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학술
  • 학술대회

학회가 직접 만든 AI 통역, 국제학회 언어 장벽 '훌쩍'

발행날짜: 2025-05-16 05:31:00

대한류마티스학회, 국내 첫 전체 세션에 AI 통역 적용
류마티스 교수 직접 개발…전문용어 실시간 변환 술술

15일 개막된 대한류마티스학회의 국제학술대회 KCR 2025는 국내 의학계 학술대회 최초로 모든 세션에 AI 통역을 적용시켜 호평을 받았다.

서울 콘래드 호텔 3층 회의장. 개회식이 끝나고 국제 심포지엄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시선이 강단 왼쪽 연자 쪽이 아닌 오른쪽에 마련된 박스 창구에 고정됐다. 연자의 대화가 실시간으로 통역되며 한국어로 나오는 광경이 마치 SNS 대화 창과 비슷했다.

안나 클라크(란셋 류마티스학) 교수가 발표한 '영향력이 큰 저널에 게재하기 위한 전략'의 다소 어려운 주제에도 참여자들의 대부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강단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참석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였다. 바로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야심 차게 도입한 'AI 실시간 통역 서비스'의 모바일 인터페이스가 이들의 눈을 사로 잡은 것.

15일 개막된 대한류마티스학회의 국제학술대회 'KCR 2025'는 AI 통역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는 특히 '의학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학회 전 세션에 걸쳐 AI 동시통역 시스템을 적용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이 시스템을 만든 주체가 외주 업체가 아닌 모 류마티스 교수라는 점.

실시간 통역 서비스 적용 모습. 화자의 발언 이후 완벽한 문장으로 구성되는 데까지3초간의 지연이 발생하지만 통역된 문장 자체는 매끄러운 편이었다.

현장을 지휘한 김용길 학술이사(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작년까진 시중에 나온 상용 통역 툴을 써봤지만 메디컬 컨퍼런스에서 사용하기에는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며 "특히 의학 용어를 제대로 모른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학회가 직접 만들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개발에 나섰다"며 "류마티스 교수 중에 공대를 안 가고 왜 의대를 왔는지 궁금할 정도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가진 모 교수에게 의뢰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의대 출신 개발자 교수가 실제로 몇 밤을 새워 류마티스학회에 최적화된 통역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고, AI에 전문 용어의 학습을 시켰다. 이후 몇번의 시연을 거치면서 메디컬 용어에 특화된 AI 통번역 시스템을 완성시켰다는 것.

해당 시스템은 지난해 추계학술대회에서 2시간 정도의 시범 적용을 거쳤고, 이번 KCR 2025에서는 모든 세션 적용으로 전면 확대됐다.

현장에서 확인한 시스템 작동은 안정적이었다. 메인 세션이 열리는 '룸 1'의 연단 오른쪽에는 대형 스크린 자막이 실시간으로 따라가고 있었고, 서브 세션이 개최된 5층 '룸 3'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자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안나 클라크 교수의 '영향력이 큰 저널에 게재하기 위한 전략' 내용은 현장에서 바로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깔끔한 통역이 이뤄졌다.

현재 말하고 있는 화자의 단어가 채팅창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비문처럼 보일 때도 더러 있었지만 문장이 끝나면 이를 재조합해서 하나의 문단으로 재구성해서 보여줬다.

화자의 언급이 끝난 후 완전한 문장으로 구성되기까지는 짧게는 1초, 길게는 3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발표자가 한국어로 설명해도 영어로 자연스럽게 통역돼 나왔다.

기존에 여타 학회에서 시도한 통역 시스템에선 문장이 매끄럽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비문이 섞여 있었지만 류마티스학회의 시스템은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는 의사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 모두에게 귀중한 자원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임상시험 등록을 완료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습니다"와 같이 완벽한 문장을 구사했다.

김용길 학술이사(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하지만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김용길 이사는 "말끝을 흐리거나, 문장을 길게 이어 말하는 발표자의 경우엔 통역이 끊기거나 딜레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발표자의 성향에 따라 문장을 서술형으로 끝내지 않고 ~했고, ~했고 하는 식으로 계속 이어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AI가 적절한 템포에서 끊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선 미숙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후 세션을 지켜본 결과, 일부 연사의 빠른 말투에 자막이 살짝 뒤처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품질은 상용 툴을 쓸 때보다 자연스럽고 정확했다.

KCR 2025가 총 3일간, 27개국에서 온 연구자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78편의 초록 중 214편이 구연 또는 포스터로 발표돼 언어 장벽의 파타가 학술의 교류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것 학회 측의 판단.

학회는 모든 발표에 AI 통번역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학회 운영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평했다.

약 1천명에 달하는 대규모 외국 참석자가 몰린 현장에서는 외국인 첨석자를 배려한 통역 안내 배너 간판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강의실 앞, 대기 공간 등 곳곳에 설치된 배너판에는 QR 코드가 함께 인쇄돼 있어 스마트폰으로 이를 스캔하면 자동으로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세션을 들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Q&A 세션 역시 마찬가지. 한 발표자의 발언이 끝난 지 3초 만에 자연스러운 영어 자막이 스마트폰 화면에 등장했다. 기술적으로는 짧지 않은 시간일 수 있으나, 현장에서는 불편함 없이 Q&A 세션이 진행됐다.

김용길 이사는 "오늘 AI 시스템의 실제 적용 점수는 한 80점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입에서 나온 말이 글로 변환되고 이를 다시 번역하는 과정까지 3초 정도 소요되는데 AI 특성상 시간을 거듭할수록 학습이 되면서 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지만 시작을 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는 생각으로 본격 도입하게 됐다"며 "학문이라는 건 세계화되고 국가의 벽이 없기 때문에 류마티스학회의 오늘 시도는 통역 정확도를 넘어 '의학의 국경을 넘겠다는 의지'의 첫걸음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통역 서비스를 안내하는 배너판 및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통역 서비스 화면.
댓글
새로고침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더보기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