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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하나로 묶는 '공정'이 안녕하지 않습니다

박시영 학생
발행날짜: 2022-04-25 05:00:00

박시영 학생(연세대 원주의대 본과 4학년)

2020년 8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의하 공공의전)의 설립을 둘러싼 정부 및 여당과의 대립 끝에 우리는 강의실과 병원을 벗어나 여의도의 아스팔트 위에 섰다.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자제 A씨의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부정 입학 정황이 포착되었고, 오랜 기간의 재판 끝에 해당 학교의 최종 결정이 나왔다.

위 두 개의 사건들에 왜 젊은 의사∙의대생의 분노를 일으켰는가, 이 조용하고 자기 할 일 바쁜 집단이 왜 거리로 뛰쳐나와야만 했는가. 혹자들이 말하는 대로 그저 내 밥그릇 챙기기 위함인가? 여름의 찌는 더위 아래에서, 그 더위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여당의 정책에 맞섰던 사람들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유를 우리의 마음 한켠에 담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할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3년간 각종 언론, 커뮤니티에서 '의사'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만들어냈을 상기 두 사건과, 길 위에 서야만 했던 우리 젊은 의사∙의대생들을 묶어줄 하나의 키워드, '공정'말이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스펙을 통해 의전원을 합격하고, 유급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의 수혜를 입었던 A씨. 그리고 시민단체의 추천을 통한 입학을 계획하고 있던 공공의전.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의 가치를 짓밟는 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꿈을 이룰 기회를 갖기 위해 했던 수많은 노력, 정당하게 만들어낸 결과를 기만하는 행위와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공정'은 또 다른 위기 앞에 서 있다.

2030의사와 의대생들을 주축으로 한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공의모)'가 지난 3월 2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멜바이스 의대를 비롯한 헝가리 4개 의과대학의 보건복지부 인정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였다.

대한민국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통해 면허를 취득하려면 졸업한 해외 의과대학이 보건복지부의 인정을 받은 대학이어야 한다. 인정 절차 또한 19가지 항목으로 까다롭게 이루어진다. 이번 헝가리 의과대학에서 문제가 된 항목은 다음과 같다. 입학시 현지언어능력 검정 시스템이 미비함, 제한없는 입학정원, 유학생 특별반 운영.

해당 항목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알려면 우선적으로 복지부에서 19개의 기준을 세워서 해외의대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의료인은 국가적으로 엄격하게 정원이 관리된다. 또한, 학교가 의료인을 제대로 배출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해 정기적으로 평가하며, 학교 자체적으로도 유급과 같은 수단을 활용해 수학능력이 미달되는 사람에게 재교육을 받도록 한다.

몇 년 전 의료계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서남의대 또한 학교 자체의 문제로 인한 파행적인 교육과정과 미비한 실습체계 때문에 교과부로부터 의학과 폐과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예비 의료인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아서 제대로 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복지부, 교육부 등 해당 부처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부적격한 의료인이 배출된다는 것은 당장 환자들의 안전에도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에 심각한 위해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학 교육기관의 승인은 엄격한 잣대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헝가리 의대들은 어떻게 복지부의 인정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는가?

의학 교육기관의 인정심사를 담당하는 복지부는 해당 업무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위탁한다. 국시원에서의 인정심사는 의과대학교수 5인으로 구성된 '외국학교 인정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이번 헝가리 의대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쟁점이 된 부분도 바로 이 위원회에 대한 의혹에서 시작한다. 이 위원회가 공정한 평가를 진행했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정황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 방영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헝가리 데브레첸의대의 경우 학부모의 95%가 의사였다. 헝가리 의대로 진학을 돕는 유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200명에 가까운 한국 학생들이 헝가리 의대로 유학을 택하는데, 이 중 50%이상이 학부모가 의사인 사람들이다. 헝가리 의대에서 다수의 인정기준에 부적합하다는 정황이 있음에도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학생들의 배경과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혹은 비단 헝가리 뿐만이 아니다.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헝가리 이외에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여러 해외의대에 대한 복지부의 교육평가 공정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꼭 국내 의대를 졸업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앞서 말했듯 복지부로부터 인정받은 의대를 졸업해서, 국내에서 의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의대 인정 절차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정황이 발견된다면,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책임기관이 해야할 일이다. 그것이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이며, 더 나아가 공정이다. 불공정한 인정절차를 이용해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국내에서 의사로 잘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앞으로 그 어떤 국민이 의사들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젊은 사람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공정에 대한 담론도 늘어났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국민의 힘에서는 윤석열 후보 및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언급을 연일 이어왔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청년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보여왔다.

청년들에게 있어 공정함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공정함이 결여된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 대놓고 자신들을 위한 판을 깔 환경이 마련됨을 의미한다. 그 결과 사회는 계급이 고착화되고, 건강함을 잃어버리며, 궁극적으로 성장 동력이 소멸한다. 수천년의 역사 동안 신분사회를 가진 국가들의 쇠망이 이미 이를 증명하고 있다. 힘 없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건전하게 돌아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권리가 주어져왔다. 우리가 진정 공정을 원한다면, 스스로가 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의 공정이 안녕하지 않음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야 한다.

우리 젊은 의사, 그리고 의대생들에게 지금 이 순간 해외의대에 대한 관심과 의견개진이 필요한 이유이다. 또 본인이 이 글을 볼 독자이자 동료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작금의 부적격 해외의대 사태, 우리의 공정은 안녕합니까? 이걸 보시는 동료분들, 정녕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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