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국내 의료진이 상용 수술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국가 간 원격수술 실증에 성공했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 의료기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는 지난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78차 대한비뇨의학회 정기학술대회(KUA 2026) 현장에서 중국 상하이에 설치된 수술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해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실증은 국내 의료진이 비뇨의학 분야에서 국경을 넘어 원격으로 수술로봇을 직접 조작한 최초의 국가 간 원격수술 사례다.
현장에서 강 교수가 코엑스 내 수술 콘솔을 조작하자, 직선거리 약 870km 떨어진 상하이 현지의 로봇팔(MicroPort MedBot 'Toumai')이 강 교수의 미세한 손동작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구현하며 수술을 수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원격수술은 집도의와 환자가 물리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통신망을 통해 수술로봇을 실시간 제어하는 기술이다.
숙련된 전문의가 현장에 직접 상주하지 않고도 원거리 수술에 참여할 수 있어,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의 의료 격차를 해소할 혁신적 대안으로 꼽힌다. 전장이나 재난 지역 등 의료진 접근이 불가능한 극한 환경에서의 치료 가능성도 주요 배경이다.
원격수술의 시초는 지난 2001년 미국 뉴욕의 의료진이 대서양 건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환자를 상대로 ZEUS 로봇을 원격 조작해 담낭절제술을 시행한 '린드버그 수술(Operation Lindbergh)'이다.
이후 로봇수술 자체는 급성장했으나 장거리 원격수술의 임상 적용은 한동안 정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5G, 광섬유 통신, 위성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통신 지연이 대폭 단축되고 네트워크 안정성이 극대화되면서 202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00례 이상의 국가 간·장거리 원격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는 등 재도약기를 맞고 있다.

다만 기술적 성숙에도 불구하고 원격수술이 보편적 의료 서비스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가 간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 집도의의 법적 책임 소재, 비용 및 건강보험 체계, 환자 개인정보 및 사이버보안, 통신 장애 대응체계 등 다각적인 제도적·윤리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실증 역시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단계에서 이뤄진 만큼,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안전성 검증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최근 원격수술의 지평은 지리적 한계를 넘어 극한 환경과 우주 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지상 의료진이 우주의 소형 수술로봇을 원격 조작하는 모의 수술 실증이 진행되는 등 외과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간으로 연구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다.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방광암·전립선암 로봇수술 분야의 세계적 명의인 강석호 교수는 "이번 실증은 한국과 중국 간의 물리적 거리를 넘어 실제 수술 환경에서 원격수술의 구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 교수는 "향후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환자 안전과 탄탄한 제도적 기반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기반이 갖춰진다면 전문 의료진의 손길이 닿기 힘든 의료 취약지역의 치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해상, 극지, 나아가 우주와 같은 극한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까지 모색할 수 있어 향후 발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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