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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안에 사라진다"…복막투석, 왜 한국만 외면하나

발행날짜: 2025-06-26 05:30:00

"자가 치료 가능·사회적 비용 절감 입증에도 수가 0원에 발목"
해외선 적극 권장 제도에 비중 50% 넘겨…"국내는 고사위기"

"10년 안에 복막투석이 사라질 수 있다."

신장내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최근 이 같은 경고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투석 방식 중 하나인 복막투석은 혈액투석에 비해 자가 관리가 가능하고 삶의 질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전체 투석 환자의 불과 5%만이 선택하고 있다.

이마저도 투석 관련 의료행위 수가가 전무해 의료기관에서 외면받는 실정을 감안하면 수치가 더 줄어 실제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 "현재 수가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복막투석은 10년 내 사라질 수도 있다"며 제도적 개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혈액투석 대비 예후는 물론 비용 대비 효과성까지 좋아 해외 주요 나라에선 복막투석 선택 비중이 50%를 넘기기면서 한국에서만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복막투석 현황 및 해외 제도 현황 비교를 통해 개선안을 찾아봤다.

■예후 뛰어난 복막투석, 한국만 외면하는 이유는?

혈액투석은 주 3회 병원에 방문해 기계로 혈액을 정화하는 방식이다. 반면 복막투석은 복강 내에 카테터를 삽입해 복막을 여과막으로 활용하며, 환자가 스스로 하루 4회 이상 복강 내에 투석액을 교환하거나 야간자동복막투석기를 사용하는 자가치료 방식이다.

복막투석은 ▲병원 방문 최소화 ▲잔여 신기능 유지율이 높음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음 ▲어린이 및 고령 환자에게 유리 ▲직장생활·학업 병행 가능의 장점이 있는 반면 복막염 등 감염 위험, 자가 관리에 대한 부담, 복막 기능 저하로 인한 장기 유지 한계, 초기 교육과 관리의 어려움도 뒤따른다.

말기콩팥병 환자의 유병률 현황. 전체 환자는 2010년 5만 8860명에서 2022년 13만 4826명으로 12년간 2.3배가 증가했고 혈액투석 비중 역시 덩달아 상승했지만 복막투석 비중만 감소했다.(출처 : 대한신장학회 팩트시트 2024)

특히 병원을 매일 찾을 필요가 없어 환자 입장에선 활동 및 시간의 제약을 줄여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편익이 큰 것으로 보고된다.

복막투석은 비용이 저렴해 혈액투석 대비 예후 면에서 뒤처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2010년 미국 NIH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이 없는 성인 환자군에서 복막투석은 혈액투석보다 오히려 생존율이 높았고, 그 외 대부분의 환자군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국내 대한신장학회 ESRD 코호트 분석에서도 "복막투석은 장기 생존율이 혈액투석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고, 초기 심혈관계 부작용 발생률이 더 낮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외면받는 현실은 수가 구조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매일 병원에 와서 투석하는 환자에 비해 관리 수가가 없어 복막투석 환자가 많아질수록 병원은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 의료진이 굳이 복막투석을 안내하고 권유할 동기가 없다는 뜻이다.

황원민 신장학회 홍보이사(건양대병원 신장내과)는 "현재 복막투석에 대한 행위 수가는 사실상 0원"이라며 카테터 삽입이나 교육, 복막염 발생 시 대응까지 병원이 감당해야 할 일은 많은데, 별도 보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복막투석을 지속하기 위한 간호사 인력이나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역시 수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종별을 불문하고 복막투석을 꺼리는 분위기는 의료진의 선호도에게 기인한 것이 아닌 제도적,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막투석이 싸다고 해서 예후가 나쁜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알려주고 환자의 선호도, 개별 상황에 맞게 선택하게 해야 한다"며 "적절한 교육과 관리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의료진이 이를 안내하기에는 유인책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한신장학회는 'Kidney Health Plan 2033'을 통해 2033년까지 예상 만성콩팥병 환자 10% 감소, 말기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 비율의 33%까지 증가 목표를 세운 바 있지만 정책적 지원없이는 33% 달성은 커녕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는 학회 측의 판단이다.

대한신장학회는 'Kidney Health Plan 2033'을 통해 2033년까지 말기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 비율의 33%까지 증가 목표를 내세우면서 실천 방안의 한 축으로 '정책'을 제시했다.

■초고령사회, 투석 비용 폭증…방치 땐 강제 전환 불가피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복막투석 외면'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 가능하냐는 점이다.

한국은 올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동시에 만성콩팥병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을 시작하는 신규 환자는 매년 1만 명 안팎으로 늘고 있으며, 전체 투석 환자는 10년 사이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혈액투석 1인당 월 200~3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의료비다. 환자 본인의 부담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복막투석은 이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현재처럼 외면받는다면, 결국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황원민 홍보이사는 "자발적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미래에는 의료재정 고갈로 인해 환자들에게 강제적인 복막투석 전환이 통보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복막투석 비중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반면 홍콩은 전체 투석 환자의 75%가 복막투석을 선택하고 있고, 멕시코는 55%, 뉴질랜드는 32%, 캐나다도 20% 이상이 복막투석이다.

이같은 차이는 국내외 투석 관련 수가 정책의 이질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은 정부가 'PD First 정책'을 채택해, 의료기관이 복막투석을 원칙으로 우선 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부가 복막투석 환자에게 투석액, 장비, 간호 지원 등을 제공하고, 병원에는 행위 수가를 책정해 인센티브를 준다. 이는 복막투석의 생존율과 사회적 수용률 모두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뉴질랜드 역시 복막투석 전담간호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가 관리 능력을 키우는 구조를 국가가 지원한다. 복막투석을 민간 영역에 맡겨놓고 방치하는 한국과는 상반된다는 것.

■"살릴 생각이 없다면 진짜 사라진다"

복막투석은 만성질환 관리의 이상적인 방향성과도 맞닿아있다. 우선 환자가 자율적으로 치료를 수행함으로써 '자가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경제 활동 영위를 가능케한다. 이는 모든 만성질환 관리의 기본이자, 의료 자원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2022년 기준 말기콩팥병 환자의 84%가 혈액투석을 시행하고 있다. 2006년 28%의 비중을 차지했던 복막투석은 2022년 6%로 주저앉았고, 이 같은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10년 내 2% 내지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출처 : 대한신장학회 팩트시트 2024)

또 복막투석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도서 지역 등에서 유일한 대안이 되기도 한다. 이 방식이 사라진다면, 일부 지역 환자들은 투석 자체를 포기하거나 장거리 이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복막투석은 혈액투석보다 1인당 연간 30~50%가량 비용이 낮다. 보건의료 재정이 팽창하는 지금, 복막투석을 유지·확산하는 것은 단순한 의료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 지속 가능성 확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수도권 일부 병원에서도 복막투석 신규 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늘면서 전문가들은 복막투석의 소멸 방지를 위해 해외 주요국들의 사례와 같은 ▲복막투석 교육 및 유지 관리에 대한 별도 행위 수가 신설 ▲복막염 등 합병증 대응 수가 마련 등 '마중물'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동형 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범일연세내과)는 "15년 전만 해도 복막투석은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제도적 미비 등으로 인해 지속 감소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이를 안내할 유인책이 없어 복막투석이라는 옵션에 대해 환자도 모르고 일반인들은 더더욱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혈액투석 환자가 10년 새 2배가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13만명의 환자가 2033년에는 25만명으로 급증할 수 있다"며 "투석에 따른 건보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 다른 질병에 책정된 수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혈액투석이 사멸되는 경우 복막투석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치료 옵션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생계로 인해 생업 활동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복막투석은 옵션이 아닌 필수재에 가깝고, 복막투석이 사회적 비용 감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크기 때문에 제도적 뒷받침으로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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