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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으로 진행된 의대 증원 정책 현장 의견 반영 장치 없어"

발행날짜: 2026-01-28 05:31:00

[인터뷰] 김영균 의대학생대표(부산대학교 의예과)
"현재도 강당 빌려 250명 수업...실습 여건 개선 선행돼야"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과 그에 따른 부실한 현장 조사에 맞서, 의과대학 학생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의대 현장에서 많게는 250명이 수업을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교육은 물론 실습의 질 저하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 지속 연출되고 있어 더 이상의 증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의대 학생대표는 정부의 부실한 현장 점검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40개 의과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한 보고서 마련을 통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동균 의대 학생대표

2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한국의학교육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 II' 세미나장에서 만난 김동균 의대 학생대표(부산대 의예과)는 현재 의대 교육 현장이 겪고 있는 실상을 폭로하며, 학생들의 주도로 '현장 실태 보고서'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밝혔다.

정부는 의사가 부족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그 인력 추계 방식과 과정이 정밀하게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인력 추계 과정에서 의사의 실제 근로 시간, 병상 기능별 현황, 의대 학장 및 병원장 설문 등 구체적인 현장 데이터를 반영했지만 복지부는 "관측 가능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

일본은 막연한 추정이나 외삽보다는 현장 관찰 및 설문 조사 기법을 통해 획득한 구체적 데이터를 사용한 반면 국내의 추계는 부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만큼 추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계 담당자들은 현장 데이터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할 뿐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점은 의대생들의 자발적인 현장 의견 조사로 이어졌다.

김동균 학생 대표는 먼저 정부와 교육부의 현장 조사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안일한지를 조목조목 비평했다.

그는 "이미 전국 모든 의과대학에서 교육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학생들은 작년 9월부터 국회의과대학 등을 대상으로 상황을 지속적으로 수집해왔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많은 학교에서 150명에서 200명 단위의 대형 강의가 일상이 됐으며, 학생들은 책상조차 없는 극장식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거나 자리가 부족해 타 단과대 강의실을 전전하고 있다.

교육부가 공간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실제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 공간은 정상적인 학습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 특히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미러링 강의'는 음향 시설 불량으로 인해 강연 내용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교육의 질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실습 교육 현장의 열악함은 더욱 심각한 상태"라며 "장비와 공간 부족으로 인해 필수적인 실험과 실습이 영상 시청으로 대체되거나 내용이 대폭 축소되는 사례들이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학 교육의 기초라 할 수 있는 해부학 실습의 경우, 카데바 6구에 무려 120명의 학생이 매달려 실습을 하거나 한 구당 10명에서 20명씩 배치되는 계획이 세워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격주로 실습과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시청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겠다는 학교까지 등장하면서, 의사 양성의 질적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것은 학생들이 단순히 불편하다고 투정을 부리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며, 부실한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배출될 경우 결국 환자의 안전과 의료 시스템의 신뢰가 통째로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역설했다.

이에 대응해 의대생들은 정부의 부실 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정밀한 현장 데이터를 구축 중이다.

김 대표는 "이제는 반대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어떤 구조가 필요한지까지 함께 제안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40개 의과대학에서 각 학번 대표를 포함한 총 80명의 소통 체계를 구축해 학교별 상황을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있으며, 8명 규모의 전문 보고서 팀이 주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2차 보고서는 지난 1차 조사보다 훨씬 구체적인 인식 조사와 인프라 여건에 대한 세부 항목 설문을 포함한다. 특히 교육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체감하는 개선 여부, 학년 간 갈등 문제 등을 폭넓게 다뤄 정부의 주장이 현장에서 어떻게 부정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번 2차 보고서를 3월 개강 시점에 맞춰 발표하고, 오는 5월 의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1시간 반가량의 세션을 할애받아 전국의 전문가들에게 상세히 공유할 예정"이라며 "졸속으로 진행되는 정책의 무리함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현장의 데이터를 들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보고서 공개 이후 이를 근거로 학생 대표단과 학장과의 개선안에 대한 소통을 추진할 예정이다"며 "다른 학교에서는 학장이 학생들과 감정적인 골이 깊어 대화 자체가 단절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통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학교 측은 학생들의 정중한 면담 요청을 거부하거나 학생 자치 기구를 논의에서 배제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융화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한 데 섞어 놓지만, 이는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촉진하는 행위"라며 "지금도 부실한 교육 행정이 이뤄지는 마당에 증원 정책이 실제로 현실화된다면 이는 부실한 의사 양성이라는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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