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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질환은 진행할 수 있어요

분당차병원 소아응급센터 박수현 교수
발행날짜: 2023-07-06 05:00:00

분당차병원 소아응급센터 박수현 교수(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간만에 민원을 받았다.

'응급실 진료 본 아이가 이후 며칠이 지나 가와사키병으로 진단받았다는 것이다. 오진이 틀림없으니 의료진의 사과와 병원비 환불을 요구하는 글이었다.'

아이는 이틀 열이 났고, 응급실 방문 전날 이미 타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진행한 상태였다. 타병원검사상 특이 소견이 없었던 상태로, 아이의 병력을 청취하고 진찰한 소견들에 의거하여 봤을 때 가와사키 질환을 의심하여 당장 검사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더군다나 의사소통이 명확하게 되지 않는 어린 아이에게 이틀 연속 바늘을 찌르고 검사하는 것은 아이에게 고통과 심리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상태라 하루 이틀 더 지켜보자고 한 상태였다.

비슷한 종류의 민원이 많다. 응급실에 다녀간 후 며칠 후 어떤 진단을 받았다. 응급실에서 오진한 거 아니냐는 의문들이다. 이런 종류의 민원은 많은 설명을 한 의료진을 허탈하게 만들고 억울함을 느끼게 한다. 모든 병은 진행할 수 있다. 같은 바이러스나 병원체에 감염되더라도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감염 후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 추세를 보이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대부분의 경우이다), 합병증이 동반되어 심한 폐렴, 패혈증과 같이 심각한 감염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으며, 소아들에게서는 드물지만 가와사키 같은 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진료 본 그 날 바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예방하는 것도 어렵다. 아이들의 몸의 컨디션, 면역체계, 유전적 소인 그 외에도 많은 것이 작용하여 병의 진행여부가 결정된다. 의사는 점쟁이도 예언자도 아니다. 그 당시의 증상과 병력 청취를 통해 현재 상황에 맞는 검사와 치료를 할 뿐이다. 병이 진행했다고 하여 며칠 전 본 진료가 오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된 가와사키병은 원인이 아주 명확한 질환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감염으로 시작된 후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 발생하면서 진행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진단기준에서는 38.5도 이상의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면서 결막충혈, 경부림프절비대, 손발의 발진, 딸기혀, 접종부위 발진 등의 증상이 동반될 시에 진단할 수 있다. 연령대나 감염의 종류에 따라 조금의 차이가 있겠지만, 감기 증상이 동반된 보통 하루 이틀 밖에 안된 발열에서는 무조건 혈액검사를 시행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짧은 기간 발열에서는 염증 수치가 바로 반영되지 않아 이를 가지고 감염의 정도나 다른 질환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와사키의 경우도 병이 시작되기전, 초반 발열시에는 수치들이 괜찮고, 가와사키 병이 시작되면 수치들이 확 오르기도 한다.

응급실에 가장 많이 내원하는 질환은 단연코 '발열'이다. 체온계에 39도 40도가 찍히면 너무나 놀라서 아이를 들쳐 업고 응급실로 달려온다. 아이들의 하루 체온 특성상 밤부터 새벽까지 열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주로 밤 늦게 응급실에는 열나는 환아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부분의 열나는 아이들은 바이러스성 감염이 많다.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바이러스성 감염에서, 발열이 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려 주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힘들지 않도록 해열제를 포함 증상에 대한 약을 쓰면서 잘 자게 하고 잘 먹이면서 아이의 면역이 작용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짧은 기간 발열에서는 무조건 혈액검사를 시행하지는 않는다. 아이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고 검사의 유무를 결정한다. 아이들에게 검사 자체가 갖는 여러 가지 단점들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다.

아기가 어리면 어릴수록 검사에 제한이 많다. 혈관이 얇고 피부 겉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아, 혈관을 찾는 것도 어렵고, 힘들게 잡은 정맥 주사관 유지도 어렵다. 아기들을 많이 찌르면 아기들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한다. 악몽을 꾸는지 팔을 붙잡고 울면서 깨는 환아들도 더러 있다. 이 때문에 성인과는 달리 피 검사 하나를 진행하는데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X-ray나 영상 검사도 마찬가지다. 아기들은 방사선 노출에 대하여도 취약하다. X-ray 검사를 낼 때도 성인보다 적게 내기 위해 노력하고 CT를 찍는 것은 더욱 신중해진다. 이렇게 설명하면 MRI를 찍어달라는 보호자들이 간혹 있는데, MRI 는 시끄러운 소리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재우는 약이 많이 필요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소아 마취과에 예약해서 촬영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따라서 모든 검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한다.

정확한 정답은 찾는 것은 의료진에게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최선을 다해서 검사에 대한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 해보고 이익이 더 많을 경우 검사를 결정하게 된다. 검사를 적게 하는 대신 자주 소아과에 들리도록 한다. 아이들의 상태는 빠르게 변화하고 질환들은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청진해서 숨소리 이상이 생기는지, 이경을 통해 중이염이 진행하는지, 발진이나 다른 증상이 변화하는지 주의 깊게 보고 검사의 적절한 시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보호자들이 왜 검사를 안 해주는지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물론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꼭 검사를 원하면 시행한다.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양육자가 아이 상태나 변화를 잘 지켜봐 주고, 이상할 경우 즉시 병원에 다시 온다는 가정하에 지켜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모든 질환들은 아이마다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같은 용량의 약을 썼을 때 좋아지기도 하지만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미리 검사한다고 해서 그것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귀찮아서 검사를 안해주는 거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오히려 검사를 많이 할 수 있으면 검사 결과만 설명하면 되기 때문에 의료진은 더 편하다. 하지만 소아들은 검사가 어렵다 보니 언제 검사를 해야 하는지, 왜 지금 검사를 보류하는지, 언제 또 와야 하는지, 지금은 추정되는 질병은 무엇이고 진행되면 어떤 질병을 의심해야 하는지, 응급증상은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 매우 많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검사와 적절한 시점에 대한 많은 고민과 갈등이, 진행한 질환에 대하여 '오진'이라는 오명하에 여겨진다면 그것은 너무도 억울하고 지치는 일이 된다. 아이의 진행된 질환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보호자 스스로 자책할 필요도 없고, 이를 의료진에 투사해서도 안 된다. 의료진은 아이가 잘 치료되고 회복되도록 도와주고, 증상이 나빠지는 지 곁에서 지켜보고 개입하는 역할이다. 과도한 검사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가 될 수 있으며, 검사에도 적절한 시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간다면, 불필요한 갈등과 감정의 소모를 없애고, 분명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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