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간소화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자 안전과 진료 부담 악화를 지적하는 현장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의협도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약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약사가 처방 의약품과 동일 성분의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대체조제 사후 통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관련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해, 종전의 서면·전화 중심 절차보다 훨씬 단순화된다. 약사가 의사에게 직접 대체조제 사실을 알릴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의사가 관련 내용을 놓치기 쉬워진 것.
이에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제도로 환자 안전과 의사 처방권이 동시에 위협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대체조제가 활성화된다면 약효와 부작용, 복용 편의성을 고려해 내린 의사의 임상적 판단이 약사에 의해 뒤바뀔 수 있다는 것.
개원가의 부담은 더 직접적이다. 대체조제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부작용 피해가 발생한다면, 환자의 항의가 의원으로 가장 먼저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약이 바뀐 것에 대한 불만도 개원가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개원가에서 중요한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체조제로 불필요한 상담과 설명이 필요해져 진료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같은 약이라도 제형이 다르면 복용법을 다시 알려줘야 하는 경우가 있어 불필요한 진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
또 대체조제로 인해 처방 변경이 반복되면 환자 기록 관리가 복잡해지는 데다, 전자의무기록(EMR)에 환자가 실제 복용하는 약과 처방 내역이 달라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대체조제가 활성화된다면 환자의 추적 관리가 어려워지고, 환자 안전과 의료 질 관리에 행정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약이 바뀌는 것에 민감한 환자들이 더러 있고, 환자들은 약이 바뀌면 의사에게 따지기 마련이다. 약사한테 설명을 들었더라도, 결국은 우리 의원으로 와서 '왜 약이 바뀌었냐'고 묻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체조제가 활성화돼 부작용이 늘어난다면 그 책임도 고스란히 의사가 져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늘어나는 시간이 전부 진료 부담이다. 특히 환자 기록에 실제 환자가 먹는 약이 다르게 남으면 추적 관리도 꼬일 수밖에 없어 행정적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직접 처방을 바꾼 거라면 즉각 대응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니 제도 때문에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나고 환자 위험도 커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번 법안이 단순한 절차 변경을 넘어, 성분명 처방과 전자처방전 도입으로 이어지는 제도적 연결고리라고 봤다. 대체조제 정보가 심평원 시스템을 거쳐 자동으로 연계되면, 개인건강기록(PHR)이나 마이헬스웨이 같은 국가 의료 데이터 플랫폼과 결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떤 성분의 약을 썼는지' 중심으로 데이터가 관리되면서 성분명 처방 이어지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 결국 정부의 실제 목표는 국민 건강권 강화가 아니라 약제비 절감을 통한 재정 절감에 맞춰져 있다는 해석이다.
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성분명 처방은 약사들의 권한만 커지게 만들 뿐, 국민 건강권 향상과는 무관하다. 결국 또 다른 불법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성분명 처방으로 갈 거라면 의약분업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내과의사회가 지적하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백년대계 차원의 의료제도 설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취임 3개월도 안 돼 여러 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은 더 나은 건강권 보장이 아니라 의료비 절감을 향해 맞춰져 있다"며 "행위별 수가제를 없애고 인두제나 총액계약제 같은 포괄 지불제도로 가려는 의도가 읽힌다. 재정 투입 확대가 아니라 절감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결국 의료비 억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체조제 사후 통보 간소화가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의사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규정했다. 대체조제가 환자 동의 없이 진행될 경우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로 이어질 때 혼란과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또 협회 차원에서 '신고센터'를 개설해, 불법 대체조제 및 피해 사례에 신속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환자에게 약이 바뀌었음을 알리고 사전 동의를 받는 절차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약사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의사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법안이다. 대체조제는 의사의 처방권을 무력화하고,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약물 변경은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간접 통보는 의사가 제때 대체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해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 대체조제는 반드시 의사에게 직접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불법 대체조제 피해 사례를 접수·대응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며 "환자의 치료 계획 변경은 본인의 명확한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사전 동의 없는 사후 통보로 인한 약화 사고 역시 의사에게 책임이 없다. 환자 설명과 동의 절차를 법적으로 보장되도록 끝까지 대응해 제도 개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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