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비만 치료제 시장이 들끓고 있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가 잇따라 국내 시장에 상륙하면서 진료실 풍경이 달라졌다.
내분비내과뿐 아니라 진료과를 불문하고 처방이 쏟아지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환자들이 직접 주사제를 거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오남용을 우려하면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광풍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이 상황을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5일,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를 통해 그 답을 들어봤다.

김 교수에 따르면 GLP-1 비만치료제가 출시되면서 진료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다. 기존에 당뇨를 관리하던 환자들이 "선생님, 저도 위고비 맞을 수 있나요"라고 묻기 시작했고, 처음 내원한 환자가 "이미 마운자로를 몇 달째 맞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김 교수는 "약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는 전제부터 못을 박았다. GLP-1 계열 약제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심혈관 사건 예방과 수명 연장 효과까지 임상적으로 입증된 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FDA는 식이요법, 운동과 더불어 비만치료제를 적극적으로 병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도 당뇨와 중증 비만을 함께 가진 환자에게 비만치료제를 병용했을 때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되는 사례를 확인했다는 의료진의 임상효과가 쌓이고 있다.
김 교수 또한 "임상적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는 환자가 있으니 의사들도 강하게 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좋은 약인 건 맞다. 문제는 지금 이 약이 놓인 제도적 환경"이라며 제도적 한계를 짚었다.
그에 따르면 GLP-1 약제가 이렇게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이유는 기전에 있다. 다시 말해 이 약을 쓰면 항상 포만감이 유지되고, 음식을 봐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비만 치료의 핵심이자 가장 어렵다는 '칼로리 제한'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그런데 바로 이 기전이 역설적으로 이 약의 가장 큰 함정이다.
그는 "약이 사라지는 순간 어떻게 될까요. 식욕이 돌아오고, 배고픔이 다시 시작된다"며 "비만치료제 또한 고혈압약처럼 끊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치료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만치료제를 한 번 시작하면 평생 지속해야할까?라는 질문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속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비용적 문제로 어렵다면 완전히 중단하는 것보다는 용량을 낮추거나 투여 간격을 늘리는 유지요법을 고려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경제적 이유로 부득이하게 끊게 되더라도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다가 필요한 시점에 재개하는 '관리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비만은 고혈압, 당뇨와 마찬가지로 질병이기 때문에 관리도 그에 걸맞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진짜 문제는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 제도의 부재를 꼽았다.
현재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비급여로 처방 기준도, 청구 자료도 필요없다. 환자가 원하면 어디서든 처방받을 수 있고, 의사가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오남용을 막고 싶다면 제도권 안에 넣어야 한다"며 "비급여로 열어놓고 관리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꺼냈다. 영국은 내분비내과 등 전문과 전문의의 사전 평가를 거쳐야만 처방이 시작된다. 일본도 전문과 제한을 두고 있다. 허들이 높은 대신 급여 혜택이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허들도 없고, 급여도 없다. 비급여 시장에서 환자 스스로 결정하고 의사가 재량껏 처방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오남용 자제를 요청하는 건 공허한 외침이라고 봤다.
당뇨병학회 및 내분비학회가 비만치료제의 선별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선별급여가 되는 순간 청구 자료 제출이 의무화되고, 의사들의 처방 행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기준에 맞는 환자에게는 경제적 부담도 낮출 수 있다"며 "적어도 소아청소년이나 저소득층부터라도 급여를 적용해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만치료제를 제약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이미 당뇨병 약보다 더 큰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앞으로 위고비 제네릭이 등장하고 경구형 GLP-1 약제가 출시되면 가격이 내려가고 오남용 및 부작용 이슈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약이 좋다는 이유로 기준없이 쓰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관리 속에 처방해야하고 그런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남은 숙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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