자 검토를 하고 있다 "며 "검토 단계인 상황이며, 향후 중양약심 등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초읽기에 임상현장 당혹
임상현장에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더라도 '비급여' 상태로 두는 한, 실질적인 관리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가 비급여로 처방하는 행태를 정부가 일일이 찾아내 규제하기란 행정적으로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비록 환자가 약값의 대부분을 부담하더라도, 급여권에 진입시켜 심평원의 청구 시스템 안에 편입시켜야만 비로소 '정확한 처방 통계'와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식약처 중앙약심 위원인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내분비내과)는 "비만치료제를 급여권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관리 시스템 때문"이라며 "선별급여를 통해 본인 부담을 95%까지 높이더라도, 일단 급여권에 진입시켜야 심평원의 청구 시스템을 통해 처방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지금처럼 비급여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의사가 개별적으로 처방하는 것을 막거나 찾아낼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며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마찬가지로 대한비만학회 역시 '규제' 대신 '선별급여를 통한 시스템적 관리(양성화)'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특히 동일 성분 당뇨병 치료제들의 급여 적용과 함께 설정된 기준이 비급여 시장과 맞물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의견이다.
대한비만학회 학술이사인 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현재 SNS에서 화제인 BMI 21(정상 체중) 환자의 마운자로 투약 등은 임상적 근거가 전혀 없다. 이런 식의 미용 목적 처방은 학회 차원에서도 편을 들어주기 어렵다"며 "오젬픽이 급여화됐지만 기준이 너무 엄격해 실제 혜택을 보는 환자는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이런 '바늘구멍' 급여가 환자들을 통제 불가능한 비급여 시장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재 당뇨병 급여 논의 중인 마운자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결국 비급여와 급여 모두 오남용을 우려한 나머지 정책이 맞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는 규제에 앞서 급여 기준을 현실화해 시장을 양성화해야 하며, 개원가 또한 근거 없는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 자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의료 윤리적으로는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에 따른 관리는 정책적인 모순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실제 치료제 처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는 한국적 특수성과 환자의 유지 치료권을 무시한 채 추진되는 규제라는 의견이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이철진 회장(좋은가정의원)은 "오남용 사례를 충분히 수집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먼저다. 마약류도 아닌데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해버리면 현장의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며 "한국인은 BMI 23~25 구간에서도 혈압이나 당뇨병이 발생하는 민족이다. 단순히 허가 기준(BMI 27·30)을 벗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제재 대상'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거 BMI 25였던 환자가 노력해서 20까지 뺐더라도, 약물 등 유지 치료가 없으면 다시 27~28로 올라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요를 막기 위한 이러한 '유지 치료'를 단순히 오남용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현재 중국에서도 BMI 24를 기준으로 임상을 진행 중인 만큼, 우리만의 데이터에 기반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업계는 판매에 규제가 걸리는 만큼 오남용 지정의 불필요성에 대해 최대한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내달 초 열리는 중앙약심이 어떤 결과를 낼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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