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방안이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의사단체와의 면담을 예고한 가운데 개원가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이달 건정심에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방안을 상정을 목표로 의사단체들과의 면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주 대한의사협회, 다음 주 대한병리학회·대한진단검사의학회를 개별 면담해 의견을 청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이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위탁검사관리료 10% 폐지, 분리청구 방식 도입 등 기존 방침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이 제도로 양질의 검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진단검사 및 병리학회는 찬성 입장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개원가 반발을 고려해 정부는 검체 검사 위·수탁을 위한 수가 조정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12월 의료비용분석위원회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원칙 아래 상대 가치 점수와 보상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발은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1일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또 개원가 의사단체들의 릴레이 규탄 성명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만 해도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일차 의료 붕괴 초래할 일방적인 제도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스스로 구성한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를 단 한 차례도 가동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신경과의사회는 검체 검사가 진단과 치료 계획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의료 행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행정 편의를 위해 분리청구를 강행할 경우 '청구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로 인해 환자 불편 가중, 개인 정보 유출, 정산 문제, 책임 소재 불분명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가 필수 의료 붕괴를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현재 검체 검사를 위탁하는 기관의 대부분이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의 일차의료기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신경계 질환을 다루는 신경과 역시 고령 환자가 많아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라는 것. 이번 조치는 진료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환자 관리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정부는 검체 검사 위·수탁 분리청구 방침을 즉각 중단하고 2024년 9월 구성된 협의체를 즉시 가동해 의료계와 성실히 합의하라. 협의체 논의는 2023년 보건복지부 자체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의사회는 국민 건강과 올바른 의료제도 수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제도로 일차의료기관의 행정·법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결국 개원가의 진료 기반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다. 이 제도는 검체 채취 인력과 시간, 보관·관리 비용, 결과 상담 등 위탁기관의 전문적 노동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
특히 검체의 종류, 난이도, 환자 특성에 따라 위탁기관의 업무 비중이 달라지는데 이를 단일 비율로 고정하는 것은 현장의 다양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체계에선 중증 질환을 진료하려는 동기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분리청구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검체 채취·보관·결과 확인·설명 등 모든 과정이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의 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분리할 경우, 현장에 다양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이로 인해 ▲환자가 두 기관에 각각 결제해야 하는 불편 ▲개인정보 노출 위험 증가 ▲비급여 항목 정산 및 환불 절차 지연 ▲검사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 불명확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관이 행정절차를 전담하면서 생길 업무 부담 증가도 필연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모든 정책에 있어서 전문가 집단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간의 논의를 뒤집고, 의료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행정 추진을 중단하라"며 "위탁관리료 폐지 시 일차의료기관의 진료 기반을 악화시킬 것이다. 이로 인해 검사 포기가 줄지어 발생할 수 있고, 검사를 위해서 상급 의료기관에 방문하게 되는 환자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진료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더 많은 기관과 의료진이 필수 의료에 종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접근성, 기술, 진료 가능한 범위, 전문성 등에 있어서 대한민국 일차 의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점이 많다. 그 기반인 의원의 생존을 위협하는 탁상행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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