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은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알지만 PBM은 모릅니다. 이것이 국내 PBM의 현실이자 과제입니다."
전 세계 의료계가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환자 혈액 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를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가 PBM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개선안을 제시했다.
의료기관 평가항목에 PBM 도입 및 준수 여부를 반영하면 병원 간 경쟁을 통한 도입이 자연스럽게 촉진될 것이라는 게 학회의 핵심 제안. 또한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PBM의 인지도와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24일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는 마곡 오스템임플란트 대강당에서 국제학술대회 KPBM 2025를 개최하고, 한국형 PBM 모델 도입 및 확산 전략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수혈의 인식이 보양의 개념으로 자리잡히면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수혈이 이뤄지는 경우 장기적으로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수술 환자에서 과다 수혈이 이뤄지는 경우 오히려 생존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암환자에서 수혈을 한 그룹과 안한 그룹의 장기 생존율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수혈의 부정적인 면모가 부각된다. 즉 적정 수혈 환자를 가려내고 최소한의 수혈을 하는 관리 측면이 비용 절약뿐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
김경환 회장(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은 "PBM은 단순히 수혈을 줄이기 위한 관리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환자 개인의 혈액 상태를 최적화하고, 불필요한 수혈을 줄여 합병증과 입원 기간을 줄이는 환자 중심의 치료 혁신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면 수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면역 반응, 폐 손상, 심혈관 부작용 등을 예방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혈액 사용을 줄여 혈액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에도 기여한다"고 PBM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혈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감염이나 급성 폐손상 등 부작용 위험이 따른다. PBM은 수혈 전후 환자의 철분 상태, 빈혈 정도, 지혈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환자 자신의 혈액을 최대한 보존하는 전략이다.
김 회장은 "결국 PBM의 핵심은 환자의 안전을 높이고,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며,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는 데 있다"며 "국제 사회는 이미 PBM 표준화 및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PBM은 이미 미국, 호주, 독일 등 선진국에서 병원 평가와 인증의 필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호주·뉴질랜드는 2012년부터 국가 PBM 프로그램을 시행, 수혈률을 최대 30% 감소시키고, 입원 기간을 평균 2일 단축시켰다.
독일도 연방보건부 주도로 PBM을 병원 인증평가에 포함, 주요 대학병원 80% 이상이 PBM 체계를 도입했고,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클리블랜드클리닉 등 대형 병원들도 PBM 시스템을 운영하며 수혈 관련 의료비를 연간 1,000만 달러 이상 절감한 것으로 보고했다.
김 회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PBM을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규정, 각국 정부에 제도적 채택을 권고했다"며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별 의료진의 인식에 의존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한국형 PBM 확산을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학회는 대한수혈학회와 함께 의료기관 내 수혈관리 인력 교육을 담당하며 PBM 정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김경환 회장은 "제도는 시작됐지만 아직 현장 참여율이 높지 않다"며 "PBM이 의료기관 평가항목에 포함돼야 병원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관 평가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및 유관 기관과 협력해, PBM이 의료기관 평가항목에 포함되도록 하면 미온적인 의료기관의 PBM 도입과 이행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환자 안전성 향상, 혈액 자원 절약, 의료비 절감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PBM에 대해 일반 대중은 물론 의료진의 인지율도 떨어진다는 점에서 의대 교육으로 인식을 환기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 회장은 "젊은 의료진 교육 확대도 중요하다"며 "의대생과 전공의 시절부터 PBM을 필수 진료 역량으로 교육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PBM의 의미를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에게도 알릴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 활동을 강화하겠다"며 "앞으로도 학술 연구, 교육, 정책 제언 등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한국형 PBM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이어 "PBM은 단순한 수혈 절감 운동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을 재편하는 혁신 모델"이라며 "국내 의료기관이 세계적 흐름에 맞춰 PBM을 표준화할 수 있도록 학회가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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