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에 정면 반발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수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진료 거부(보이콧)'까지 검토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19일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엄격히 제한한다는 원칙을 하위법령에서 정면으로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협이 문제 삼은 것은 대면진료 원칙,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 등 이른바 '4대 원칙'을 무력화한 것이 핵심이다.
초진 허용 범위부터 반발…"동일 지역 시·군·구로 좁혀야"
우선 초진 비대면진료를 환자 주소지와 동일한 시·도 전체에서 허용한 조항을 비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대면진료 이력이 없는 환자도 주소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같은 시·도라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초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협은 이 같은 기준이 "지역 제한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이나 경기도처럼 넓은 행정구역 전체를 하나의 진료 가능 지역으로 묶으면 환자에게 이상소견이 발생했을 때 가까운 의료기관의 대면진료로 신속하게 연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동일 지역의 범위를 시·도보다 좁은 시·군·구 단위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지역 밖 초진 비대면진료는 희귀질환자와 교정시설 수용자 등 필요성이 명확한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진 7일 처방 원칙에도 예외…"30일 처방 조항 삭제해야"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개정안은 초진 비대면진료 시 의약품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하면서도, 해당 질환에 대한 진료 및 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료인이 기존 치료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1회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의협은 이러한 예외가 초진 7일 처방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접 진찰 없이 이뤄지는 초진에서 30일분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허용하면 환자 상태를 대면으로 확인하지 않고 장기간 투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30일 처방 예외가 향후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를 더욱 넓히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문제 삼았다. 의협은 해당 조항 삭제를 요구하며 "예외가 불가피하다면 처방일수를 최대 14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급 진료대상 확대·야간 진료량 제외도 비판
의원급 중심 원칙과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 규정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의협은 개정 의료법이 병원급 비대면진료를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했지만, 시행규칙 개정안은 대상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지역 밖 진료 예외에 해당하는 14개 유형뿐 아니라 시술 후 환자, 항암치료·장기이식 환자, 13세 미만 소아의 야간·휴일 경증 진료, 임상시험 참여자 등까지 병원급 비대면진료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것이다.
의협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를 법률에서 예시한 환자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제한하기 위한 진료량 상한 규정에도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비율을 반기별 전체 진료건수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의사 1인당 비대면진료 건수도 반기 월평균 500건 이내로 규정했다.
그러나 평일 오후 8시 이후와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휴일에 이뤄지는 비대면진료 등은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의협은 "야간·휴일 진료를 상한 계산에서 제외하면 해당 시간대에 비대면진료를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전담기관을 막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진료 비율과 의사별 진료건수를 산정할 때 야간·휴일 진료 포함을 촉구했다.
"개정안 그대로 확정하면 참여 여부까지 검토"
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완수단으로 제한한다는 제도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한 기본 원칙을 법 시행 이전부터 하위법령을 통해 완화하는 것은 정책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편의와 산업 논리로 한 번 풀린 안전장치는 되돌리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환자 안전을 위한 원칙 유지를 촉구했다.
이어 "개정안을 이대로 확정한다면 의협은 그 문제점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회원과 함께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까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강도를 높였다.
정부에 대해서는 입법예고 기간에 의료 의견을 반영한 시행규칙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편 복지부는 10월 19일부터 11월 9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한다. 개정 의료법은 12월 24일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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