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뇌성마비로 의사가 동료를 형사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환자들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해 환자나 보호자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다.
17일 환자단체연합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학병원 분만 의료사고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을 두고 의사도 동료를 형사 고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의료사고 현장엔 충분한 설명이나 애도의 표시, 예방을 위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등 신속·적정한 피해 보상이 거의 없거나 드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사고 피해자는 용서나 화해가 아닌 형사 고소를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
환연은 이번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2018년 12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출생 직후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분만을 담당했던 교수와 전공의가 최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민사 이후 불구속 형사 기소됐다.
재판부는 해당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태아 심박수 감시를 소홀히 해 응급 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 6억 5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냈다.
환연은 이 사건에서 형사 고발을 한 피해 환자 보호자가 당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였던 점을 강조했다. 이 보호자 역시 의사에 대한 형사 고소와 고액의 민사 판결에 반대했을 개연성이 큼에도, 결국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
실제 해당 대학병원이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현재까지도 의료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고소·고발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의사 면허가 있는 전공의까지 소송 대상이 된 점에서 의료계와 환자 모두가 우려하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병원은 책임을 회피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과실 부인과 불성실한 태도만 남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를 지키려면 환자를 먼저 지켜야 한다. 거액의 배상이 필수과를 위축시킨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 발생 시 충분히 설명하고 과실이 있다면 사과하며 합리적 배상으로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며 "정보의 비대칭성을 방패로 삼아 환자를 외면하면 안 된다. 오히려 환자를 지키려 노력할 때 국민이 형사 처벌을 막아야 한다고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에서 이 사건에 대한 비판 성명이 계속되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가 불가항력적이며, 이 같은 산과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 고소를 막거나 처벌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의료사고를 낸 산부인과 전공의와 교수는 고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피해자며, 피해 환자 부모는 과도한 경제적 피해를 준 가해자라는 인식까지 심어주고 있다는 것.
6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액 역시 과도하다는 의료계 주장과 관련해서도, 피해 환자와 가족 입장에선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하루 간병비만 15만 원인 상황이어서 1년이면 6000만 원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배상액은 뇌성마비 가족이 부담해야 할 10년 치 간병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의사들이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다는 의료계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했던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현황과 분석 및 함의' 연구를 보면 2019~2023년 연평균 기소 건수는 45건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고위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소명감을 가지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은 필요하다고 봤다. 재정 투입을 통해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의료사고 시 법무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또 책임보험료나 손해배상금은 공적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산과 의료 활성화가 필요하므로, 경미한 과실의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일정 부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
또 국회를 향해 의료사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의료사고 설명 의무화 및 의료사고 관련 유감 표시 증거 능력 배제,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 설치를 위한 입법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이번 사건은 같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료 의사조차 합의와 용서 대신 형사 절차를 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왜 형사 고소를 줄일 수 없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정부와 국회가 여전히 '사법 리스크' 논리에 갇혀 피해자 관점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사고로 신생아는 평생 간병이 필요한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병원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결국 합의 불발로 형사 고소까지 이어졌다. 의료계가 성명과 언론 대응으로 의사 방어에만 나서는 동안, 피해자의 목소리는 외면당하고 있다. 환자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형사 고소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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