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급여화 논의로 요양병원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면서, 중소 요양병원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현장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요양병원 의료 기능 강화 및 간병비 급여화' 토론회에서도 이런 현장 우려가 관측됐다. 이날 토론회 골자는 역량이 떨어지는 요양병원을 의료 중심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 기준이 모호하며, 미달하는 요양병원은 급여화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방청객들의 우려가 나왔다.
■ 간병비 급여화 "요양병원 재구조화와 함께 추진돼야"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함명일 교수는 발제를 통해 간병비 급여화가 요양병원 재구조화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요양병원과 장기요양 시설에 의료적 필요가 있는 환자가 간병비를 전액 부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공적 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65세 이상 간병인 1인당 고용 비용은 약 370만 원으로, 중위 소득의 1.7배에 달한다는 것.
또 함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 대부분이 의료적 필요도가 낮은 환자를 포함한 사회적 입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의료 중심 기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먼저 재구조화를 통해 의료 역량이 낮은 요양병원은 시설 및 서비스 기능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를 위해 병상 구조 재편, 병실 수 조정, 4인실 중심 체제 전환과 같은 물리적·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 중심 요양병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수가 인센티브와 성과 보상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하고, 성과 지표와 연계한 재정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단계적 접근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례로 초기엔 200~500개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결과를 평가한 뒤 점차 확대하는 방식이 적합하다는 진단이다. 또 요양병원과 지역사회 요양시설, 재가 돌봄 서비스 간 연계 체계를 강화해 환자의 입원, 퇴원, 재택 복귀 과정까지 통합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재정 여건과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우선적으로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특히 최고도·고도 환자와 중증 치매 환자 등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재구조화 과정에서 객관적 환자 분류 체계 마련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요양병원의 장기요양 등급과 의료 필요도 판정 체계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사회적 입원과 의료 필요 입원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부 평가 체계를 활용해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정확히 분류하고, 이를 기반으로 간병비 지원과 병원 기능 전환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재구조화 과정에서 모니터링의 필요성도 주지했다. 함 교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통합 돌봄이 연계된 이후에는 실제 재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간병비 부담이 현재 수준에서 증가하는지, 환자 개별 부담이 완화되는지 등을 점검해야 제도의 효과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구조화가 유도된 요양병원의 재편 과정에서 재정 절감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며 "사회적 입원 감소로 인한 절감 효과와 의료 중심 요양병원과 비의료 중심 병원의 기능 전환에 따른 재정 변화를 함께 모니터링해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간병비 급여화 "가격 경쟁 아닌 인권 문제"
이어진 발제에서 경도요양병원 이윤환 병원장은 요양병원 간병비 문제가 가격 경쟁에 매몰돼 환자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요양병원이 간병비 할인을 통해 환자를 유치하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간병 인력 감축과 서비스 질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간병비 할인이 심화될수록 적정 간병인을 두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국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6인실 기준 환자 한 명당 60~70만 원의 간병비가 발생함에도, 주변 병원과의 할인 경쟁으로 간병인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9명, 심지어 12명까지 늘어난다는 것.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을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극단적인 예로 지적했다.
이 병원장은 간병비 급여화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간병비 급여화가 이뤄지면 모든 병원의 간병비가 동일해지므로, 병원들은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결국 환자들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양질의 간병 서비스를 보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2000년대 일본의 개호보험 도입 이전엔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침상에 묶어두거나 방치하는 등 상황이 열악했다. 반면 관련 제도가 도입되면서 환자 1인당 간병인 기준이 마련됐고, 최소한의 인권을 지키게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 정책이 4인실 등 특정 병실에만 집중돼선 안 된다고 짚었다. 현재 다수 환자가 이용하는 6인실에도 급여화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렇게 더 많은 환자에게 보편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이는 간병비 부담 때문에 좋은 병원을 떠나는 환자들을 막고 의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요구다. 간병비 급여화 역시 이렇게 환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이 병원장은 간병비 급여화가 특정 집단의 유불리를 따지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료 기능이 낮은 병원의 중증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해 다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병원의 역량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환자 존엄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다.
이 병원장은 "환자분이 상태가 좋아져 병실로 들어가셨다가 일주일 만에 퇴원하셨다. 간병비 때문이다"며 "비용 때문에 간병비를 받지 않는 병원으로 옮기셨고, 간병인이 없으니 결국 밤에는 억제제를 쓸 수밖에 없었고, 석 달 만에 욕창으로 돌아가셨다. 정부가 간병 급여화를 서둘러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중심 병원만 간병 급여를 지원한다고 하면 의료 기능이 낮은 병원에 있는 중증 환자들은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며 "지방일수록 간병비 경쟁이 심해져 서비스 질은 더 떨어진다. 간병 급여화는 요양병원의 생존 논리가 아니라 환자 인권 문제다. 어떤 병원에 있든 최소한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현장은 반발 "급여화 요양병원 고사 말아야"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이 같은 발제에 대한 현장 참석자들의 반발이 나왔다. 간병비 급여화 정책이 대형 병원 위주로 편중돼 중소 요양병원을 고사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중소 요양병원은 의사,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을 갖췄음에도, 단순히 병상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중심'이 아니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안병태 부회장 역시 패널 토의에서 간병 급여화가 요양병원 재구조화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간병은 간병 자체의 문제로, 요양병원의 기능 재정립과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산 부족으로 인한 단계적 시행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의료 기능 중심 병원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안 부회장은 '사회적 입원'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용어 사용이 선량하게 입원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오명을 씌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1차 시범 사업을 무시한 채 새로운 구조조정 정책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2030년까지 500개 병원만 간병 급여 대상이 된다면 나머지 병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불분명하다는 우려다.
간병 인력 수급 문제와 간병 급여 기간 제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간병직 특성상 외국인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간병인 직고용 시 이탈 문제로 오히려 환자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
간병 급여를 180일로 제한하는 것 역시 6개월 후 간병이 중단되는 것으로 이후 환자와 보호자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간병 급여는 연중 제한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다.
아울러 병실 기준을 6인실에서 4인실로 줄이는 정책 역시 병상 감소로 이어져 요양병원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안 부회장은 "간병 급여화는 병원이 아닌 환자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 간병 급여 기준에 맞는 환자는 어디에 입원해 있든 간에 간병을 받아야 한다"며 "의료 기능이 낮은 병원에 있다고 해서 중증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 이는 요양병원의 생존 논리가 아니라 환자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양병원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필수적인 인프라다. 코로나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요양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며 "이러한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것은 결코 현명한 정책이 아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곧 우리가 입원하게 될 요양병원'이라는 현실을 인지하고 각별히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간병 급여화의 방향성과 관련해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의료적 요구가 큰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복지부는 이를 위해 환자의 의료 필요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을 마련하고, 양질의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의 구체적 요건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목표는 2030년까지 500개 병원을 대상으로 간병 급여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불필요한 입원을 최소화하고,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 시스템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다만 토론회에서 제기된 지역 요양병원의 어려움과 건보 재정 문제에 공감하며, 본인 부담률 조정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재정을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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