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무분별한 의약품 남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전 조제 한약이 별다른 규제 없이 유통되고, 위고비가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창고형 대형 약국으로 영세 약국이 고사 위기에 놓인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오전 질의에서 약국·한약·비만약 관련 현안이 주요 화두로 부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질의를 통해 100평 이상 창고형 대형 약국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 약사법상 규모 제한이 없어 이 같은 약국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지역 독립 약국 폐업과 의료 취약 지구 주민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다.
장 의원은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약국 사막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전역에 창고 약국이 들어서면서 지난 10년 사이 독립 약국 38.9%가 문을 닫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폐업이 집중돼 약에 대한 접근성 불균형이 심해졌다는 것.
장 의원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참고가 됐으면 한다. 이 법을 통한 출점 제한 등의 조치로 소상공인들의 사업 영향을 보호하고 있다"며 "과거 대형 마트 진출로 동네 상권이 초토화되고 전통시장까지 어려움을 겪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창고형 대형 약국 문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기업형 한의원들의 불법 사전 조제 및 원외 탕전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 영화에선 한의사가 주인공에게 사전 조제 한약을 판매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동차 보험에서 한방 협약의 사전 조제는 불법임에도 한약이 상품처럼 판매되는 행태가 일상화돼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금 중 한방 진료비가 전체 비급여의 51.7%를 차지하며, 2년간 5300억 원의 한약값이 지출됐다는 것.
또 전국 127개 원외 탕전실 중 인증 시설은 21곳에 불과하며, 무자격자에 의한 한약 조제율이 한의원 47.9%, 한방 병원 33.7%에 달하는 상황을 문제로 꼽았다.
한지아 의원은 "인증되지 않은 원외 탕전실이 이렇게 많은 것은 사실상 말이 안 된다. 자동차 보험에서 2년 동안 5,000억 원은 4대 비급여 항목 중 50%가 넘는다"며 "사실상 국토부 소관이지만 건강과 관련돼 있으므로 장관이 강하게 의견을 줘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나서긴 어려운 사안인 만큼, 복지부가 국무회의에서 시정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역시 사전 조제 한약이 의약품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무분별하게 허용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유효 성분 기재, GMP 인증, 일반 대중 광고 금지에 대해 이렇다 할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은 본인이 한 건강기능식품 업체가 운영하는 다이어트 브랜드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한 제품을 예로 들었다. 이 사이트는 처방이 필요한 젤리형 조제 한약을 건기식처럼 판매하는 편법 운영을 하고 있다.
건기식 업체와 연계된 한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면 제품을 택배로 발송하는 방식이다. 조제 한약을 공장형으로 찍어내도 '한의사가 처방으로 조제했다'고 주장만 하면 입증 책임이 없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다.
이주영 의원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나 다름없는 원외 탕전실 조제 한약은 건기식과 달리 영양 기능 정보 등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며 "나쁜 마음을 먹으면 아무거나 넣어도 되고 가격도 임의로 정해도 되는 돈 벌기 쉬운 구조다. 무자격 조제 인력 문제도 나온 상황인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고비는 부작용 우려로 비대면 진료를 금지했지만, 한의약 제제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는 편법적이고 기형적인 조합이다"라며 "앞으로도 유사 사례가 계속 나올 것이다. 진상 조사와 유사 사례 차단, 성분 및 조제·환약 광고 기준 재검토가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에서도 동일한 조치가 필요하며, 대책을 마련하여 의원실로 보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언론 보도를 통해 위고비가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상황을 문제로 지목했다. 해당 보도에선 정상 체중인 기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5분 만에 위고비를 처방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비만약 처방 기준이 현장에선 무용지물인 상황이라는 것. 특히 식약처 허가 사항 상 금기돼 있는 만 12세 어린이에게 69건, 임신부에게 194건이 처방되는 등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
위고비를 처방한 의료기관의 진료 과목도 천차만별이다. 정신건강의학과, 비뇨의학과, 안과, 치과 등 비만 치료와 무관해 보이는 병원에서도 수천 건이 처방됐는데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이뤄졌을지 의문이라는 것.
이런 가운데 식약처에 공식 보고된 위고비 이상 사례는 급성 췌장염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 신부전 63명, 저혈당 43명 등 961명에 이른다는 우려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응급실을 찾은 환자도 159명에 이른다.
김 의원은 "위고비 남용과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복지부는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 일부 의사들의 돈벌이 앞에서 환자 안전이 희생되는 상황"이라며 "비만 치료 주사제의 원칙 없는 처방과 무분별한 남용, 이로 인한 부작용 치료로 국민 건강이 침해되고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공감하며 제도 개선 및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중 창고형 약국과 관련해선 유통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단기적으론 소비자를 호도할 수 있는 광고를 못하도록 시행 규칙을 개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유통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한의약 사전 조제 규제와 관련해선 국회와 협의하고, 관련 담당 부처인 국토부와 협의해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사전 조제 한약이 별다른 규제 없이 유통되는 상황을 최대한 검토해 종합 감사 전까지 보고하고, 미진한 부분은 장기 과제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원외 탕전실 문제 역시 적정 인력이 근무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위고비와 관련해선 의료계와 협의해 무분별한 처방 행태를 조정할 방안을 강구하고, 식약처와 협력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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