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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의료기기법, 특수관계인 거래 금지 왜?

최민호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발행날짜: 2026-01-19 05:00:00

최민호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료기기 시장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의료기기 판매업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 간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의 신설입니다. 이는 과거 「약사법」에서 의약품에 대해 도입했던 유사 규제를 의료기기 분야로 확대한 것으로, 공급과 수요의 주체가 사실상 동일한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베이트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강력한 입법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이해됩니다.

해당 규정은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므로, 관련 기업들은 이 기간을 활용하여 현재의 사업 구조가 개정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신설된 제18조 제5항입니다. 이 조항은 "판매업자 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직접 또는 다른 판매업자등을 통하여 의료기기를 판매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직접 또는 다른 판매업자 등을 통하여'라는 문구입니다. 이는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직접 제품을 납품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제3의 도매상이나 유통업체(소위 ‘간납사’)를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의 우회적인 거래까지도 명백히 금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유통 구조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 금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 행위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안 제53조의2), 이는 관련 기업의 경영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형사 처벌에 해당합니다.

규제의 핵심인 '특수관계'에 대해 개정법은 크게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첫째, 판매업자(법인)의 ‘임원’이 의료기관의 개설자인 경우입니다(안 제18조 제5항 제2호 나목). 여기서 ‘임원’이란 대표이사, 이사, 감사 등을 모두 포함하며, 이들이 의료기관을 직접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특수관계 의료기관으로 분류됩니다. 이 기준은 지분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임원’이라는 지위 자체만으로 특수관계가 성립함을 의미하므로 해석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둘째, 판매업자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가 의료기관 개설자인 경우입니다(안 제18조 제5항 제2호 다목). 이 ‘사실상 지배력’의 판단 기준이 이번 개정법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안은 '사실상 지배하는 자'를 ① 해당 법인의 주식 또는 지분의 50%를 '초과'하여 소유하는 자, 그리고 ② 지분율과 관계없이 법인의 임원 구성이나 사업 운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①번 기준에 따르면, 정확히 50%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는 '초과'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이 규정만으로는 지배자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②번의 '지배적 영향력'이라는 포괄적 기준입니다. 이는 공식적인 직함이 없더라도 최대주주로서 경영 회의에 참여하여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자금 집행 및 인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등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항입니다. 향후 규제 당국은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형식보다는 실질을 기준으로 이 '지배적 영향력'을 폭넓게 해석할 가능성이 크므로, 관련 기업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강력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2년의 유예기간 동안 다음과 같은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것입니다. 이는 법 위반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지만, 기업의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차선책으로는 '소유와 경영의 실질적 분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기기 회사의 지분은 유지하되,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직에서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해당 개인은 '임원' 요건에서 벗어나게 되며, 50% 이하의 지분을 가진 단순 주주로서 배당 수령이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등 주주의 고유 권리만 행사해야 합니다.

동시에 회사는 독립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이사회를 통해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객관적인 자료(이사회 의사록, 경영 위임 계약서 등)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형식적으로만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여전히 막후에서 경영에 관여한다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정법은 판매업자 등에게 특수관계 의료기관의 현황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안 제18조 제6항). 보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안 제56조). 따라서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특수관계 여부를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의료기기법 개정은 관련 시장의 거래 관행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규제 당국은 형식적 요건뿐만 아니라 실질적 지배관계를 기준으로 법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관련 기업들은 남은 유예기간 동안 현재의 지배구조 및 거래 관계가 개정법에 저촉되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한 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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