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제네릭 의약품을 대상으로 시행한 약제 급여 상한금액 인하 처분이 법원 1심과 2심 모두에서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법원은 약가 인하 처분의 근거와 절차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며, 복지부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4-2행정부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A사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약가 인하 처분을 취소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2023년 9월 고시한 약제 급여 상한금액 인하 조치는 효력을 잃게 됐다.
이번 사건은 복지부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생동성 시험 수행 여부와 등록 원료의약품(DMF)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약가를 인하한 데서 시작됐다.
복지부는 심사 과정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의약품에 대해 상한금액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제약사들은 평가 기준의 적용 방식과 절차가 위법하다며 처분 취소를 구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복지부의 약가 인하 처분을 전부 취소한 바 있다. 행정법원은 특히 처분 사유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처분 이후 소송 과정에서 사유가 변경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A사와 관련해서는 '처분 사유의 사후 변경'이 핵심 쟁점이었다. 심사평가 과정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처음에는 해당 의약품이 재평가 기준을 충족해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했다가, 이후 최종 결과 통보에서는 다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소송 과정에서 "실제 처분 사유는 처음부터 제2 기준요건, 즉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미입증이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약가 인하 처분 구조상 심평원의 평가 결과 통보가 사실상 처분 사유의 제시이자 사전통지 기능을 수행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행정청은 당초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처분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며 "소송 과정에서 다른 기준 위반을 들어 처분을 정당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종 결과 통보에 특정 기준 미충족이 명시돼 있는 이상, 이를 단순한 오인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B사 사건에서는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입증 방식이 쟁점이 됐다. 복지부는 B사가 자사제조 전환 과정에서 변경허가증을 정해진 기한까지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2 기준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B사는 기존 위탁제조 품목허가증과 생동성 시험 관련 자료 등 DMF 등록 번호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했고, 이후 실제로 변경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복지부의 해석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제2 기준요건은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일 뿐, 변경허가증 제출만을 유일한 입증 수단으로 한정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심평원이 사전에 "허가증 제조방법에 DMF 등록 번호가 기재돼 있으면 이를 입증자료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 점도 고려했다.
아울러 법원은 침익적 행정처분의 해석 원칙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약가 인하와 같은 침익적 처분은 명확성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돼야 한다"며 "행정청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준을 확대 해석하거나 유추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변경허가증을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또한 법원은 "변경허가증 제출 여부만으로 약가 인하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명확하지 않은 반면, 제약사에는 상당한 경제적 손실과 기업 이미지 훼손이라는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처분 방식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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