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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의 질은 독점이 아닌 구조에서

가정의학과의사회 김상진 이사
발행날짜: 2026-01-19 05:00:00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김상진 의무이사

내시경을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질'과 '안전'이다. 이는 어느 한 직역의 전유물이 아니라, 의료에 종사하는 모두가 공유해야 할 가치다. 문제는 이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있다. 질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과연 배제를 통해 가능한지, 아니면 역할과 책임이 정리된 구조를 통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다.

일차의료와 전문의의 역할은 대립이 아니라 분화의 문제다.

일차의료 의사가 시행하는 내시경은 접근성과 연속성을 바탕으로, 환자의 병력과 생활습관을 고려하여 시행되는 선별검사라는 명확한 역할을 가진다. 필요 시 특정 전문의로의 신속한 의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는 전문 진료로 향하는 관문이자 연결고리다. 반대로 특정 분과 전문의는 고난도 진단과 치료, 합병증 관리 등의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우열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고, 그 역할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점검하는 체계가 작동하는가이다. 일차의료 내시경이 체계적인 교육과 질 관리, 명확한 의뢰 기준 속에서 이루어질 때, 이는 전문의 영역을 위협하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전체 의료 체계의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가 된다.

자격은 열고, 교육은 닫는 구조의 한계

그러나 현재 의료 정책 논의에서 제시되는 방향은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인다. 자격은 다원화하되, 교육과 평가는 단일한 통로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행은 허용하면서 교육을 제한하는 구조는 스스로 모순을 안고 있다. 내시경의 질은 '자격'만으로 담보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지속적인 교육과 평가를 통해 유지되는 것일까.

교육의 통로가 제한될수록 현장에서는 불균일한 경험과 비공식적인 학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책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역량 축적을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일차의료 영역에서의 체계적인 질 관리와 역량 강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환자에게 제공되는 내시경의 질 저하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책의 역할은 배제가 아니라 설계다.

정책은 특정 학문이나 직역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정책의 역할은 여러 진료 주체가 존재하는 현실을 전제로, 공통의 기준과 책임 구조 안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데 있다. 누가 시행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기준 아래에서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이다. 문을 닫아 관리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간단해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역사가 보여주는 구조의 중요성

학문과 의학의 역사를 돌아보면, 발전의 속도가 늦어졌던 시기에는 종종 새로운 접근이나 다른 관점이 제도적 검증의 장에 충분히 올라서지 못했던 공통점이 발견된다. 갈릴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논쟁 역시, 과학적 논증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검증의 통로가 제한되어 있었던 시대적 조건과 무관하지 않았다.

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산욕열 문제를 다루던 시기, 이그나츠 제멜바이스가 제시한 손 위생의 중요성은 이후 의학의 표준이 되었지만, 제도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은 새로운 관찰과 임상적 경험이 제도 속에서 어떻게 검증되고 받아들여지는지가 환자의 예후와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례들이 말해주는 바는 단순하다. 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러 임상적 접근과 경험이 같은 기준 아래에서 평가되고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은 환자다.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결국 환자가 있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소속의 의사가 내시경을 시행했는지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안전하게 검사를 받고, 충분한 설명을 들으며, 필요할 때 최선의 전문 진료로 연결되는가이다. 의료 체계가 직역 중심의 논쟁에 머무를수록 환자는 그 논의의 바깥에 놓이게 된다.

의학의 역사는 우리에게 반복해서 말해 왔다. 하나의 방식만을 고수하는 체계보다, 여러 역할이 분명히 나뉘고 공통의 기준 아래에서 서로를 점검하는 구조가 더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이다. 일차의료 의사와 특정 분과 전문의가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하며 서로를 돕고 견제하는 구조, 그리고 그 모든 판단의 기준을 환자에게 두는 것. 그것이 내시경을 둘러싼 논의가 도달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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